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 내년 4~5월께 거제동 '가마골' 소극장 개관
서울 게릴라극장과 연계 공연…"지역의 젊은 연출가들 발굴"
경남 밀양에 연극제작 시스템을 두고 서울 등지에서 활동 중인 연희단거리패(예술감독 이윤택)가
부산에 소극장을 열기로 해 향후 지역 연극계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희단거리패는 25일 부산치과의사신용협동조합이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신축 중인
11층(지하 2층, 지상 9층) 건물 지하에 소극장(181석, 면적 559.90㎡)을 내년 4~5월께
개관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극장에는 '가마골'이라는 이름이 부여되고 현재의
'가마골'(부산 중구 광복동)은 다른 이름으로 운영된다. 최근 몇 년 동안 '가마골' 소극장은
연희단거리패가 상호명을 갖고 이 극장에 일부 작품들을 공급하고, 극장은 박태남 씨 측이
운영해왔다. 이 극장이 개관되면 '가마골' 소극장이 '거제동 시대'를 맞는 셈이다.
거제동 '가마골'의 대표는 이윤주(연희단거리패, 연출·배우) 씨가 맡는다.
이윤주 씨는 소극장 개관과 관련, "태생이 부산 출신인 우리 극단은 2001년부터 광복동의 현재 소극장에서 (작품제작과) 기획을
분리해 운영해 왔지만, 그렇게 하다보니 원래 연희단거리패가 가졌던 정신이 퇴색되는 것 같았다"며 "'가마골'이 개관되면 연희단거리패의 부산 출신 배우들이 포진되고 이윤택 남미정 이윤주 연출로 레퍼토리가 올려진다. 또 이 극장은 서울의 게릴라극장과 연계돼 부산 시민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또 부산의 젊은 연출가들을 발굴 또는 소개할 수 있는 각종 기획전도 마련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연희단거리패는 서울의 게릴라극장과 작업장 성격의 '밀양연극촌'을 운영 중이고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광복동에 있는 현재의 '가마골'이 서울 대학로에서 인기를 끄는 공연들을 자주 상연하면서 지역 연극인들은 가마골 원래의 정신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해왔다. 평론가 김문홍 씨는 지난 3일 있었던 '부산연극과 소극장 운동' 세미나 발제를 통해 "이윤택이 지금의 광복동 '가마골 소극장'과 결별을 선언한 것은 지금의 소극장이 본래의 연극 운동으로서의 실험적 작업과는 다르게 일반 상업적 대중극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희단거리패가 직접 운영하는 극장이 부산에 들어선다는 것은 극장 한 곳이 부산에 더 생기는 것 외에도 부산 연극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 공연계의 한 인사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서울 게릴라 소극장 등 전국적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이 극단이 지역에 극장을 만들면 30, 40대 연극인들과 연합할 수 있다. 소극장을 갖지 못하거나 기회가 적었던 이들이 거제동 '가마골' 소극장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며 "이윤택 씨 측과 부산 연극계가 선의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 연극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역 연극계가 침체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연희단거리패 독식 구도로 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 '소극장운동협의회' 실무자인 심종석 (노동문화예술단 일터) 씨는 "부산 지역 연극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면 환영하는 입장이다. 부산에서 제작된 작품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상호 소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86년 7월 연출가 이성규 씨와 이윤택 씨가 의기투합해 용두산 공원 계단 인근에 첫 개관된 '가마골 소극장'은 개관 초반에는 '죽음의 푸가', '히바쿠샤' 등을 공연했고 이후 중앙동, 광안리 등지로 옮기며 성장했다. 그간 '가마골'은 부산 연극의 '산실'로 자리매김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