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 주요하게 사역하는 영역 중 하나가 ‘교회의 재정투명성 확립’입니다. 2006년 12월 ‘재정투명성 세미나’를 유관 단체들과 함께 열기도 했고, GCA에서도 관련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월보에서는 ‘재정투명성’과 관련된 글을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할 계획입니다. 지역교회 현실에 좀더 밀착한 구체적 사례와 원칙을 제시할 이 연재에 많이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1. 교회의 재정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단식 부기가 아니라 복식 부기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렇다면, 과연 복식 부기란 어떤 것일까?
교회에서 하기수련회를 앞두고 현장답사를 보낼 때 한 사람만 보내거나 두 사람 이상을 보낼 수 있다. 한 사람만 다녀 왔을 때에는 답사 결과를 전적으로 그의 자료와 판단에만 의존하게 되지만 두 사람 이상 다녀온 경우에는 서로 간의 보고 내용을 비교하면서 그 결과를 한층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이 한 사람의 보고서만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단식부기이고, 두 사람 이상의 보고서를 제출 받는 것이 복식부기 시스템이다. 즉, 회계의 한가지 측면만 보고 받는 것이 단식부기인 반면에 복식부기는 회계 사건을 두 가지 측면 이상으로 입체적인 보고를 받는 것이다.
단식부기(single entry)는 재정거래의 한가지 측면인 자금의 증가(수입) 또는 감소(지출)측면만 기록한다. 그래서 결산서도 ‘수입/지출 결산서’라고 한다. 이에 반해 복식부기(double entry)는 모든 재정거래의 속성을 원인과 결과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하여 각각 ‘자산’, ‘부채’, ‘순자산’, ‘수익’ 또는 ‘비용’으로 대변(貸邊)과 차변(借邊)으로 나누어 기록하여 관리하는 방법이다.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이 흔히 쓰이는 복식부기의 사례들이다. 이 방식에서는 항상 차변과 대변을 대조하여 볼 수 있고, 그 증감 액수가 일치하여야 하므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파악이 가능한 것이다.
2. 사례를 들어 단식부기와 복식부기를 비교해보자.
1) 교회에서 컴퓨터를 현금으로 구입한 경우, 단식부기에서는 단순히 현금출납장에 컴퓨터 구입 명목으로 현금이 지출되었다는 사실만 기록된다. 현금의 입출금 요소만 기록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복식부기에서는 a) 컴퓨터를 구입(원인)하느라, b) 현금이 지출(결과)되었다는 두 가지 측면이 같이 기록된다. 즉 컴퓨터가 자산 취득(증가) 명목으로 기록이 되고, 이에 반해 현금이 비용으로 지출(감소)되었다는 것
이 각각 대변과 차변으로 표시된다. 현금의 이동과 자산의 증감을 동시에 보게 함으로써 들고 나는 자산 사이에 차이가 없는지 한눈에 파악이 되고, 각각 기록이 남게 된다는 의미이다.
2) 단식부기를 시행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교회는 사무실에서 보관하고 있는 현금과 은행의 예금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용할 수 있는 전체 자금규모는 파악할 수 있지만, 정확한 현금 시재액(時在額, 당장 갖고 있는 돈)과 예금 잔고를 구분하여 쉽게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때로는 현금출납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계산상의 실수가 발생할 경우에 당황한 담당자가 본인의 실수로 생각하여 개인의 사비를 추가로 교회에 집어 넣었는데 나중에 계산상 오류가 밝혀져서 본의와 다르게 개인 돈을 넣었다 뺏다 하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3) 주일헌금(현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경우 분명한 회계 사건이 발생하였음에도 단식부기에서는 동일한 자금이 시재에서 예금으로 이동하는 것이므로 회계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재정담장자가 일시적으로 헌금을 유용하고 채워 넣더라도 회계장부 기록으로 그 내역을 파악할 길이 전혀 없다. 이에 반하여 복식부기에서는 예금이라는 자산의 증가 사실과 현금이라는 자산의 감소상황 두 가지 요소를 각각 기록으로 남기기 때문에 어느 순간 그 차이가 발생하면 반드시 회계기록으로 드러나게 된다.
4) 교회가 여름에 에어컨을 외상으로 구입한 경우, 단식부기에서는 현금지출이 없으므로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는다. 그러나 복식부기에서는 에어컨을 구입(원인)함으로 인해 미지급금이라는 부채가 발생(결과)하였다는 사실을 기록한다. 따라서 단식부기 결산서에서는 외상으로 에어컨을 구입한 사실을 알 수 없지만 복식부기 결산서에서는 에어컨을 외상으로 구입하였기 때문에 교회가 앞으로 부담해야 할 부채(에어컨 값)가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5) 단식부기에서는 1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는 재산을 취득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자산취득비용(또는 비품구입비)의 계정으로 모두 지출로 처리해버린다. 시간이 지나서 교회에서 가지고 있는 앞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재산이 무엇이 있는지, 재산이 소실되었는지 여부는 회계기록으로는 알 수 없고 별도로 재산목록을 매년 정리하여야 한다. 이에 반해 복식부기에서는 1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는 재산을 유형자산이라 하여 취득금액을 누적적으로 관리한다. 교회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보수가 필요한지 등을 결산서 항목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측면은 교회에 미지급금 또는 차입금이 있는 경우 더욱 유용하게 교회가 앞으로 부담해야 할 의무를 별도의 서류 없이 재정보고서만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다.
3. 재정관리를 회계로 기록하는 목적은 교회의 활동결과와 특정시점의 재무적 상황을 파악하여 미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금의 증감만 기록하는 단식부기로는 교회 재정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회계적인 사건들을 자산, 부채, 순자산, 수익 또는 비용으로 분류하여 이들 각각의 증가 또는 감소 내역을 각각 구분하여 기록ㆍ관리하는 복식부기방식을 사용하여야 재정의 흐름과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교회에 맡겨주신 헌금을 지혜롭게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복식부기를 한번도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복식부기란 용어부터 부담이 되지만 자산, 부채, 수익, 비용의 계정이 각각 연관성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기본 개념만 이해하면 그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다. 특히 교회 재정관리는 일반 영리기업과는 달리 발생하는 사례가 정형화 되어있으므로 한번만 복식부기로 결산을 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쉽게 처리가 가능하다.
최호윤 회계사
제일회계법인 이사로 재직 중이며, 그가 비영리단체 재정관리를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 <나눔과 셈>은 많은 비영리단체가 사용하고 있다. 기윤실 운영위원, 교회개혁실천연대 운영위원 등 교회의 재정투명성 확립을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