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강산 - 신중현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네가 있고 내가 있네
손 잡고 가 보자 달려 보자 저 광야로
우리들 모여서 말해 보자 새 희망을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 와 부푼 내 마음
우리는 이 땅위에 우리는 태어나고
아름다운 이곳에 자랑스런 이곳에 살리라
찬란하게 빛나는 붉은 태양이 비추고
하얀 물결 넘치는 저 바다와 함께 있네
그 얼마나 좋은가 우리 사는 이곳에
사랑하는 그대와 노래하리
노래 불러요 아름다운 노래를
노래 불러요 아름다운 노래를
노래 불러요 아름다운 노래를
노래 불러요 아름다운 노래를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야지 말해야지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 지고
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 보고파
봄 여름이 지나면 가을 겨울이 온다네
아름다운 강산
너의 마음은 내 마음 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
너와 나는 한 마음 너와 나
우리 영원히 영원히 사랑은 영원히 영원히
우리 모두 다 모두 다 끝없이 다정해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 와 부푼 내 마음
우리는 이 땅위에 우리는 태어나고
아름다운 이곳에 자랑스런 이곳에 살리라

70년대의 신중현을 활자로 논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90년대 음악을 듣고 자라온 내가 가끔 TV를 보다가
70년대를 다룬 프로그램에 나오는 곡들을 흥얼거리면
어른들이 피식하고 웃으시면서
"니가 신중현이 만든 노래도 아니?"라고 말씀 하실 정도니...
일본기획사에서 초특급대우를 약속하며 귀화를 간곡히 부탁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일화가 헛소리는 아닌 것 같다.
한편.. 70년대는 정치적, 문화적 암흑기이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독재자 박정희 때문이었다.
박정희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파워로 대중들을 압박했고,
그 영향력은 예술인들에게도 변함없이 적용되었다.
유신정권 속에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검열을 당했던 곡들은
이미 유명한 대중음악계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그리고 검열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다름아닌 신중현이였다.
대표적인 사건 몇가지를 말하자면
김추자에게 주었던 곡인 '거짓말이야'는 유신정권이
국민들이 자신의 정치개혁에 이의를 달지 못하도록 많은 문화사업을 벌이던 와중
노래가사가 "거짓말이야"를 수십차례 반복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가사퇴페 및 '창법저속' 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펄 씨스터즈에게 주었던 '커피 한 잔'의 경우
"8분이 지나도 오지않네..9분이 지나도 오지 않네.."라는 가사가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남자를 기다리는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금지가 되기도 했다.
또 신중현 인생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미인'의 경우 역시
"한번보고 두 번보고 자꾸만 보고 있네...그 누구의 애인인가 정말로 궁금하네"등
가사가 남의 여자를 자꾸 처다보는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사퇴폐'와 '풍기문란'을 적용해 금지곡이 된 케이스였다.
이렇게 신중현을 필두로 한 예술인들을 탄압하던 정권에서
갑자기 그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생겼다. 이유인즉슨
자신도 나폴레옹처럼 자신을 찬양하는 곡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폴레옹장군이 유럽전역을 누비던 시절 베토벤은 영웅교향곡을 작곡해 그에게 바쳤으나,
나폴레옹이 베토벤의 기대를 저버리고 황제로 즉위하자
그를 위해 만들었던 헌사를 찢어 땅바닥에 버린 뒤 밟아버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신중현은 박정희의 이러한 요구에
정치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리고 몇분 뒤
다시 걸려온 전화는 조금 전에 걸린 전화보다 더 강압적인 단어들과 말투로 그에게 말했을 것이다.
그렇게 신중현은 청와대로부터 받은 전화를 끊은 뒤 한참을 고심했다.
두 달 후... 신중현은 곡 하나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것은 박정희를 찬양하는 곡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나라의 자연과 그 자연 속에서 도란도란 살아가는 민초들을 찬양하는 곡이었다.
그 제목도 찬란한 '아름다운 강산'이 바로 그것이었다.
박정희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이후 정부는 새마을운동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계속 된 문화탄압과 맞물려
신중현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대마초소지죄라는 명목상의 이유로 그를 감옥에 집어 넣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는 미8군 최고의 연주자였던 시절
히피들에게 받았던 대마를 피워 본 적은 있으나 그 때 몇 번의 경험 이후 대마를 끊은 상태였다.
거기에 집에 쳐박아 뒀던 대마를 피우고 싶다하던 동료들에게 나눠준 죄 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그를 대마초왕초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덤으로 남겨준 채
4개월간의 감옥생활과 활동중단 시키기에 이르렀다.
(당시에는 대마초에 관련한 법률의 기초가 세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고문과 갖은 옥중고초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다시 복귀했지만,
5년여간의 공백은 너무나도 큰 것이었고..대한민국은 그렇게
음악천재의 전성기를 날려버린 채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선희의 리메이크 버전을 주로 원곡으로 알고 있는 '아름다운강산'은
러닝타임이 8분이나 되는 대곡이다. 그리고 그 스케일만큼이나 큰 음악성과 메세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는 것이 없는 대곡이요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미군 마스타를 경험한 덕분인지 관악을 잘 이용한 곡 구성은
당시 유수의 해외밴드들이 멜로트론이나 신디사이저,오케스트라를 이용해 만들었던
분위기 못지않은 웅장함으로 수십년이 흐른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이의 심금을 울리는 듯 하다.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