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한글활자로 된 책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돌려읽기를 하고 있는데 그렇고 그런 책들 중에서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이라는 책이 들어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펼친 장편추리소설의 첫장은 그 자리에서 정신없이 나를 사로잡아버렸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작가는 하루키가 가장 존경한다는 작가이다. 아마도 이 작가를 먼저 만나고 난 이후에 하루키의 책을 집어들었다면 썩쏘를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역시 스승만 못하군..
그의 마지막 작품인 '기나긴 이별'을 접하며 미스터리가 이토록 철학적이고 명료하고 인간들의 심상을 잘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놀람과 동시에 그의 탁월한 유머감각에 얼마나 혼자서 희죽이며 즐겁게 독서에 임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를 다시 만나고 싶지만 이곳에서는 더이상 그의 시리즈를 구할 방도가 없어서 다시 한국을 나갈 그 때를 또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이자 그의 분신이기도 한 '말로'가 즐겨마시는 칵테일 '김릿'의 맛도 궁금하고..
그의 냉소적이면서도 본질을 꿰뚫어보는 말 한마디 한마디도..
빨리 다시 그를 만났으면.....
첫댓글 레이몬드 카바와는 사촌간인가?ㅋㅋ~ 하루키는 나쓰메 소세키, 샐린저, 스콧 피츠제랄드, 트루먼 카포티 등에 많이 빚지고 있지. 최근에 나온 IQ84는 사 보기도 싫더라. 오에 겐자부로에 비해 양심적이지 않다고 느껴져서일까?(하루키에 대한 논란은 사양합니다.^^)
어느 책'사이트에서 보니까 BEST와 WORST를 투표했는데 하루키의 신간이 모두 독식했던데요....
왜일까요..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읽을 때 칼바도스라는 술이 나와서 참 많이 맛보고싶어 했었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