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연구소로 시작, 대학원 수준의 커리큘럼 갖춰
'정보디스플레이'라는 이름이 매우 낯설다. 하지만 사실 디스플레이 분야는 우리 실생활과 매우 밀접하다. 우리가 매일 보는 TV, 핸드폰·PC 등 디지털 기기 화면을 연구하고 제작하는 것이 바로 정보 디스플레이 분야다.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는 세계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장진 교수가 이끄는 디스플레이연구소에서 출발했다. 연구소 출신 대학원생들이 관련 기업으로 진출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학과 설립으로 이어졌다. 학과 모집정원은 본래 40명이었으나, 2년 전 특성화사업단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3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60명으로 늘었다. 학과장인 권장혁 교수는 "정보디스플레이학과는 국내 최초로 학과가 개설된 만큼 교수진, 커리큘럼, 연구시설 등 모든 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대학의 전폭 지원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의 가장 큰 장점은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우선 장학혜택이 많다. 수능 3개 영역(수리 가형, 과탐, 외국어) 중 수리영역 '가'형 1등급, 그 외 2개 영역 2등급 이내인 자를 선발하는 산학협동 장학금을 비롯해 다양한 교내외 장학제도가 마련돼 있다. 산학협동장학제도는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며 기숙사를 우선 배정한다.
특히 수능 상위 5% 이내 학생에게는 4년간 전액장학금, 기숙사비, 월 30만원의 생활비까지 지원한다. 장학혜택 대상자가 이공계 국가장학생으로 선발될 경우에는 월 50만원의 교재비, 기숙사비, 해외 자매학교에 석사학위과정 유학 시 연간 1만 달러의 유학비를 준다. 크고 작은 장학혜택을 받는 학생이 50%를 넘는다.
3학년 우희철(20)씨는 "고3 때 원하던 학교·학과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반수를 고민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과 학교 측의 지원에 마음을 바꿨다. 인재를 키워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국내외 인턴십 제도도 활발히 운영한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을 선정해 방학 중 인턴십을 실시하며, 졸업까지 인턴십으로 최소 6학점을 이수하게 한다. 또 2~3학년 때 재학생 전원이 프랑스와 영국, 대만의 자매대학에서 4주간 학술연수를 받는다. 비용은 전액 대학에서 부담한다.
지난해 대만에서 학술연수를 받고 돌아온 3학년 서홍규(24)씨는 올해 프랑스 에꼴폴리텍에서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를 넘나드는 분야다. 해외연수는 기술과 지식뿐 아니라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는 데 좋은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 인턴십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현장을 찾아 디스플레이 제작공정의 맨 아래 단계부터 직접 체험한다.
1학년 때 LCD제작 중소기업에서 인턴십을 한 2학년 윤지호(21)씨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1학년은 대부분 제작공장에서 일한다.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나라가 왜 LCD분야에서 세계최고라 불리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영어 강의 50%
연구 시설과 실험 기자재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비했다. 6인치급 LCD 등을 공정 시작단계부터 패널의 완성단계까지 제작해 볼 수 있다. 4학년 박동주·남기식(24)씨는 "비싼 실험비를 대학에서 전폭 지원한다. 타학교 학생들이 접해보지 못한 것을 많이 경험할 수 있어 우리 학과생들의 실력이 월등하고 그만큼 취업에서도 유리하다"고 했다. 특히 정보디스플레이 대학원 과정은 국내외 기업들과 손잡고 세계 일류수준의 기술을 연구하며 최고로 인정 받고 있다. 프랑스 명문 에꼴폴리텍과 복수 석사학위 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우수한 교수진과 독자적인 커리큘럼도 자랑이다. 1학년들은 입학 후 물리, 화학, 미·적분학, 공학 수학, 디스플레이 기술경영, 디스플레이 개론, 전자회로, 반도체 등 기초과목을 배운다. 2학년부터는 액정 디스플레이 및 실험, 유기발광디스플레이 및 실험, 플라즈마 및 전계방출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전자기학 등 전문적인 내용을 배운다. 외국인 교수를 5명 채용하는 등 영어강의가 50%를 넘는다.
2학년 최현규(22)씨는 "타 학교에서는 대학원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학부 때부터 배운다. 그만큼 수업 내용이 어렵고 숙제도 많지만,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덕분에 첫 졸업생이 배출된 지난해부터 취업률은 2년 연속 100%를 달성했다. 권 교수는 "학생들을 기업을 보내면서 '더 가르칠 내용이 없을 것'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수준 높은 교육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자부심과 단결력 높아
대학의 지원 아래 소수의 인재를 키우는 만큼 재학생들의 자부심과 단결력도 매우 높다. 많은 학생들이 학과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단결력'을 꼽았을 정도다. 선배들의 영향을 받은 신입생들의 각오 또한 다부지다.
반수를 해서 입학한 1학년 윤영준(21)씨는 "이전에 다니던 공대에서는 '힘들다'고만 할 뿐, 교수·선배 누구도 비전을 보여주지 않아 재수를 결심했다. 반면 여기는 입학 전부터 뚜렷한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1학년 배동열(19)씨 역시 "다양한 지원제도, 커리큘럼, 비전 등을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장차 대학원까지 진학해 디스플레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조선일보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2009.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