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여행 2 2008. 11. 13(목)-15(토)
칠순생일을 맞으면서 또 여행을 했다. 생일에 집에 있기도 뭐하고 잔치를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기에 좋아하는 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아내와 둘이서 2박 3일의 여행을 했다.
첫날인 13일, 11시 10분에 광주역을 출발하는 무궁화열차로 서대전에 갔다. 2시경 서대전역에 내려 역 앞에 있는
해장국전문 식당에 들어가 순두부해장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깨끗하고 우리지역과 같은 순두부찌개가 좋았다.
날씨가 청명한 가을 날씨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루는 날인데 날씨가 따뜻하고 좋아서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고,
여행길에 나선 우리에게도 쾌적한 기분을 선물해주는 날씨였다. 서대전에서 동부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가면서 기사와함께
수험생들이 아주 시험을 잘 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웃기도 했다.
대전에서 3시 30분에 출발하는 문경(점촌)행 버스에 올랐다. 옥천을 지나면서 대청댐 물길을 따라 상당거리를 가는 버스의
차창밖 경치가 아름다웠다. 물과 주변 가을산의 색이 예쁘게 보였다. 속리산이 있는 보은을 지나면서 옛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었다. 1978년이었던 것 같다. 여수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2월 학년말방학기간인 2월 28일에 다섯살인 아들을 데리고
속리산을 가기위해 여수에서 기차를 타고 서대전에 갔었다. 서대전역에 내리니 눈이 많이 오고 있었다. 속리산행 버스를
알아보았더니 눈 때문에 교통이 두절되어 갈 수 없다고 했다. 할 수없이 다시 열차를 이용해 여수로 되돌아갔다.
대전까지 갔으니 유성온천도 있고한 곳에서 하룻밤 잠이라도 자고 갔으면 좋았을텐데 곧 바로 되돌아선 것이 바보 같았다고
아내와 이야기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 때 못간 길을 오늘에야 간다고 했다.
점촌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지나 어두웠다. 문경온천이 있다는 문경읍으로 가는 버스로 바꾸어 타고 문경읍에 가서,
온천지역에 갔다. 종합온천탕과 기능성온천탕이 있었다. 숙박시설은 없고 목욕만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그것도 오후 8시에
마감한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거의 8시가 가까워서였다. 온천욕을 할 수가 없었다. 근처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밖으로나와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다음날인 14일 8시경 아침식사를 근처식당에서 간단히 하고 콜택시를 불러 문경새재공원에 갔다. 문경새재 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한 비야씨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서다”라는 책을 얼마 전에 읽었기에, 한비야가 걸었던 길을 우리도 걸어보자고
아내와 이야기하면서 걸었다. 6.7km의 숲길이 돌이라고는 하나도 안 보이는 마사토로 된 부드러운 길이어서 걷기에 좋고,
날씨도 청명한 가을 날씨이고, 옆 계곡에서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어 기분을 매우 상쾌하게 해주는 길이었다.
한비야씨는 신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고 했다. 우리는 차마 신을 벗지는 않했다.
공원입구에 선비탑이 있고, 넓은광장에는 사과축제를 한 흔적이 그대로 있었다. 한 곳에 사과가 아직 주렁주렁 열려있는
사과나무 몇 구루가 있었다. 사과나무 아래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토끼 두 마리가 있고, 또 닭들이 많이 있었다. 줄로 울타리를
해 놓았지만 사과가 모두 손이 닿는 곳에 열려 있어서 곧 사과에 손이 가려는 유혹이 있었다. 우리는 유혹받기 전에 얼른 가자고 하면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현판 앞면에 주흘관, 뒷면에 영남제1관문이라고 한자로 크게 써 부쳐진 문을 지났다. 문 좌우로는 돌담이 길게 막아져
있었다. 곧이어 KBS사극촬영장에 갔다. 왕건, 대조영, 대왕 세종 등의 드라마촬영장이다. 큰 동네를 연상케 하는 많은
옛 집들이 있고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촬영장을 나와 옛 관리숙소였다는 조령쉼터라는 초가집, 주막집, 실폭포라 할 수 있는 조곡폭포, 조곡약수를 지나 제2관문인
조곡관에 도착했다. 다리를 지나 문이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 온 계곡이 끝나는 지점이다. 계곡을 계속 따라 5km를 오르면
주흘산정상으로 간다는 안내표시가 있었다.
평지와 다름없을 정도로 오르던 길이 2관문을 지나면서부터는 제법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임을 알게 했다. 옛 과거길이라는
표시가 있는 산길이 중간 중간에 있었지만 우리는 마사토로 된 큰길로만 걸었다. 옛 과거길에 장원급제의 원인이 되었다고
알려진 책바위가 있다. 책바위에 정성을 드리면 소원성취를 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써 부친 리봉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문경새재의 정상인 조령에는 조령관이라는 현판이 붙은 제 3관문이 있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백두대간봉사대라는
띠를 가슴에 두른 사람들이 봉지를 들고 청소봉사를 하고 있었다. 반대쪽에서 올라온 등산객들도 많았다. 반대쪽이 궁금했다.
어디로 내려가는 곳인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대중교통이 연결되는가 물었다.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
모두 자기승용차나 버스를 가지고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아내와 나는 되돌아갈 계획이었지만 계획을 변경하여 반대쪽으로 갔다. 조령관문을 통과하니 백두대간조령탑이라 쓴 하얀
돌탑이 우뚝 서 있었다. 반대쪽은 충북 괴산 땅이었다. 경북 문경에서 괴산으로 넘어간 것이다. 문경쪽과는 대조적으로 다소
경사가 급하고 돌 모양으로 만든 시멘트로 도로가 포장되었고, 자동차 출입이 자유로운 듯 승용차들이 조령 정상까지 올라와
있었다. 500m쯤 내려가니 제법 큰 식당도 있고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자동차로 편리하게 올라온 사람들 같았다.
40분정도 내려가니 고사리라는 동네가 나왔다. 가게 아주머니에게 안동에 가기위해 대중교통편을 물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자기가 택시를 불러줄테니 7,000원 주고 연풍정류소까지 가면, 거기서 점촌행 버스를 탈 수 있고, 점촌에 가면 안동행
버스가 많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농산물을 진열해 놓고 장사도 하기에 사과를 샀더니 커다란
사과 여섯 개에 천원을 달라고 한다. 의외였다. 왜 그렇게 싸게 주느냐고 했더니 자기가 먹을려고 놔둔거라며 가져가란다.
조금 오래된 것 같기는 했지만 맛도 괜찮고 아무렇지도 않은 사과를 놀랄 정도로 싸게 사 먹기도 했다.
점촌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주변식당이 마땅치 않아 마침 눈에 띄는 홈풀러스가 있어 들어가보니 푸드코트에
맛있는 음식이 있었다. 메뉴에 가족철판모듬이라고 쓰인 것을 주문했더니 고기와 야채가 풍성히 곁들인 것으로 둘이서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고 값도 11,000원으로 저렴했다. 앞으로 홈풀러스 식당을 많이 이용하자고 이야기하며 즐겁게 먹었다.
점촌에서 안동은 가까웠다. 버스요금이 6,400원이고 1시간 정도 걸렸다.
안동에 오후 4시경 도착해서 숙소를 정하기 위해 미리서 조사한 학가산온천과 도산온천에 대해서 알아보았더니 모두
숙박시설이 없다고 한다. 안동시내에서 거리도 먼 곳에 있었다. 묻는 사람마다 시내에 온천이 있다고 하면서 숙소로 안동역앞에 있는 溫&淸 spaland (온 앤드 청 온천)에 가면 찜질방이 있어 좋다고 권한다. 거기로 갔다. 개업한지 얼마되지 않은 곳으로
400m 지하에서 끌어 올린 온천수라고 했다. 처음으로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지내 보았다. 24시간 체류요금이 1인단 6,500원이다. 저녁과 다음날 아침식사도 그 안에서 해결했다. 4,000원짜리 식사였다. 아침 저녁으로 사우나를 자유로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인지 찜질방 가득 사람들이 숙소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았다. 찜질방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현장이었다. 모두 같은 옷을
입고 남녀노소 구별이 없으며 아무런 예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아무데서나 누워도 되고, 먹어도 되고, 구애 받는
일 없이 화투나 트럼프놀이를 해도 되었다. 상당히 밤이 깊도록 사람소리, TV소리, 기계소리로 시끌벅적했다. 피난민수용소
같은 곳 분위기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둥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워있으니 피곤한 탓인지 잠이 들었다.
자다가 깨어보니 소등이 되어 있고 사람소리는 거의 없는데 기계소리는 계속 시끄러웠다.
15일 아침 8시경 찜질방을 나와 거리 구경을 하다가 8시 40분 하회마을로 가는 시내버스에 올랐다. 시내버스는 하회마을 입구
매표소가 있는 곳에서 멈추더니 입장권을 구입한후 셔틀버스를 이용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버스는 마을 안으로 떠나버렸다.
버스가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입장권 구입 때문에 입구에서 내리게 한 것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간 사람은 셔틀버스가
무료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1,000원씩 버스요금을 받고 있었다. 셔틀버스의 구간은 걸어가도 될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다.
실제로 걸어 다니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하회마을 입구에 영국여왕이 방문한 기념관이 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여왕이 방문한 후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 된 것도 사실이다. 마을은 민속촌이다. 낙안민속촌과 비교가 되었다. 성벽은 없고 초가집과 기와집이 반반 이었다. 마을의 중심지에는 기와집이
많고, 마을주변은 초가집들이 많았다. 낙안에는 기와집이 거의 없는데 이곳에는 이름 있는 집들은 전부 기와집이었다.
하동고택, 북촌댁, 남촌댁, 작천고택 등 전부 덩실한 기와집이다. 류성룡의 종택이라고 한 충효당에는 영모각이라는 류성룡
기념관건물도 있다. 정원에는 영 여왕이 기념식수한 나무도 있었다.
휴식처가 되는 빈연정사, 원지정사란 이름이 붙은 정자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실제 거주하는 집들로 집집마다 번호가 붙은
민박집 간판이 있고, 집 앞에 승용차가 주차된 집도 상당수 있으며, 들에서는 어느 농촌과 같이 농사일들을 하고 있었다.
낙동강이 마을 옆으로 흐르고 있고 둑길이 빨갛게 물든 가로수와 함께 아름다웠으며, 만송정 숲의 소나무들이 보기에 좋았다.
강에는 나룻배도 있어서 강 건너편에 갈 수도 있는 것 같았다. 강 건너편은 부용대라는 이름이 붙은 적벽이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고도 있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 둑길을 걸었는데도 다음 시내버스 출발시간까지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하회동탈박물관에 들어가 보았다. 각가지 모양의 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외국의 탈도 일부 소개하고 있었다.
오전 9시 반경에 도착했는데 11시 50분에 출발하는 버스로 다시 안동시내로 나왔다.
안동에는 간고등어가 특산물이고 간고등어정식이 특별한 음식인 듯 간판이 많이 눈에 보이기에 점심은 간고등어 정식을 먹었다. 그런데 특별할 것이 없었다. 어디나 마찬가지인 짠맛만 있을 뿐이었다.
안동에서 2시 26분에 출발하는 버스로 동대구로 갔고, 동대구에서 16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로 광주에 오니, 저녁 8시가
약간 지나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문경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여행중인 것으로 보이는 옆자리 사람들과 잠시 대화를 하던 중 나이를 묻기에 70쯤 된다고 했더니
놀라는 표정으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젊다는 것이다. 모습은 어떤지 모르지만 마음만은 분명히 젊다.
얼마든지 더 돌아다닐 수 있고, 자꾸 여행을 하고 싶다. 이번에도 떠날 때에는 좀 더 다니고 오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아내와 합의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16일 추수감사주일 예배 참석도 생각하고, 무리한 여행이 될가 봐,
다음을 기대하면서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3일동안 날씨가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참 좋았다.
좋은 날씨에 건강한 모습으로 여행을 마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