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제 축소, 가점제 분양 성적은?

[현암]

청약제도가 변경된다. 무주택 기간이나 부양가족 수 등을 점수로 환산해 고득점자에게 새 아파트를 우선으로 공급하는 청약가점제도가 2007년 9월 본격 시행됐지만 지속된 분양시장의 침체여파로 청약가점 적용 대상이 전용면적85㎡이하로 제한된다. 적용비율도 현행 75%에서 40%로 완화된다. 유주택자에게도 가점제 청약 1순위 자격이 부여됨에 유주택자나 가점이 높지 않은 수요자들도 당첨될 확률이 높아졌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은 이달 13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쳐 5월말~6월초에 시행될 예정이다.

부동산114(www.r114.com)는 청약제도 변경을 앞두고 청약가점제가 도입된 2007년 9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공급된 민영주택 8422개 주택형을 대상으로 청약결과를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청약가점에 따라 당락 윤곽을 그릴 수 있지만 최근 청약성적이 저조해진 수도권은 청약경쟁과 당첨가점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지방 분양시장만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완화된 청약조건이 청약경쟁률을 높였지만 당첨가점수준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85㎡초과 수도권 민영주택, 당첨 평균가점 2009년 55점->2013년 24점
수도권 분양시장 침체로 청약경쟁, 당첨가점 의미 찾기 어려워

수도권 분양시장은 ▲2009년 평균 4.4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 평균 청약가점도 52점을 기록했다. 서울의 가재울, 흑석 뉴타운 분양 그리고 광교신도시, 판교신도시, 송도국제도시 등이 분양시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기존 주택시장의 가격 하락과 거래 부진이 지속되자 신규 아파트 시장도 침체로 이어졌다. ▲2010년 2.4대 1 ▲2011년 0.9대 1 ▲2012년 1.7대 1 ▲2013년 1.6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당첨 청약가점은 △2010년 52점 △2011년 28점 △2012년 37점 △2013년 33점을 나타냈다.

가점제가 폐지되는 전용면적85㎡초과 아파트의 청약결과는 분양시장 분위기에 따라 더욱 극명한 성적을 보였다. ▲2009년 5.9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평균 당첨가점 역시 55점을 나타내며 청약경쟁이 치열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에는 ▲2010년 2.9대 1 ▲2011년 0.8대 1 ▲2012년 1.6대 1 ▲2013년 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겨우 순위 내 접수를 마감했고 당첨 청약가점 역시 낮았다. △2010년 54점 △2011년 33점 △2012년 32점 △2013년 24점을 나타내며 청약경쟁과 당첨가점이 큰 의미를 보이지 못했다.



지방 분양시장 호조세, 청약 경쟁 후끈
청약자격 완화로 당첨 평균가점은 비슷해

지방 분양시장은 ▲2011년 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이후 ▲2012년 3.5대 1 ▲2013년 2.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청약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의 강세와 청약조건 완화에 따라 신규분양시장에 청약경쟁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은 2010년 2월 지자체장 자율에 따라 청약가점 적용 비율을 조정할 수 있게 했고 청약1순위 자격요건도 가입기간 6개월 이상으로 완화했다. 또 2012년 2월에는 수도권과 같이 주택청약 가능지역을 도단위로 확대하는 주택청약 광역화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한편 당첨가점은 높지 않았다. 청약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2011년 평균 당첨가점 33점을 나타냈고 △2012년 26점 △2013년 36점을 보였다. 면적별로는 전용면적85㎡이하의 중소형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청약경쟁도 치열했고 당첨가점도 높았다. ▲2011년 33점 ▲2012년 26점 ▲2013년 37점을 나타냈다.



청약제도 변경, 유주택자 새 아파트 당첨기회 높아졌지만
침체된 분양시장 감안하면, 당장의 실효성을 기대하기엔 어려워

청약가점제는 무주택자 등에게 가점을 부여해 주택을 우선 분양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투기수요를 진정시키고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청약제도다. 하지만 주택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당첨 가점의 의미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유주택자나 가점이 높지 않은 수요자들도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범위가 확대돼 침체된 분양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하지만 침체된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청약제도 변경이 당장의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청약제도가 변경된다 하더라도 실제 구매력이 살아날지는 분양단지의 가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인기단지에 수요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고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근본적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정부 대책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