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스크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가 무차별적으로 그리고 무단으로 글을 올립니다.
9. 오! 해피데이의 김수미
<오! 해피데이>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 돼지갈비집 주인으로 나와 온갖 "삐리
리"로 점철된 질펀한 욕설을 내뱉는 김수미의 "욕설 카리스마" 다.
가발과 가죽점퍼 그리고 손목시계까지 손수 준비한 그녀는 대량의 욕설을 속사포로
쏟아내며, 아직 연기 초보인 젊은 연기자들과 "내공 차이"를 확실히 보여준다.
"우리 아무 사이 아니예요" 라며 고개를 젓는 박정철에게 날리는 회심의 한마디.
"X 까지마 새꺄~."
10.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의 박상면과 유아독존의
신은경
카메오에도 상부상조가 있고 품앗이가 있다. <조폭마누라> 에서 부부의 연을 밎은
박상면과 신은경.
먼저 도움을 준 건 박상면이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에서 커플 매니저
신은경에게 주절주절 얘기를 늘어놓던 박상면의 한마니.
"저... 낯이 익은데, 작년에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은데요?" 그 대사에 관객을은 뒤집
어졌고, <유아독존> 에선 신은경이 가위를 들고 나와 설치며 은혜에 보답한다.
두 사람, 질긴 인연이다.
11. 엽기적인 그녀의 김일우와 색즉시공의 박준규
한사람이 한편의 영화에서 최다 몇 번까지 카메오로 출연할 수 있을까? 중견배우
김일우는 <엽기적인 그녀> 에서 이를 몸소 실천한다.
차태현이 전지현을 업고 들어간 여관방 액자에 신문기사로 걸려 있던 다섯 쌍둥이
(일명 "독수리 5형제")를 홀로 연기한 그는 여관 주인, 지하철 역무원, 자해공갈범,
학교 경비 등으로 출연한다.
(한 명은 어디 갔냐고? 여관 장면에서 카운터에 있는 사람이랑 여관방으로 물 가지
고 올라온 사람, 자세히 보면 의상이 다른 두 사람인셈).
김일우의 정신을 훌륭히 계승한 사람은 바로 <색즉시공> 의 박준규. 남창희와 짝을
이뤄 지하철 치한에서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그리고 좀도둑으로 종횡무진 활약한다.
12. 복수는 나의 것의 류승완과 올드보이의 용이
박찬욱 감독의 카메오 원칙 하나. 후배 감독을 꼭 중국집 배달부로 출연시킨다는 것
다.
과거 자신의 연출부였던 류승완 감독을 <복수는 나의 것> 에서 자장면 배달부로
전략시킨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에서 이 영화의 예고편을 만들기도 한 용이
감독에게 군만두를 배달시켰다.
공통점이 있다면? 배달되는 곳은 잔인한 폭력과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장소라는
점.
한편 연출부 시절의 류승완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3인조에> 악기점 점원으로 출연
해, 대사 한마디 없이 묵묵히 자장면을 먹는 연기를 소화했다.
13. 하면된다의 박인환, 나문휘, 이윤성, 고호경
집단 카메오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 <조용한 가족> 의 조감독 출신인 박대영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 그 <조용한 가족>을 다시 불러모아 영화를 끝낸다.
이 장면, 혹시 속편을 예고하는 건가 궁금해하는 관객돌도 계셨지만... 아직 소식은
없다.
14. 죽이는 이야기의 최민수
"민수 형님"이 <조폭 마누라> 처럼 "쎈" 영화만 선택하시는 건 아니다.
<죽이는 이야기>에서 고구마 앞에 서서 이상한 사팔뜨기 눈을 하고 내뱉는 대사!
"(특유의 착 가라앉은, 일면 "최민수 톤"으로) 이게 뭔지 알아?
개눈이야. 개눈엔 뭐만 보이는지 알아? 똥만 보여." 자신의 터프 가이 이미지를 자신
이 희화시키는 이 장면은, 최민수라는 배우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15. 찜의 김승우, 이상인, 권해효
카메오 문법에 점증법이 있다면 찜의 김승우, 이상인, 권해효는 모범 답안이다. 김혜
수의 맞선 상대로 등장하는 그들.
김승우는 핸섬한 외과의사. 벌건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피하지방이니 고름 등 업계
(?) 용어를 서슴없이 던져 밥맛 떨어지게 만든다.
두 번째 상대 이상인은 젊은 판사. 여자의 취향은 상관없이 경상도 사투리로 지루한
법률 얘기만 늘어놓는다.
최악의 상대 권해효가 그녀를 이끈 곳은? 헤비메탈 음악이진동하는 클럽.
대화는 무슨 대화! 음주와 헤드뱅잉으로 그녀의 맞선은 그렇게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