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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3화를 올리게 되다니ㅠㅠ
재밌게 즐겨주시길~~~!!^^
"여보세요? 오늘 왕진을 부탁했던 가온이라는 환자 보호자인데요, 그냥 병원을 가려고요, 네, 죄송합니다. 네~"
전화가 끊겼는지 빌라 근처 골목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조용해졌다. 그리곤 중얼거리는 소리가 대신 들려왔다.
“테일러라는 남자, D. H간부 치고는 허술하군, 저래서야 ‘그들’을 상대할 수 없겠어. 하긴, 그들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인가. 어차피 그 놈들은 오합지졸……후후, 애초에 뱀파이어라는 생물은 협동심이 조금도 없으니까.”
뭐,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볼 필요도 없이 Shadow였다. 즐겨 입는 검은 색 프렌치 코트를 입고 안 어울리게시리 딸기 맛 막대사탕을 허공에 빙글빙글 손장난처럼 휘젓던 Shadow는 눈을 가늘게 해서 웃더니 사탕을 담벼락 위를 향해 들었다.
“그렇죠? 거기에 계신 오합지졸 여러분?”
“큭, 오합지졸이라고?”
Shadow가 사탕으로 가리키던 쪽에서 열이 뻗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Mr. Shadow가 귀신같이 잡아낸 모양이었다.
“참아, 고귀하신 Mr. Shadow님이잖아? 너무 고고하셔서 협동의 무서움을 아직도 모르시나 보지.”
“호오? 그럼 우리가 그 무서움을 가르쳐줘야겠군!”
“죽이지는 마! 알고 있지?!”
엑스트라 악당의 전형적인 대사였다. 너무 심하게 전형적이라 웃음을 유발한다는 것이 좀 안타까웠지만 말이다.
“쿡쿡쿡쿡쿡…아하하하하하하! 하아아아아 미치겠군, 신종 개그맨 그룹 같은 겁니까? 숫자가 많아지니 확실히 웃음을 주시는군요.”
Mr. Shadow는 입을 막고 웃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는 듯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물론 그 모습이 신종 개그맨 그룹이란 칭호를 하사받은 뱀파이어들에게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크윽, 이런 xx죽어라!”
…방금 전 죽이지는 말자고 해놓고 30초만에 까먹는 머리를 가진 뱀파이어 하나가 화살처럼 튀어나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Shadow의 복부를 향해 달려들었다.
“헉!”
하나가 아니었다. Shadow가 방금까지 있었던 자리에는 다섯 명의 뱀파이어가 손톱을 날카롭게 꺼내거나 단검을 든 손으로 서 있었다. 하지만 그중 한 명도 Shadow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는지 다섯이 다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멍청한 건 수가 많다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제가 유명한 이유, 다들 알고 계시는 것 같더군요.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라졌던 Mr. Shadow는 낮이라서 꺼진 가로등 위에서 정중한 포즈로 다른 뱀파이어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허리를 살짝 굽히며 신사 인사를 하고 난 Shadow의 눈빛은 시릴 듯 차가웠다.
-펄럭
Shadow의 코트가 펄럭이는 동시에 다섯 개의 화살과도 같은 무언가가 섬광 같은 속도로 그에게서 쏘아졌다.
“야……!”
말이 그것보다 빠를 리가 없었다. 한 뱀파이어가 경고성을 뱉어냈지만 그 전에 다섯의 뱀파이어들은 Shadow가 쏘아 보낸 그것에 맞았다. 정확히 심장이 있는 부분, 아니, 인간이었다면 심장이 있었을 부분에 꽂힌 그것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즉각적으로 효과를 나타냈다.
“크헉!”
“이…이건…!”
-캬아아아악!!
어떻게 된 일인지 어딘가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뱀파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다섯 명의 뱀파이어에게 인간이 아닌 속도로 달려들었다. 이성이 반 이상 날아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다섯 명의 뱀파이어는 아까의 정체모를 공격을 받아 이미 그 공격에 받아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흐음, 생각했던 것보다 인원이 되는군.”
Shadow는 느긋하게 감상평을 말했지만 가로등 아래의 골목에선 얼핏 열 명은 되는 뱀파이어들이 아까의 다섯 뱀파이어의 몸을 뜯어먹고 있는 아비규환이 펼쳐지고 있었다. 뜯어먹을 필요도 없이 이미 그들의 몸은 재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이성을 잃은 뱀파이어들은 금방 정신을 차릴 것 같지는 않았다.
“가온은 아직 제대로 사냥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나 보네, 그러니 그런 위험한 짓을 겁도 없이 하지.”
쯧쯧 혀를 차던 Shadow는 딸기 맛 사탕을 입에 물고는 가볍게 주먹을 쥔 손을 들어올렸다. 으르렁거리는 짐승 같은 뱀파이어들을 향해 손을 들어올린 Shadow는 별 감흥도 없는 표정으로 다섯 손가락을 좌악 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재가 되어가는 뱀파이어의 시체를 잡고 있던 몇몇의 뱀파이어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동시에 그들의 몸에서 수많은 작은 뭔가가 튀어나왔다. Shadow가 폈던 손가락을 다시 쥐자 그 뭔가는 허공에서 금세 뭉쳐졌고, 그게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는 크기가 되었다. 그건, 붉은 액체가 분명했다.
“어라, 제 밥줄을 들켜버렸군요 그렇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
들키기는커녕 거기에 신경 쓰는 뱀파이어는 하나도 없었지만 Shadow는 그렇게 말하고는 세 명 정도밖에 남지 않은 뱀파이어 중 등을 보이고 있는 한 명을 노려 인간일 수가 없는 스피드로 그의 등짝에 손을 꽂아 넣었다.
-콰드드득
Mr. Shadow의 손이 뱀파이어의 심장, 아니 단지 회색의 돌덩어리일 뿐인 그것을 쥐어 부서트렸고, 심장이 부서진 뱀파이어는 순식간에 재가 되더니 금세 재마저 사라졌다.
“이 xx!!! 지금 뭘 하는 거야!”
상황이 거의 종료된 지금이 되어서야 제정신을 되찾은 뱀파이어 하나가 Mr. Shadow를 향해 달려들었다.
-푹
“뒤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입니다만?”
기세 좋게 달려든 뱀파이어는 Mr. Shadow의 심장에 손이 닿기도 전에 굉장한 속도의 뭔가로 등을 관통당해 심장이 부서졌다. 아까 Shadow가 허공에 띄워뒀던 붉은 액체를 신경 쓰지 않은 탓이다.
“자, 그럼 마지막 분, 저와 대화를 나누어 주시겠습니까?”
석양이 붉게 타오르는 저녁, Mr. Shadow는 공원 벤치에 앉아 낮부터 빨고 있던 딸기 맛 사탕을 던져 쓰레기통에 명중시켰다. 애초에 뱀파이어인 Mr. Shadow는 체온이 낮아 사탕이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빨아 먹는 건 무리였다.
“하아, 짜증나는군, 인간이나 뱀파이어나.”
아까 마지막으로 남았던 뱀파이어의 말에 따르면 Mr. Shadow가 예상했던 대로 뱀파이어들 사이에서는 이례적으로 그들끼리 힘을 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껏 팀플레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뱀파이어가 갑자기 친해져서 힘을 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유행하는 것은
“인간과 계약을 해 뱀파이어를 만들어서 종자를 늘리는 건가, 바보 같은 짓이군…….”
이 계약이란 건 가온과 Mr. Shadow가 했던 그 계약과는 아예 근본부터 다른 것이다. Mr. Shadow도 딱 한 번, 200년 전쯤 인간을 뱀파이어로 만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사귄 어린 인간이 그렇게 어리석어질 줄은 그 당시에도 셀 수 없이 오래 살았던 Shadow는 알지 못했었다.
‘그 때는 댕기머리에 이가 잔뜩 있었는데 말이지, 함민관…….’
‘아니, 잭 힐번…….’
200년 전이었다. 그 때 Mr. Shadow는 조선이란 곳에 처음으로 왔었다. 그가 한양 도읍으로 발을 들인지 얼마 안 되어서 거인처럼 키가 큰 20대 초반의 사내가 엿을 가지런히 올려놓은 판자를 목에 매고 큰 목소리로 외치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떠돌이 장사꾼인지라 사람이 깨끗해보이지는 않았다.
“엿 사시오~! 하얗고 기다란 것이 달달하게 사르르 녹기까지 하니 이보다 좋은 것은 없소이다! 어이 거기 잘생긴 분 엿 좀 먹으러 와보시오.”
“먹는 겁니까?”
“아니! 정녕 이 맛있는 걸 모르시오? 생김새로 보아선 우리 조선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한양은 초행길인가 보오?”
“그렇습니다만, 이곳 지리를 잘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비록 지금은 이렇게 혼자 엿 장사를 하고 있지만 7살 꼬맹이 시절부터 12년을 아버지를 따라 엿 장사를 하며 떠돌아다닌 덕분에 이곳 한양의 지리를 꿰뚫고 있다오! 찾을 곳이 있다면 엿을 사지 않더라도 언제든 이 함민관을 찾아주시오. 제가 키는 워낙 커서 찾기 쉬울 거요. 내 이 엿은 기념선물로 그냥 드리리다. 나그네들한텐 배고픔을 달래기 딱 이오!”
“감사합니다. 참으로 좋으신 분이군요.”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요. 하하하!”
그날 저녁 무렵이었다. Mr. Shadow에게 엿을 기념선물로 줬던 키 큰 사내가 쌀이 흩어져있는 흙바닥에 웅크린 채 쌀가게주인같이 보이는 사람과 그의 무리들에게 발로 차이며 맞고 있었다.
“으윽! 아제 제발 이번만 봐주시오! 부탁입니다요!”
“뭐라고?! 이번만? 이번만이 도대체 몇 번째야? 불쌍해서 몇 번 봐줬더니만 이번엔 자루를 갖고 튀어?! 이런 도둑놈 같으니!!”
“제발! 이번이 마지막입니다요. 이번이 아버지 삼년상이란 말입니다!”
“어디서 동정질이야! 너 같은 녀석들 때문에 내 가게가 망하게 생겼다고! 더 이상은 안 돼!”
바늘로 찌르면 피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쌀가게 주인은 키 큰 사내를 발로 몇 번 더 차더니 쌀자루를 들고 무리들과 함께 가버렸다. 잠시 후 키 큰 사내는 눈물콧물범벅이 된 상태로 몸을 추스르고 쭈그려 앉아 바닥에 흩어진 쌀알을 주워 모으고 있었다. 그 때였다.
“전 삼년상을 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해결하십시오.”
함민관은 눈물로 시야가 흐려진 탓에 흙투성이가 된 옷자락으로 여러 번 눈물을 닦아낸 후에야 상대방을 알아보았다. 낮에 봤던 한양 초행길인 젊은 나그네였다. 그 나그네는 쌀 한 자루를 내밀었다.
“부담스러워하실 것 없습니다. 오늘 기념선물을 주신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보답치곤 너무 과한데…….”
“당신의 인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함민관은 머뭇했지만 곧 감사인사를 연신하며 쌀자루를 받아들었다.
“으윽!”
그는 여러 차례 발에 차여서인지 쌀자루를 들기엔 무리인 듯 보였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쌀자루까지 놓치고 한참동안 제자리에서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는지 떨고 있었다. 결국 Mr. Shadow가 함민관을 그의 집까지 부축을 해주었고 도착해서는 방 안에 눕혀주었다. 게다가 그는 함민관이 삼년상을 차리는 것까지 거들어주었다.
“이거 너무 고마워서…… 그쪽이 아니었다면 전 삼년상을 못 치루고 평생을 효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요. 내 그쪽을 위해선 무엇이든 하리다!”
“그렇다면 저와 함께 동행해주시겠습니까? 돈 걱정은 하실 필요 없을 겁니다.”
“저야 도움만 되어드릴 수 있다면 상관없습니다요. 어차피 가족 없이 홀로 떠돌이 장사한지도 오래되었고 돈 걱정만 없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소이다. 그나저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아, 아직 제 이름도 안 알려드렸군요. 전 Mr. Shadow입니다. 앞으론 말 낮추셔도 됩니다.”
“그럼 나보다는 어려보이니 말을 놓아도 될까? 하하……. 미스터 새..섀도우 이름이 좀 어려운 걸? 그냥 동생이라고 부를게. 동생도 날 그냥 형으로 생각하고 말 낮추라고! 알았지?”
“그럼……그럴게.”
“근데 동행이라니 어디 갈 곳이라도 있는 거야? 아님 찾는 사람이라도?”
“응. 정확히 말하면 흡혈귀를 찾는 달까?”
“뭐?! 아니 흡혈귀를?!”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 지금 형과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 나도 흡혈귀니까. 우리나라에선 뱀파이어라고 부르지.”
“하하! 어이 동생 농담도 참! 가만 동행이라면 나도 흡혈귀를 찾아야 한단거야?!”
“그래,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어쩌겠어. 나와 동행해주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지금까지 말한 건 형만 알고 있는 게 좋을 거야.”
“절대 아무한테도 말 안 하련다! 정신 나간 사람 취급당하기 싫다고! 하하하!”
“형 같이 순진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라면 뱀파이어가 되어서 나랑 함께 다니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정 안되면 인간인 상태로도 같이 다녀도 되지만. 깨끗하게 씻어준다면…….”
“뭐? 내가 뱀파이어가 되면 좋겠다고?”
“꼭 형이라곤 안했어. 형 같은 사람이라고 했지……”
“말 돌리긴. 하하.”
“형, 나와 계약하지 않을래?”
“계약? 뭔 계약?”
“평생 돈 걱정 안 하고 불로장생할 수 있게 해 줄게. 대신 뱀파이어가 돼서 나와 친구하는 거 어때? 앞으로도 지금처럼 형, 동생으로”
“음…… 계약이라. 그동안 엿 장사 하기 꽤 힘들었는데 말이야. 진짜라면 나쁠 것도 없지 받아들일게.”
“형, 난 긴말 안 해. 그럼 계약, 성사.”
“진짠가……? 윽!!”
테일러가 가온의 병실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나중에 다시 돌아오겠다던 Mr. Shadow가 가온의 병실 문 옆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곧이어 테일러가 입을 열었다.
“그쪽 맘에 들진 않지만, 기다렸습니다.”
“하하, 그렇게 솔직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쯤은 다 아니까요. 하지만 기다리셨다니 대화가 꽤 잘 통하겠군요. 좋습니다. 일단 장소를 옮기시죠.”
“전 Mr. Shadow입니다. 편하게 말씀하시죠. 당신을 먼저 해칠 일은 없을 테니까요.”
“전 테일러입니다. 그나저나 통성명은 이쯤으로 해두고. 미스터 섀도우, 가온이가 당신만 기억하질 못하는 것 같더군요. 지금 다시 만났다가는 가온이가 당신을 해칠 것 같습니다.”
“가온 씨가 절 무슨 수로 해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일이라면 걱정이라면 안하셔도 됩니다.”
“보아하니, 사냥꾼도 우습 게 보시는 것 같은데. 가온이는 우습게 안 보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D. H 사이에선 실력이 인증된 상태니까요.”
“훗, 그렇다면 가온 씨가 왜 굳이 저와 계약한 건지 모르겠군요.”
테일러는 섀도우의 태도가 몹시 비호감적으로 느껴졌는지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 마음을 다시 잡고는 Mr. Shadow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저도 도대체 가온이가 무슨 생각으로 당신과 계약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게 대신 그 계약 내용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전 가온이의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냥은 안 되죠. 저와 계약을 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테일러? 제가 당신에게 가온 씨와의 계약내용을 말씀드리는 대신 당신은 제게 약간의 피만 주시면 되는 겁니다.”
“가온이가 왜 당신과 계약을 했는지 이제야 알겠군요.”
“그럼, 저와 계약하시겠습니까?”
“하…… 가온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요. 빠짐없이 다 얘기해주신다면 계약하겠습니다.”
“훗, 테일러 당신도 어쩔 수 없나보군요. 그럼 계약 성. 사.”
“그럼, 이제 가온이와의 계약 내용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미스터 섀도우.”
테일러는 Shadow를 지나쳐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병실 안에는 넓은 창문으로 은은하게 내려온 달빛이 침대까지 내려앉아 있었다. 그 가운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전혀 모른 채 잠든 가온이 누워있었다.
"테일러, 당신도 참 어리군요."
테일러는 Shadow가 가온을 해칠까 침대를 막아섰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모습에 그는 눈을 살짝 굴려 그녀를 흘끗 쳐다볼 뿐이었다. 입 꼬리를 살짝 올린 채로.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가온이 무슨 계약을 했는지?"
테일러가 모를 리가 없었다. 모른다고 치더라도 평소에 밝은 성격인 그녀가 이런 일에 가담할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그녀의 밝은 성격에 상처를 낸 그 사건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그녀가 뱀파이어 사냥꾼이 되었을 리도 없었을 것이다.
"D. H 의 총무 테일러. 젊은 나이의 인간으로써는 올라가기 힘든 자리에 올랐다고 들어서 당신을 한번쯤은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만 생각보다 머리가 형편없으시군요."
Shadow는 천천히 달빛이 닿지 않는 침대 맞은편으로 걸어갔다. 눈을 내리깐 채. 테일러는 어두워서 그의 눈동자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테일러가 노려보는 가운데 Shadow는 그저 묵묵히 서있었다. 입가에 웃음은 아직 떠나지 않은 듯 했다.
“어린 총무를 위해 직접 말씀드리죠. 계약의 내용은…….”
순간 유리창이 부서지며 폭발음이 들렸다.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던 테일러가 가온을 안아들고 병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테일러의 순발력 덕분에 가온의 몸에 유리조각이 튀는 불상사는 면했다. 테일러가 병실 안을 보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깨진 창문 너머로 Shadow가 보였다. 아니 Shadow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이 더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함민관이었다.
Shadow는 그런 잭힐번의 행동을 짐작이라도 한 듯 매우 빠른 속도로 창문밖에 나가있었던 것이었다. 테일러가 가온을 벽에 기대어두고 전투태세를 하려는 순간 Shadow가 씨익 웃으며 JACK. 힐번에게 말했다.
“갑자기 왜 이딴 짓을 하는 거지?”
잭 힐번이 웃으며 Shadow에게 말했다.
“저 여자한테 복수할게 좀 있어서 말인데 훗 뭐야…? 넌 왜 저 여자랑 같이 있는 거야? 둘이 모 그렇고 그런 사이인거야? 하핫!”
잭 힐번은 보란 듯이 비웃기 시작했다. Shadow는 말했다.
“알 거 없잖아? 그런데 여러 사람 피해가게 병원에다 수류탄을 던져? 예나지금이나 넌 참 재미있는 친구야?”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건 그렇고 난 오늘 너랑 얘기할 시간이 없거든? 저 여자부터 죽여야 되니 저리 꺼져”
그렇게 말하며 잭 힐번은 벽에 기대어 쓰러져있는 가온에게 다가갔다. 테일러는 바로 가온 앞을 막아서며 단도를 꺼내 잭 힐번에게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고 말하였다.
“가온 건드리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내가 또 D. H의 총무라 너네 같은 뱀파이어쯤이야 누워서 떡먹기거든. 그러니 가온을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걸?”
테일러의 말을 들은 잭 힐번은 비웃기라도 하듯 웃으며 말했다.
“D. H? 그딴 동호회 같은 게 얼마나 잘 싸우는지 좀 봐볼까?”
하며 곧바로 테일러의 머리 부분을 확 내치려 하였다. 그러나 테일러는 D. H총무답게 재빠른 속도로 피해 잭 힐번에게 단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잭힐번은 그 단도를 피해 쏜살같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테일러가 놀라 1초간 얼떨떨한 순간 바로 뒤에서 잭 힐번이 기나긴 손톱으로 테일러의 등을 확 내려쳤다.
“아악!”
테일러는 피를 흘리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넘어졌다. 그러는 동시에 속으로 ‘이때를 놓치면 안 돼!’ 하고 넘어진 상태에서 빨리 뒤돌아 잭 힐번에게 단도를 휘두르려 한 순간, 잭 힐번은 미리 병원에서 훔쳐온 마취제가 든 주사기를 테일러의 목에 찔러 넣었다. 한발 늦은 테일러는 점점 눈꺼풀에 힘이 풀려가며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고 잭 힐번은,
“D. H라더니 회장이 이렇게 약해빠져도 되나?”
하고 말하며 가온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Shadow가 가온의 앞을 막아서며 깨진 유리조각을 가지고 잭 힐번의 어깨를 찔렀다. 잭 힐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Shadow의 얼굴을 바로 확 내려쳤다. Shadow는 빠른 속도로 피해 잭 힐번의 뒤로 가 떨어진 테일러의 단도를 들고 잭 힐번의 등을 찔렀다. 흥분한 잭 힐번이 뒤를 확 돌아보며 Shadow의 옆구리를 강타하였다. Shadow는 아픈 것도 잠시 곧바로 잭 힐번의 얼굴을 단도로 찔렀다.
“아악!!”
잭 힐번은 더욱더 흥분하며 Shadow의 머리를 내치려하는 순간, 누군가가 잭 힐번의 목에 마취제를 찔러 넣었다. 잭 힐번은 힘도 못쓰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Shadow는 놀라며 누가 찔렀나 봤더니 그 사람은 바로 가온이었던 것이다. 가온은 잭 힐번과 Shadow가 싸우고 있을 때 정신이 들어 잭 힐번이 Shadow를 헤치려 한 순간 테일러의 목에 꽂혀있던 마취제를 얼른 빼내 남아있던 마취제를 잭 힐번에게 놓았던 것이다. 그 마취제는 일반 마취제에 취하지 않는 짐승들 전용 마취제였기 때문에 조금만 맞아도 바로 마취가 되는 것이었다. 놀란 Shadow의 표정을 보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온은 곧바로
“얼른 이곳을 피하죠.”
하며 테일러를 일으켜 세우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 뒤를 Shadow도 옆구리를 감싸며 걸어갔다.
그렇게 세 사람이 가온의 집에 왔다. 가온은 자신의 침대에 테일러를 눕히며 테일러와 Shadow가 다친 부분을 번갈아가며 치료해주었다. Shadow의 옆구리를 붕대로 칭칭 감으며 가온은 말했다.
“뭐…당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형이 당신 보고도 안 해치는 걸 보면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다음에 듣고 우선 많이 아픈 것 같으니 안 건드릴 테니까 푹 쉬어요.”
하며 방문을 닫고 나갔다.
다음날 아침, 테일러가 부스스 일어났다. 침대에 기대어 뜬눈으로 밤을 지샌 Shadow는 테일러를 보며 말했다.
“마취제에 취해 잘 주무셨나요?”
테일러는 몇 초간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며 어제의 일을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얼마 안 돼 기억이 났다.
“아 이런! 가온…가온이는 어떻게 된 거에요??! 가온이 어쨌어?!!”
하며 흥분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본 Shadow는 우습다는 듯 말했다.
“가온씨야 뭐 멀쩡하죠..그런데 어떻게 가온을 지켜주겠다던 D. H회장님이 그렇게 쓰러지시나…그렇게 해서 어떻게 가온 씨를 지키려구요?”
하며 비꼬면서 말했다. 테일러는 열 받으며 말했다.
“뭐요?! 지금 말 다했나?? 역시 이래서 뱀파이어들이란.”
그 시간, 가온은 두 남자들에게 줄 음식을 들고 방으로 가고 있었다. Shadow는 방 문 쪽으로가 테일러에게 말했다.
“D. H의 자존심은 있나보군요? 아무튼 전 이만 가보렵니다. 마취제에 한 번에 간 D. H 회장님? 가온 씨 기억은 돌아오지 않으니 제가 여기 계속 있어 봤자 뭐 하겠습니까? 내가 가온 씨와의 계약을 말하려 했는데 이거 뭐 너무 약해빠진 사냥꾼에게 말하기 싫어지네요. 가온 씨 말고 당신 몸이나 잘 챙겨요”
하고 뒤를 돌아 문을 열려는 순간 가온이 음식을 들고 문을 열고 있었다. 그 순간, 그 사실을 몰랐던 열 받은 테일러가 Shadow에게 베개를 집어 던졌다. 그 사이 문은 열렸고 뒤통수를 맞은 Shadow는 넘어졌다. 그런데 의도적인 건 아니지만 Shadow는 넘어지면서 바로 앞 가온까지 밀치며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또 그때 그 상황이…….
상황은 참으로 뭐한 상황이었다. 놀란 테일러, 더 놀란 Mr. Shadow, 더더욱 놀란 가온…….
“으 으음…….@.@??”
가온은 이런 느…낌? 이 무언가 낯설지 않았다. 그러면서 생각이 났다.
“으…으음……?@.@!!!”
“너…넌…미스터…셰도우……?”
“이…이여자야…오…오해하지 마…내…내 말 좀 들어봐…….”
“너…너 뭐야!! 뭔데 우리 집에 이상한 꼴로 숨어있는 거야!!!당장 안내려 와?!!!”
가온은 Shadow의 모든 게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Mr. Shadow이고 자신과 무슨 계약을 했었는지…….
“아!! 뜨거!!!”
하지만 그전에 인식 할 것은 인식해야 했다. 가온이 넘어지면서 바닥으로 버림받은 음식들은 복수라도 한 듯 가온의 몸에 모두 쏟아져버렸고 여전히 열기를 머금고 있었기에 가온은 그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들을 털었다. 놀란 남자들이 뭔가를 하기도 전에 재빨리 몸을 추스른 가온은 바닥 앞에서 여전히 나자빠져있는 Mr. Shadow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미안해요. 아무래도 저 때문이었던 것 같군요.”
“뭐, 그게 무엇에 대한 사과이든 전 괜찮습니다.”
가온은 Mr. Shadow가 자신의 손을 잡자 힘을 주어 그를 일으켰다. 생각보다 찬 그의 손에 놀랐지만 그녀는 티를 내지 않으며 Mr. Shadow를 마주했다.
“가온아?”
소외된 느낌이 든 테일러는 기분 탓이겠지, 하며 조심스럽게 가온을 불러보았다. 테일러의 부름에 가온은 낮은 한숨과 함께 바닥을 치웠다.
“바보 같으니라고. 이제야 기억이 나다니.”
자신을 자책하며 중얼거리면서 음식들을 청소한 가온은 청소의 마지막 마무리로 바닥을 정리하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녀의 눈빛은 바로 시작하자는 격렬한 의지가 담겨져 있었다.
“괜찮겠습니까? 정신이 없을 텐데요.”
“상관없어요.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말에 Mr. Shadow는 테일러를 흘끗 바라보았다. 왠지 자신도 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안절부절 하고 있었던 테일러는 그의 눈길을 받자 눈에 거슬리는 저 쓰레기들을 들고 나가버릴까? 라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기려 했다. 그 눈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 가온이 말했다.
“괜찮아요. 형이 이곳에 있어도. 그는 저와 가족과 같은 존재니까요.”
그 말에 마음을 놓은 테일러는 침대에 걸터앉았고 Mr. Shadow는 그의 존재여부는 상관없다는 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고가 나기 전, 왜 뛰쳐나갔는지 생각이 나십니까?”
가온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JACK. 힐번에게 가려고 했어요. 어리석게도 제가 그에게 공격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요.”
“다행이군요. 자신이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니 말입니다. 물론 제가 있어서 그렇게 큰일은 당하지 않았을 테지만요. 그런데 뭘 물어보려고 했던 거죠?”
가온을 질책하는 말과 자신을 향한 자화자찬이 허공을 떠돌았고 그 말에 테일러는 눈에 힘을 주었지만 그와는 다르게 가온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JACK. 힐번과 할아버지와의 계약.”
말을 하고 나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테일러를 획 돌아보며 가온이 그에게 물었다.
"형은 뭐 아는 거 없어?"
"뭐, 뭘?"
"형이랑 나랑 만나기 전엔 할아버지랑 같이 지내왔잖아."
테일러가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전혀. 계약에 관해선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훈련 받고 오니까 할아버지께선 위급한 상태셨어."
"Mr. Shadow. 당신은 뭐 아는 거 없나요?"
가온의 질문에 Mr. Shadow의 입에 애매한 미소가 달렸다.
첫댓글 절단마공!!!!!!
ㅋㅋㅋ 몬가 웃곃ㅎ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