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삶이 고달프다는 말은 이미 그 말 자체만으로도 새삼스러우리라. 하지만 요즘 진정 어떤 것이 그 고달픔을 만드는 것인가 하는 것을 실감케하는 사례가 하나 있기에 정리해 본다.
금년 초 2월 경의 일이다. 기초세를 내야 한다는 통지가 왔다. 분명 그 금액으로 보아 한번 송금을 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러한 소식이 왔기로 며칠을 끙끙거리며 여러 서류를 뒤져 본 결과 일년 전 전주인 나겔에게 거의 2백만원이 넘는 돈을 송금한 서류를 찾게 되었다. 그리하야 작정코 모든 증빙 서류를 모아 가지고 시청 직원에게 짧은 요지를 적고, '나를 도와달라'는 한 마디를 추가하여 무려 9장의 서류를 팩스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확인차 전화통화를 한 결과, 모든 서류를 받았으며 이는 분명 나겔이 시와 당신 두 군데서 돈을 챙긴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당신이 한 번 더 우리에게 송금을 하고 나겔에게 그 돈을 돌려 받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하면서, 하지만, '내가 그로부터 돈을 받아내기가 어려우니 당신이 시에서 돈을 돌려보냈다는 증빙을 하나 보내줄 수 없겠느냐?' 하니 그렇게 해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더니 과연 며칠 후 시 구좌에서 나겔에게 송금한 증빙을 보내주었다.
나는 무척이나 반갑고 고마웠다. 이번에는 그 증빙을 가지고 우리를 한번씩 친절하게 도와주시는 놀팅 가족에게 전화를 하였다. 그러자 놀팅 부인은 '그런 편지일수록 상대가 자극받지 않게 잘 써야한다.'며 남편에게 부탁하여 정중한 표현으로 돈을 돌려주기를 부탁하는 편지를 써주었다. 여기에 그 전의 모든 증빙을 함께 보냈더니 나겔로부터 얼마 안 있어 돈이 돌아왔다. 이는 그중 성공적인 처리사례이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봉불식과 기타 선 프로에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는 차에 어느 날 시에서 편지가 왔다. 우리의 정화조 사용비가 전년 대비 책정량을 넘어섰기에 보다 많은 경비를 분할로 내야한다는 소식, 그리고 연이어 날아온 소식은 그나마 작년도 11월까지만 계산하여 12월분이 누락되었으니 그에 대한 것과 또 작년 지불된 금액을 제외한 초과 사용분을 포함하여 자그만치 70만원 정도를 더 내야한다는 소식이었다. ---내 판단에 이것이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는 감이 잡히는 것이어서 전화를 하였으나, 2월의 직원처럼 상냥하지도 않고 메일로 설명하겠다는 말로 대화가 끝이 났다. 나는 우리를 도와주는 마리타를 통해 서류 일체를 보여주었건만 그 역시 우리가 돈을 더 내야한다는 생각에 굳어 더 말이 이어지지를 않았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따져보려해도 승산이 서지 않는 것을 그 동안 경험한 터. 더군다나 그 주제 자체가 하필이면 정화조와 오수 처리비용이리요!---그것이 참 그래서인가, 완전히 사면초과로 되어 어쩔 수 없이 생각하기를, "그래 이번에는 일단 초과분이라는 것을 내고 보자. "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제타원과 상의를 한 후 풀리지 않는 억울함을 무릅쓰고 일단 적지않은 금액을 송금하였다. 그러면서 '대체로 독일이 초과된 금액은 연말에 반드시 돌려주는 것을 경험하였으니 어지간하면 돌려 받기는 하겠지.---하고 속으로 그나마 위로를 하였다. 그랬건만 그로부터 얼마가 지난 후 이번에는 12월분에 대한 과태료와 함께 독촉장이 날아왔다. 참말로 아무리 독일어를 못하지만 이 참에는 너무 화가 났기로 당장 전화를 하였다. 마침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나는 아무개를 통해 받은 청구서에 대하여 곧바로 아무날에 송금을 했는데 어찌하여 과태료가 부과되었는가 일어나는 분기를 자제하며 (상냥하게)물으니, 상대가 공손한 말씨로 송금 날짜를 확인해 온다. 이에 서류를 찾아 모날 어디로 부쳤노라 하니 과연 시 금고에 그 액수가 들어와 있다는 것을 시인하였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그 액수를 부과한 담당 남 직원과 확인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만해도 나는 이것으로 모든 일이 원만히 처리될 줄 알았다.
,
그런데 얼마 후 그로부터 답장이 왔다. 나는 모든 것이 잘 처리된 것으로생각하고 여유있게 메일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의외로 길 고 긴 내용에다가 도무지 해득을 할 수 없는 이상한 내용이었다. 이를 다시 마리타에게 보이니, 내용이 너무 복잡하여 자신도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언젠가 한번 시를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하고는 다른 긴급한 일들로 인하여 수일이 흘러가고 말았다. 우리는 일단 부과된 액수를 송금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려 하는 찰나 문득 전 주인 나겔로부터 편지가 왔다. 내용인즉 시에서 나겔에게 보낸 편지를 복사하고 추신으로 쓰기를, 속히 자신에게 부족분12월분을 송금하라는 것이었다. 당최 이 사람은 우리에게 돈을 청구할 이유와 자격이 없는데 하는 생각에 비로소 정식으로 <울화>가 치솟음과 동시에 이 일에 확실하게 집중할 에너지가 형성되어짐을 느꼈다.
그리고는 나겔이 복사해 보낸 서류를 다시 놀팅 가족에게 팩스로 보내어 정확한 내용을 알아본 즉 그 복잡한 내용은 이러하였다. 시 직원은 정화조 사용료가 이중으로 입금되었음을 확인하고 전 주인 나겔에게 이를 전액 송금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겔이 과연 우리로부터 돈을 받지 않은채로 송금을 하고 돈을 받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너무 어지러워 생각을 추스리는 중에 다시 나겔로부터 편지가 왔다. -시에서 나겔에게 송금해준 금액중 일부(12월분)가 잘 못 되어 초과송금이 되었으니 어느 날 다시 그 금액만을 빼 갈것이라는 통지를 보낸 것이었다. 나겔은 이 소식을 받고 즉시 우리에게 그 서신을 복사해서 보내면서 부디 속히 자신의 구좌로 12월분을 송금하라는 내용이었다. 정리하자면; 317유로를 보냈다는 그가 368유로로 초과액수를 돌려받고 그 중에서 초과분을 되돌려 간 것에 대해 우리더러 자신이 지불하지 않고 받았다가 없어진 금액을 자신에게 속히 부치라 그런 내용이 되는 것이었다. 이제야 대체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도무지 독일어로 너무 복잡해가는 상황과 그것도 정화조 사용료를 가지고 싸울려니 나중에는 너무 약이 오르고 복잡함을 정리할 기력이 떨어져 지치던 차에 나겔의 엉뚱한 욕심에 부딪치면서 오히려 전체적인 윤곽이 잡히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일의 대체를 밝히기위해 일단 시 담당자에게 번호를 매겨가며 메일로 공문을 작성하기시작하였다. 내 가슴이 안정되어야 사태가 보이고 내 머리가 정리되어야 상대에게 나의 요구를 설명할 수 있는데 참으로 이 일의 사태를 짐작하기가 이리도 복잡할 줄이야.
기진맥진하던 차에 나겔의 편지를 보며 무언가 괘씸한 생각과 함께 묘~하게도 다시 기력을 충전한 나는 나름대로 조목조목 하고 싶은 말을 써 나갔다. 그 간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 처리할 날을 기다리며 판단할 용기조차 제대로 추스리지 못하다가 지금 문득 화가 나면서 누구의 도움도 생각지 않고 용감 무쌍하게 문맥을 이어나가는 자신이 스스로도 신기하게 여겨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