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도 한정판이 있다면 여기일까. 연중무휴의 보통 여행지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더욱 아득하고 신비롭게만 느껴진다. 간헐천과 수많은 협곡, 계곡까지 살아있는 지구의 모습을 지켜내며 자연이 허락한 기간에만 속살을 드러내는 곳, 바로 옐로스톤국립공원이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동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계 최초의 청정 국립공원이란 타이틀에 맞게, 인간의 발자국이 닿을 수 있는 기간은 1년 중 고작 5~6개월뿐이다. 옐로스톤으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에는 지금이 최적기인 셈. 각양각색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 채워진 옐로스톤의 세상 속으로 초대한다.
‘노란세상’을 향한 첫걸음
미국 중서부의 옐로스톤국립공원은 와이오밍주, 몬태나주, 아이다로주에 걸쳐 위치해 있다. 1872년 3월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하면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1978년에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미국의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 1위로 손꼽히는 이곳은 그랜드캐니언국립공원, 요세미티국립공원과 함께 3대 국립공원으로 불리며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곳의 지명은 황 성분으로 인해 노랗게 변색된 바위들을 보고 지어졌다. 처음에는 프랑스인 모피 사냥꾼들이 원주민의 부족 이름을 따서 ‘노란 돌(Roche Jaune)’로 불렀고, 시간이 흐른 뒤 미국인들이 영어식 이름인 옐로스톤(Yellowstone)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공원의 크기는 약 9000km2로 우리나라의 충청남도보다 넓으며 그랜드캐니언국립공원과 비교했을 땐 세 배에 달한다. 사각형으로 생긴 국립공원의 중심부에는 8자 모양의 그랜드 루프 로드가 있다. 위쪽 원은 ‘어퍼(Upper)루프’, 아래쪽 원은 ‘로어(Lower) 루프’라고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이 두 루프를 다 돌면 옐로스톤 여행은 마무리된다.
1년 중 절반만 개방되는 옐로스톤국립공원을 여행하기에는 5월~9월이 가장 좋다. 특히 여름철이면 기온도 적절해 많은 것을 즐기고 느낄 수 있는데, 워낙 공원 면적이 큰 탓에 걸어서 이동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공원 내에서 운행하는 투어버스를 타거나 렌터카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지도를 미리 확인한 뒤에 여행 계획을 세우면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행의 시작은 방문자 센터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박물관처럼 꾸며진 센터에서는 다양한 시각 자료가 준비돼 국립공원의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추천 명소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옐로스톤국립공원은 전 세계의 어느 곳보다도 생동하는 지구의 모습을 직접눈앞에서 감상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실제로 200만 년 전부터 대규모 화산 폭발이 있었고, 현재도 그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분화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을 증명해 보이듯 공원 곳곳에는 뜨거운 물기둥과 수증기가 솟구치는 300여 개의 간헐천과, 크고 작은 온천이 1만 여개나 산재해있다. 시야를 현혹하는 선명한 색감의 신비로운 풍광과 더불어 부글거리는 소리와 특유의 매캐한 냄새는 여행 내내 오감을 자극할 것이다. 이런 강렬하고 자극적인 경관과는 달리 고요하고 목가적인 풍경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맑고 푸르른 호수와 우거진 나무, 알록달록한 야생화가 가득 핀 평화로운 초원, 그리고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야생동물들이 무리 지어 서식하는 모습에서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새로운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진짜 야생을 만나다
옐로스톤은 크게 레이크 컨트리, 캐니언 컨트리, 루스벨트 컨트리, 매머드 컨트리, 가이저 컨트리로 나뉜다. 이 5개 지역은 8자 형태의 도로로 연결돼 있다. 8자 도로는 그랜드 루프 로드라 불리는 길이다. 대부분의 관광명소는 지역별 인포메이션센터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어 효율적인 여행을 위해서는 동선을 미리 짜두는 게 좋다.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국립공원 내 가장 큰 호수로 알려진 옐로스톤 호수. 둘레 약 160㎞로 푸른 하늘이 그대로 비춰진 물결과 침엽수림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나 볼 수 있다. 호수 서쪽에 위치한 웨스트섬에서는 형형색색의 분출구가 눈에 띈다. 이제 막 끓는점에 도달한 것같이 솟아오르는 수증기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옐로스톤은 전 세계에 분포한 간헐천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300개의 간헐천을 품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간헐천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은 단연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이다. 어마어마한 크기는 물론 이름처럼 오랫동안 충실하게 규칙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시간에 하늘 높이 뿜어내는 열수와 수증기를 만날 수 있다. 간헐천은 지하의 깊은 곳에서 상승한 고온의 열수나 수증기가 지하수를 만나면 일어나는 현상인데, 보통 7~8분 간격으로 고온의 물기둥이 뿜어져 나온다. 올드 페이스풀도 70분마다 40∼50m 높이의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는데 이 광경은 4분 정도 계속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처음 발견되었을 때부터 분출되었다는 이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오랜 시간 이어져온 대자연의 장엄한 생명력이 함께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