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으로 화계사 일요참선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가기전에 ... 먼저 참여하셨던 분들 글을 읽고 갔던게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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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참선을 몇 번 해보긴 해봤지만... 할 때마다 참 막연했습니다...
저는 전에 쌍계사에서 여는 여름법회에서 참선법을 배웠는데요...
그 때 교무스님이셨던 월호스님께서
여러가지 참선법 중 하나라고 전제하신 후 가르쳐 주시길
'먼저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관자)
그 소리를 듣는놈을 들어라, 그 소리를 듣는놈을 봐라... (관관자)'
라고 하셔서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소리는 들어도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 막연했습니다.
매번 잡생각만 잔뜩하고...
그래서 저의 이런 잘못된 참선 습관은
수행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임과 동시에...;;
안그래도 가뜩이나 산만한 저를 두번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수식관이란걸 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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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것도 쉽지가 않더군요...;;;
한호흡 한호흡 하면서 스물까지 세었다가 다시 거꾸로 세기가 어렵더라구요...;;;
무의식적으로 수를 세기는 세는데, 그 와중에 딴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문득 스물 다섯까지 세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한번은 열을 세고 있었는데, 그 다음이 열하난지 아홉인지 기억이 안나기도 하고...
이런 제 모습이 정말 한심하고 웃기더군요... ^^;;;
그나마도 참선시간 30분 중에 15분만 지나면 다리에 감각이 없어져서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ㅜ.ㅜ 정말 부끄럽네요...;;;
어쨌든 이래저래 참선이 끝나고 현각스님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스님 법문은 정말 재미 있었습니다... ^0^ 하하하... 명쾌했구요.
법문 내용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건,
스님의 매트릭스에 나오는 스미스 요원 흉내와
먹이 먹는 다람쥐 흉내와
스님 입에서 튀어나온...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 이었습니다...;;;
스미스 요원 흉내는 유마거사가 부처님의 제자들을 고압적으로 호명하는데
비유하시며 보여주신 거였어요.
'Reverend Upali~~~ -0-' 이러시더니 '미스터 앤더슨~~~'
(둘 다 스미스 톤으로 ㅋㅋㅋ, reverend : ...님 (성직자에 대한 경칭; 略: Rev.))
다람쥐 흉내는 왜 내신건지 잘 이해를 못했는데...;;
죄의 자성이 없다는 걸 설명하시면서 동물들을 예로 설명하셨던 거 같애요...
욕은...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죄의 본성은 공하다(empty) 는 말씀을 하시자
외국인들이 공하다(empty)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침묵으로 대답하셨구요,
두번째 또 그런 질문이 나오니까, 다짜고짜 그 외국인에게 이러셨습니다.
'개X끼야~~~ -0-' (이런거 써두 되나? ;;;)
처음엔 저 엄청 충격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엔 좌중을 향해 더욱 강도 높은 욕이 날아왔습니다.
'X발! 10X끼~~ 18X끼~~~ ㅟㄴ어량ㅌ칗;ㄴㅇ ~~~'
이 욕을 밖에서 한국인들에게 했으면 큰 싸움났겠지만,
그 의미를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그 욕은 공(empty)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마치 주장자로 바닥을 칠 때 나는 아무 의미없는 소리처럼요. 뽀용~~~ ㅇ_ㅇ
죄, 선과 악은 그 욕에 대한 듣는이의 '생각'
그 소리에 부여된 의미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좋은 말씀을 열심히 많이 해주셨습니다.
영어가 짧아서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 뵈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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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현각스님께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군대 잘 다녀오라고 해 주셨습니다... ^^
이제 보름 후에 입대니까 오늘 수행이 입대전에 마지막이었거든요.
반나절 동안의 수행이었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전보다 더 알차게 수행한 것 같애요.
후... 제가 느낀 많은 것을 여기 쏟아내다 보니 글이 무진장 길어졌네요...
(갑자기 무진장(;법명) 큰 스님이 생각나네...ㅋㅋㅋ)
...
제 후기는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불하세요 ^.^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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