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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거의 바로 동방으로 오라는 대장님의 호출이 와서 긴장과 설레임을 가진 채 동방으로 걸어갔다.
두번째 산행 계룡산 암벽 .. 참 스펙타클하지 않은가 ..
동방에 도착하고 서둘러야 한다는 말에 급히 베낭싸는 법을 배우고 침낭부터 조심스럽게 .... 아니 꽉꽉 눌러넣었다.
대장님은 가지런한 헤더로써 산악인간지를 내뿜고 싶어하셨다.그렇게 결국은 완성됐다. 나와 2박 3일을 같이 할 녀석이 ..
무게가 궁금했던 나를 보고 대장님은 그 무게추에 달아주셨다. 2...5kg ?
25kg ...? 가늠이 안 간다 전혀 알 수 없었다. 이 떄까지는 ..
대장님의 집에 식량이 있었기 떄문에 챙기러 베낭을 메고 셋이서 궁동을 가로 질러 걸어갔다. (대장님,나,민섭이형)
또 내피가 없었기 때문에 아웃도어전문점을 들렸다가 유성온천역 5번출구 버스정류장에서 동학사종점 107번 버스를 기다렸다.
아 느낌이 온다 .. 어깨로부터 팔을 짓누르는 이 느낌 .. 장난아니다 ..
버스를 타고 갈 때, 잠시 내려놓고 핸드폰을 만지는데 손이 왜 떨리는 지 ..
도착했다. 느낌에 동학사가 이렇게 가까웠나 싶을 정도로 쉬는 시간이 짧았다.
대장님은 군대가기전에 와봤기 때문에 길이 기억나다말다하셨다. 그래도 다행히 야영장으로 잘 찾아들어갔다.
우린 마치 살림을 차린 듯한 빨간 텐트에서 저만치에 텐트를 쳤다. 매트리스를 깔아놓고 베낭을 풀고는 OB형들을 기다리며 잠깐
들어가서 쉬는데 .. 그 버얼건 살림차린듯한 텐트에서 오신 듯한 할아버지가 물었다.
버얼건 살림차린듯한 텐트에서 오신 듯한 할아버지 왈 : '어이 ~ 젊은이들 매트리스 3개로 되것어 ~ 밤되면 추워 ~'
대장님 왈 : '아 ~ 괜찮습니다 ㅎㅎ.'
버얼건 살림차린듯한 텐트에서 오신 듯한 할아버지 왈 : '아 그래도 그렇지 ~ 저기 보이지 저 텐트 나 저기 있으니까 뭐 필요하면 말혀 알았제 ~ ?'
대장님 생각 : 동방에서 가장 좋은 거 가져왔는데 ... 뭐가 잘못됐나 ?
그러고는 좀 있다가 OB형들이 하나둘씩 오셨다. 어 .. 식량을 괜히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풍족해진다.
텐트 옆에 자리를 잡고 가운데다가 불을 피웠다. 많은 음식,술,얘기들이 오갔다. 처음엔 민섭이형이 고기를 구웠는데 현민이 형이 답답하셨는지 요리사를 자처하셨다. 현근이 형은 사진작가를 자처하셨다. 여러 얘기들이 있었는데, 기억나던 건
경수형이 현민이형에게 사랑의 맴매를 줌으로써 현민이형이 사람이 되었다는 얘기랑 비행기게임대회에서 1등을 해서 비행기를 타보셨다는 현근이형얘기 .. 조종사가 왜 이렇게 많이 아냐고 물었는데 현근이형은 다 메뉴얼보면 나온다고 대답하셨단다.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고 pet로 된 소주들은 비워진다.
산에서 술먹으면 안 취한다고 하던데 아흐.. 취한다. 술을 이렇게 많이 먹은 건 처음이다.
학천이형이 말하셨다. '막내는 내일 아침해야되니까 이제 들어가 자봐 ~'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감이 안 왔는데 그냥 들어가 잤다.
4월 2일 토요일
알람을 하지 못한 채 잤는데, 뭔가 본능적으로 6시에 몸이 눈을 떴다. 부랴부랴 떡국 재료들을 내놓고 식기들을 씻어왔다.
뭘 할지 모를 즈음에 민섭이형이 구세주처럼 텐트에서 누추한 모습으로 나오셨다. 요리를 못한다는 건 큰 능력부족이었다.
물을 퍼오고 떡을 불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담아먹을 그릇이 없어보여 오늘 아침 9시에 오기로했던 미네형에게 문자를 했다.
'종이컵 좀 사오세요 그릇대용' 7시 20분쯤이었다. 대답이 없다. 불안하다. 배낭이 눈에 보인다......
떡국이 완성됐고 그나마 있던 종이컵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셨다. OB형들은 맛있다고 하시면서 먹었는데, 난 솔직히 맛없었고 속도 안 좋아서 손이 안 갔다. 식사가 끝나고 대충 산행을 위해 준비를 하는데, 현민이형과 근호신대장형이 내려갔다 오시더니
계룡산 암벽은 모두가 금지되어서 할 수가 없다는 소식을 들고 오셨다.
좀 있다 가서볼테니 걸리지 말라는 식으로 말한 거보면 예전 형들이 몰래 하시다가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OB형들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대둔산을 가리키셨다. 부랴부랴 베이스캠프를 옮기려고 서둘렀다.
학천이형, 현탁이형, 민섭이형, 나 이렇게 차를 타고 대둔산으로 향해 달렸다. 민섭이형은 곯아떨어지셨고,
현탁이형은 이런 얘기를 했다.
여름에 열대야가 심해서 밤에 잘 수가 없어서 산에 올라가서 자면 시원할텐데 하시면서 챙겨가지고 갔는데 태풍이 몰아쳣다고..
나로썬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얘기다.
항상 아빠가 더위에 죽을라하던 내게 그러셨다 .. 가만히 있어봐 그럼 안 더워 ..
아무튼, 모두 안전히 대둔산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조금 올라가면 텐트를 칠 곳이 있었는데, 현탁이형은 당해보라는 듯이 바위하고 내려올 때 치자는 말을 했다.
그 때는 잘 몰랐다. 바위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지 ..
잠시 까먹었었다. 내 베낭이 25kg였는지 ..
경수형과 현민이형을 선두로 바위까지 올라가는 길, 도저히 말이 안 나온다. 대신에 땀이 줄줄 나온다. 어깨에 힘이 들다보니 다리는 멀쩡했고 숨이 차올랐다. 아 도착했다. 근데, 먼저 베낭을 내려놓으시지 않는다. 다 오실때, 드디어 내려놓고서
경수형이 나지막히 말하신다. '원래 다 올 때까지 베낭메고있다가 다 오면 베낭 내려놓는거다'
전 날 모닥불 피운 자리에서도 나지막히 말하신 게 기억났다. 대장형이 술 따를 때 대고 따랐는데, 그 때도 나지막히
'윗사람한테는 대고 따르는 거 아니다.'
그러고는 본격적인 암벽을 하기 위해 여러가지 수칙과 노하우들을 알려주셨고 배웟다. 두근두근거렸다.
현탁이형이 탑을 서고 올라가는 데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았다.
다람쥐처럼 암벽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곤 차례가 와서 올라섰는데, 장난아니다 ...
손에 힘이 빠지고 중간에 하강을 해버렸다 ...
내려와서 내 다음으로 가는 민섭이형을 봤다. 뭔가 부실하면서도 잘 올라간다. 결국 끝을 보고 온다.
현탁이형이 내려와서 묻는다. '너 이 자식 잘 탈 것같이 생겨서 왜 못 올라가 ?'
난 그때까지만해도 농담할 기운이 있었나보다. '한 번쯤은 중간에 내려와줘야죠 헷' 이런 식으로 말했었다.
지금으로썬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나의 실력을 알았으니까 ...
형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형들은 저 왼쪽으로 코스를 옮기시고 남은 형들이 가장 쉬운 코스로 날 부르셧다. 막내라서 끝은 찍고 와야하니까 그런 듯 싶었다. 뭔가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현탁이형이 등산화로 올라가는 거 보고 더 생겼다. 그. 러. 나.
진심 암벽을 못 탄다는 것을 느꼈다. 형들이 친절히 알려줬는데도 말도 안 되게 팔만 쓴다..... 으악 덜덜덜 떨리는 손을 보면서 온 몸에 힘이 빠진다.
어떻게 올라갔는지도 생각이 안 난다. 끝을 찍고 내려온 후 넋이 나간 채로 구석에 바람막이를 걸치고 쭈그리고 있었다. 두 팔이 사라졌다 그렇게 느껴졋다.
점점 넋이 나가고 혼이 나간다 ...
그 사이 암벽이 끝나고 베이스 캠프를 준비하려고 현민이형과 YB세 명이 먼저 내려갔다.
아 25kg베낭을 메고 낙엽이 무성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건 공포였다...
올라왔던 것보다 땀이 1.2배는 더 났다.
어떻게 어떻게 준비를 했고 캠프파이어가 또 시작되었다. 전 날보다 규모도 컸고 사람도 많았다.
그 중에 가족단위로 온 형이 있었는데, 참 좋아보였다. 그 뒤론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혼이 나가있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동건이형이 미네형을 찾았지만 결국 없었던 것, 당돌해보이던 남자아이가 준 젤리, 역시 현민이형이 해서그런가 맛있던 불고기, 큰 모닥불?! 옆에서 먹던 돼지고기숯불구이... 피곤했던지 눈이 감겨서 현탁이형이 날 텐트로 보낸 것까지 기억이 난다....
4월 3일 일요일
이 날은 일어날 수 없었다. 옆에 형들이 일어나길래 부스스 눈을 떴는데, 동건이형이 더 자라고 해서 더 자다가 불편해서 일어났다. 비가 왔었기 때문이다. 밤새 계속 꾸준히 온듯했다. 현탁이형이 텐트 중앙을 치니까 텐트안으로 소량의 물이 쏟아졌다.
아침은 현탁이형이 만든 두부 콩나물 라면을 먹었다. 말할 기운이 없어 못 말했는데, 국물이 밥생각이 났다고 했단 거에 심히 공감했다.
그러고선, 월드컵경기장 인공암장을 가려고 정리를 하는데, 용진이형이 오셨다.
커피를 드시고, 형은 대둔산에 온 보람도 없이 같이 암장으로 가게 됐다.
차를 타고 가는데, 동물농장을 보다가 곯아떨어져서 깨어보니 암장이 보였다. 하.. 한숨이 나왔다.
아직 내 두 팔은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암장을 보니 절로 맥이 빠졌다. 이 때까지 몇 마디 할 수 없었다. '예' 같은 단답형 대답만 할 수 있었다. 거기서도 가장 쉬운 코스로 중간 올라갔을 때 드디어 말을 뗏다.
"팔에 힘이 없어요 도저히 못하겠어요." .... 아껴왔던 말들은 이것을 말하기 위해서였는지 몰랐다.
좀 있다가 점심을 중국집을 시켜서 먹었는데, 그 때, 나를 보던 동건이형이 말하시고, 현탁이형이 덧붙였다.
"너는 야 ~ 리비아 피난민같다 지금" , "전형적인 1학년이죠 형님" .. 며칠 씻지도 못하고 거울도 못 봐서 궁금했다.
그래서 거울이 있는 화장실로 저기까지 멀리 원정을 갔는데,
진짜 거울앞에 나는 피. 난. 민.
대충 얼굴을 씻었다. 손이 갈라져서 물을 묻힐 때 따가워서 잘 씻지도 못했다. 그러고 있다가, OB형들이 일이 있으셔서 먼저 가시고 YB와 태훈이형과 태진이형이 남았다. 태진이형은 엄청난 이목구비의 외국인과 샬라샬라 대화를 나눴다. 난 그때도 넋이 나가서 입을 벌린 채 바라보기만 하다가 집에 언제 가나 싶었다 ... 난생 처음으로 집이 그리웠다. 그러고, 남아있던 5명도 동방에 갈 일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아니 4명.. 태진이형은 오토바이를 계셨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으셨을 거다,
대장형이 택시를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우리 네 명은 동방까지 걸어갔다.
민섭이형의 베낭은 식량이 대부분이었는데, 예상엔 줄어들 줄 알고 그걸 담당했는데, 되려 불었다. OB형들의 준비성을 대장형이 감을 잡지 못하고 처음에 사갔던 식량에 배가 되서 그걸 멨던 민섭이형은 자꾸 뒤쳐졌다. 물론, 난 장비가 대부분이라 줄진 않았다. 나도 어깨가 터질것같았기 때문에, 그 형을 이해했지만, 뒤쳐지거나 잠깐씩 쉬게되면 더 힘들어질 게 뻔해서 태훈이형과 같이 선두를 서서 빨리 걸었다.
기어코 동방에 도착했다. 마치 산 정상을 찍은 듯 했다.
짐을 풀고 젖은 텐트를 걸고 다 하니 네시쯤이었다. 그 때, 주영이형이 잠깐 우리를 보러오신다고 궁동에 오셨다. 민섭이형은 내일 시험이라 가게 됐고, 태훈이형은 생일이라 선약이 있어 못 왔다. 그래서 대장형 태진이형 나 셋이서 주영이형과 마주했다. 신선한 기름에 튀긴듯한 맛있는 후라이드치킨과 보기만해도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 .......
그러고는 하루해 라는 술집으로 2차를 갔는데, 주영이형은 집에 일이 있으셔서 가시고 태훈이형과 미네형이 왔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날이 지나갔고, 나는 일요일도 아닌 월요일 새벽 한시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이 날 수업이 1교시라서 일어나서 허겁지겁 학교를 갔는데 ...
그 날부터 듣는 말이 있다. 그 날은 "야 너 얼굴 왜 그래~" "폐인이여 너" "누구한테 한 대 맞았냐 ~ ?"
그 다음날부터는 "야 너 쉬야될것같어' '너 아파보여' .....
진짜 힘들었었나보다.. 과제하려고 집에만 오면 뻗었다 나도 모르게 ...
산행일기를 마치면서 ... 바위 탈라면은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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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막내 고생 많았구나~ 등반은 힘으로만 하는게 아니란거 명심해라 "Mr 황"..... 담엔 분명히 더 즐거운 산행이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