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피아>, 2009년 10월호.
신종플루 뉴스를 다시 듣다
맹문재(시인)
2009년 9월 현재 전 세계의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감염자 중에서 사망자가 3천 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듣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만 명의 감염자와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신종플루 백신에 수은계 방부제가 함유되어 안전성에 논란이 된다는 것도 들린다. 엊그제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들에서 신종플루 치료제로 알려져 있는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뉴스를 들었다. 신종플루를 치료하는 거점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가 신종플루에 감염되었다는 사실도 들었다. 지난 5월 멕시코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50대의 한 수녀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이후 매일 관련 뉴스를 듣고 있는데, 그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내용도 강도를 더하고 있다. 실로 신종플루 그 자체보다도 관련된 뉴스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신종플루는 그렇게 무서운 질병인가? 인플루엔자(influenza)는 해마다 새로운 것인데, 크게 유행하는 경우 ‘신종’이란 명칭을 붙인다. 따라서 지금의 신종플루는 다른 해의 인플루엔자보다 감염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인플루엔자는 유행성 감기 또는 독감을 말하는데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 그렇지만 해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에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대체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한 종에만 영향을 끼친다. 가령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돼지나 조류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신종플루는 사람, 돼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혼합되어 일찍이 보지 못한 유형으로 인간들 사이에 전염되고 있다. 기존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는 달리 면역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인플루엔자는 주로 어린이들이나 노인들을 위협했지만, 지금의 신종플루는 건강한 성인들도 감염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인플루엔자를 좀 더 넓은 차원에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인플루엔자는 인간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종의 자연재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되는 것이다. 지구라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생명체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역사적인 사실로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인플루엔자 간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의 신종플루는 이전의 인플루엔자보다 강한 상대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합리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전략을 마련해야 되는 것이다. 언론이나 관계기관들은 국민들에게 불안감과 두려움을 줄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피해가 컸던 인플루엔자는 제1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18년에서 1920년 사이에 번진 스페인 인플루엔자로 알려져 있다. 그 피해는 전 세계 인구의 1/3에 해당되는 4천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사망률이 2.5%에 달해 당시 조선에서도 3천만 명의 인구 중에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 외에 1957~1958년에 발생해 15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아시아독감이 있었고, 1968~1969년에 발생해 100만 명이 사망한 홍콩독감도 있었다. 1천 명 정도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사망률이 60%에 이르는 조류독감도 무서운 인플루엔자였다. 그렇지만 인간은 살아남았다. 결코 인플루엔자로 인해 인간은 멸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자신감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종플루에 감염되면 초기 증상이 독감과 유사하다. 열이 나고 근육통을 느끼고 콧물이 흐르고 목이 따가운 증세가 있다. 이 기간 동안 다른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된다. 현재까지 치료제는 타미플루, 릴렌자로 알려져 있는데, 증상이 나타난 후 2일 이내에 치료해야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사용하면 효과가 없고, 오히려 바이러스의 내성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예방법은 일반 독감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 등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손수건으로 가리고 하고, 발열과 호흡기 증상(기침, 목 아픔, 콧물, 코 막힘 중 하나 이상)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료기관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만성 심장폐질환이 있거나 천식, 당뇨병 환자, 비만, 임산부, 65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는 중증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는 학교나 학원, 기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파한다.1)
신종플루의 미래는 예측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2009년 3월 처음 멕시코에서 발생된 이후 미국을 거쳐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지구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급속도로 퍼져나가 일각에서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시점부터 크게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전체 노동력의 40% 정도를 상실할 만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큰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고까지 경고한다. 신종플루의 치사율은 기존의 인플루엔자에 비해서는 낮지만 감염 속도를 볼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신종플루의 유행이 주기로 반복되어 왔지만 우리나라는 안이하게 대응했다. 부실한 방역체계로 인해 초기에 환자들의 국내 유입을 막는 데에 실패했고, 백신의 개발이나 확보에도 허술함을 보였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의무를 강요하기 이전에 정부가 보다 책임을 지고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데 앞장서야 된다. 신종플루의 거점병원에 인력과 장비를 충분하게 공급해서 환자의 치료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를 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베르트 에가르트너가 『질병예찬』에서 진단했듯이 현대인들은 질병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든 의료 체계나 정치권력이나 저널 등은 비판받아야 한다. 질병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일어날 것처럼 단정하고 과도하게 예방치료를 하거나 항생제를 남용하는 바람에 인간의 면역력은 약해져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질병인데도 사람들은 반드시 병원에 가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의 위생은 필요하지만 질병에 대한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몸이 질병보다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진정 에가르트너의 주장처럼 질병에 걸려도 좋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가령 독감에 걸렸으면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쉬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는 진료를 거부하거나 항생제의 사용을 거절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치료를 확실하게 받자는 것으로, 신종플루로 인해 질병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참고할 만한 것이다.
연일 쏟아지고 있는 신종플루와 관련된 뉴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신종플루의 뉴스 때문에 인권 문제, 실업 문제, 복지 문제, 부동산 문제, 자살 문제 등등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들이 묻히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고, 그에 따라 감시나 비판력 또한 약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종플루와 관련된 제약업종이나 진단업종 그리고 파생업종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고, 손 청정제를 비롯해 마스크, 열감지기, 공기 청정기, 항균 비누 등의 예방 물품들이 동이 날 정도이다. 신종플루의 여파로 병원에는 일반 독감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이 정도의 상황이고 보면 자본주의의 탐욕과 정치권력이 결탁해 신종플루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질병을 재난 쪽으로 몰아가는 자극적인 뉴스가 많을수록 국민들은 정치적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질병과 관련된 시장은 유리한 조건을 갖는다. 따라서 주관적이고 자극적인 것보다는 객관적이고 예방적인 뉴스가 요구된다.인간은 결코 신종플루와의 전쟁에서 멸망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