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는 처절한 동족상잔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는 비극의 현장(tragedy)인 동시에
수십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생태의 보고(treasure)이기도 하다.
항공촬영은 조선일보와 국방부 ·육군본부가 6·25 60주년을 맞아 함께
추진하고 있는 'DMZ 종합기록물' 제작사업의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다.
▲ 남·북방한계선, 그 뒤에 금강산댐 한반도를 가로지른 비무장지대(DMZ). 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풍광 속에 숨죽인 동족의 긴장이 웅크리고 있다. 멀리 금강산 봉우리가 보이고, 그 아래 금강산댐이 머금은 푸른 물, 북방한계선과 북한 최전방 경계소초(GP), 그리고 오른편 아래쪽에 우리의 GP가 외롭게 서 있다(Canon 1D Mark Ⅳ 70~200㎜ 촬영). /DMZ 특별취재팀
하늘에서 내려다본 DMZ는 예상 밖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이었다.
고라니가 물을 마시고 두루미가 철책을 넘어 날고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적막만이 흘렀다. 57년 전 멈춘 전쟁, 그러나 57년간 계속돼온
전쟁의 한복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DMZ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 한반도 전체의 평화도 끝장나기 때문에 DMZ는
늘 평화를 가장(假裝)해야 하는 곳"이라고 취재팀을 안내한 정훈장교는 말했다.
▲ 펀치 볼 전경… 가운데가 움푹 파인 모양이 화채그릇을 닮았다 하여 6·25전쟁 당시 미군들이‘펀치볼(Punch Bowl)’이라 이름 붙였다는 강원도 양구군 분지(盆地). 해발 1100m가 넘는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이곳은 6·25 격전지였다. (Canon 1D Mark Ⅳ 16~35㎜ 촬영). /DMZ 특별취재팀
고지마다 남한과 북한의 GP가 서 있는데 남한 GP는 성채와 같은 콘크리트 건물
전체가 드러난 반면, 북한 GP는 작은 초소 하나만 솟아 있었고 막사와 벙커는
초소 뒤와 땅밑에 숨겨져 있다고 한다. DMZ 안에 이런 GP를 남한은 80여개,
북한은 200개 이상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지를 곧게 달려오던 철책은 강원도 화천 산악지대로 접어들면서 거친
산등성이를 S자로 타고 돌며 올라갔다. DMZ 전체에서 산림은 75%를 차지한다.
초지가 20%, 농지와 습지가 각각 3%, 1%쯤 된다. 장엄한 산세가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거렸고 뾰족한 산꼭대기마다 GP와 일반전초(GOP)가 위태롭게 걸려 있었다.
각각의 GP에서 남방한계선 통문까지를 잇는 수색·보급로는 마치 긴 뱀 꼬리가
엉켜 있는 듯했다. DMZ 안 남한 GP에서 북을 향해 놓인 추진철책(군사분계선
쪽으로 더 전진시켜 놓은 철책)과 북한 GP에서 남으로 설치한 추진철책이
아슬아슬하게 맞닿은 곳도 있었다.
▲ DMZ 특별취재팀이 탑승한 헬기의 항로를 인도하고 있는 선도 헬기. /DMZ 특별취재팀
헬기가 강원도 양구 에 진입할 무렵 갑자기 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DMZ 북한지역에 산불이 난 것이다. 산줄기가 층층이 앞을 가려 불이 난 지점이
보이진 않았지만 DMZ 안에선 이런 날이 자주 있다고 했다. 나무와 수풀을 태워
없애 시계(視界)를 확보하려고 일부러 불을 지르는 화공작전 탓이다. 단장의 능선, 피의 능선 등 양구에서 인제를 지날 때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하나같이 수많은 사람이 피 흘려 죽은 6·25 격전지들이었다.
헬기가 남방한계선 위로 이동했기 때문에 민통선 지역인 펀치볼·용늪·향로봉
등은 DMZ 반대쪽인 남쪽에서 보였다. 창공을 날아오던 헬기는 백두대간에 들어서면서 산속으로 비행했다.
사천리계곡·고진동계곡·오소동계곡을 넘어갈 때 헬기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스치듯 날았다. 그만큼 봉우리는 높았고 골짜기는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공중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깊었다. 산의 꼭대기가 지붕처럼 길게 연결된
뾰족한 선을 따라 철조망이 말의 목덜미에 난 갈기처럼 돋아 있었다.
거기서부터 천길만길 아득한 골짜기 아래까지를 잇는 수천 개의 계단을 오르내
리며 경계근무를 서느라 무릎 관절염에 시달린다는 병사들 얘기가 실감이 났다.
눈 덮인 백두대간을 뚫고 나오니 곧바로 탁 트인 동해바다였다.
강원도 고성의 우리나라 최북단·최동단 GP가 동해를 배경으로 서서 금강산을 향해
호령하고 있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하던 호수라는 감호와 아홉 명의
신선이 바둑을 뒀다는 구선봉의 기암절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지만, 바위 사이사이로 보이는 북한군 벙커들이 감상에 젖을 수 없는 DMZ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헬기는 고성을 찍고 돌아 속초비행장에 내려앉았다. 60년을 기다려온 풍경을
가로지르는 데는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최전방 경계소초(GP·Guard Post) DMZ 안에서 상대편 동향을 감시하는 곳. 한국은 80여개,
북한은 280여개를 설치해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일반전초(一般前哨·GOP·General Outpost) 남방한계선에 설치된 소초. 소초(小哨)는 적은 인원으로 경계 임무를 맡은 부대,
초소(哨所)는 보초를 서는 장소를 뜻한다. ☞ 군사분계선(MDL·Military Demarcation Line)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당시 만들어진, 남과 북을 가르는 경계선.
서해안 강화부터 김포·파주·연천·철원·화천·양구·인제를 거쳐
동해안 고성까지 길이 155마일(248㎞)이다. ☞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 MDL로부터 남과 북으로 각각 2㎞ 떨어진 남방한계선~북방한계선 사이
폭 4㎞의 완충지대. 적대행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정전협정 당시 설정했으며
군대 주둔·무기 배치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 민통선(CCL·Civilian Control Line) 남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5~20㎞에 군사작전·시설보호·보안유지를 목적으로
만든 민간인통제구역 구분선. 농사·개간 등을 위해 민간인 출입통제를 완화한
마을들(통일촌 등)이 있다.
카페 게시글
◈ ─………환경사진방
처절한 동족상잔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는 비극의 현장
대머리
추천 0
조회 123
10.06.19 09:31
댓글 0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