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누구라도 고즈넉한 풍경 속을 걷고 싶어지는 계절, 짬을 내서 그녀들은 당일 여행을 계획했다. 갤러리가 있는 양평의 예술마을을 둘러보고 전망 좋은 수종사(水鐘寺)에도 올랐다. 쓸쓸한 계절, 심란했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하루는 생각보다 짧다. 찬란한 햇살은 다만 서너 시간, 어스름한 황혼이 찾아오는 것도 한순간이다. 짧은 이 계절을 붙잡기 위해 권민경 씨와 조은정 씨는 둘만의 여정을 준비했다. 둘은 한 번도 함께 서울 밖을 나서본 일이 없다. 그녀들이 양평으로 목적지를 정한 건 한가로이 갤러리 관람을 즐기는 은정 씨의 취향 덕이다. 의류학과를 졸업한 그녀들, 소소한 디자인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갤러리에 걸린 메릴린 먼로 팝아트에 관심을 보이는 은정 씨. 대학교 때 좋아하던 분야인지라 더 그녀의 눈길을 잡아끈다. 덕분에 직장 생활을 하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시절’도 떠오른다. 때때로 사물은 기억을 되살리고 기억은 잠시나마 현재를 잊게 한다. 은정 씨의 표정이 추억으로 가득 차는 것을 눈치 챈 민경 씨. 둘은 그림 앞에서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되살려내며 즐거워했다. 양평은 몇 년 전부터 예술가가 하나 둘 터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예술마을 역할을 하고 있다. 갤러리의 형태도 가지각색. 헤이리 예술마을과는 다른 자연스러움이 묻어 있다. 양평의 갤러리는 저마다 한 가지 특색을 갖춘 전문관. 이것저것으로 구색을 맞추지 않고 한 가지 테마를 고집한다. 그저 ‘아는 만큼 보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오만일까. 갤러리에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그녀들은 두물머리로 자리를 옮겨 신선한 바람을 쐬기로 했다. ‘두물머리’는 잡지 등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절경이다.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 황포돛배 두 척이 운치를 더한다. 사진에서 보았던 풍경이 워낙 아름다웠던지라 잔뜩 기대를 한 터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영화 촬영팀이 그곳을 전부 장악하고 있다. 영화 세트와 그들의 밥차가 두물머리의 아늑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그것조차 명랑한 그녀들에겐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지만…. 낙엽 밟으며 걷고 싶다면 수종사 수종사(水鐘寺)는 하늘에 닿을 듯 산꼭대기에 자리한 아담한 절. 좁고 구불구불한데다 자갈이 깔려 울퉁불퉁한 길은 차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험했다. 길은 꽤 길었지만 ‘부스럭부스럭’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걷기를 택한 사람이 많다. “우리 다음에는 편한 신발 신고 꼭 걸어서 올라오자. 차로 ‘휙’올라와 버리기엔 낙엽길이 너무 아깝잖아.” 민경 씨는 차 안에서만 바라보는 풍경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정상에 올라 절 안으로 들어서니 나무에 가려 있던 시야가 걷히고 강을 품에 안은 장엄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와! 안 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절은 어디나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느낌이 전혀 다른걸. 전망이 대단해.” 문득 따뜻한 차 한 잔이 마시고 싶어진다. 운 좋게도 차를 마실 수 있는‘삼정헌’의 가장 전망 좋은 테이블이 비어 있어 냉큼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절을 찾은 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차 공양. 수종사에서는 차를 따르는 소리마저 남다르다. ‘쪼르륵쪼르륵’ 찻물이 잔으로 떨어질 때 절을 찾아온 나그네는 마음의 평온을 얻으리라. 입구에 비석처럼 박힌 묵언 표지가 소음을 용납하지 않는지 절 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 어떤 감탄도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세상의 모든 소리와 잡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저 묵언 표지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어디든 조용하게 있고 싶을 때 옆에 꽂아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종교 건축물이라기보다는 누구나 말없이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다. 보살님의 친절한 다도(茶道) 설명에 분위기는 한층 고즈넉해진다. 수종사에서 영화 촬영지인 남양주종합촬영소까지는 자동차로 5분 거리. <공동경비구역 JSA>의 배경지 판문각, <취화선>의 저잣거리를 구경할 수 있는 남양주종합촬영소. 판문각은 거리상 서울에서 멀지 않지만 심리적으로 먼 땅이라 감회가 새롭다.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을 나온 어린아이처럼 두 친구는 마냥 천진하다. 그러는 사이 가을 어스름이 슬그머니 찾아왔다. 시곗바늘은 5시를 가리키기도 전인데 뭐가 그리 급한지 해는 서둘러 떨어진다. 돌아오는 차 안, 아직도 그녀들의 하루 산책은 끝나지 않았다. 노을 지는 풍경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동차 행렬을 바라보며 못다 그린 오늘 하루의 나머지 그림을 그려넣기에 여념이 없다.
|
발췌 : 애니카라이프
첫댓글 이제 동창회때 보면 되지 않겠니? 뭘 또 놀러다니냐~~ ㅋ 그냥 집에서 자!!!~~ ㅋㅋㅋ
넘 보고싶어 눈가가 짖물느러해서,그러잔여.
이번주 일요일에 매운 닭발 먹으러 갈건데, 같이 갈 친구들 애기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