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십령 도착(16:15) → 육십령 출발(17:15) → 장수 T/G → 덕유산 T/G Out → 안성(19) →
> 치목터널(49) → 덕유산 터널(37) → 설천 3거리 → 나제통문(30) → 김천(3) → 구미 도착(20:10)
> 차량 왕복 이동 거리 : 330km, 6시간.
> 뒷풀이 1차 및 저녁 식사(20:30~ 22:00) : 주공 솥뚜껑 삼겹살.
> 뒷풀이 2차(22:30~23:30) : 시내 각산 독불장군 호프집(재철,봉중,나,주희,성남)
> 뒷풀이 추가 참석자 : 영란, 영주, 성남
5.산행기 [프롤로그]
전날의 과음과(토요일 오후 3시부터 밤12까지 김회장에게 납치되어 한잔 빨다) 광복절 산행의
후유증으로 온몸이 천근 만근... 알람이 울렸던 것도 모른 채 깊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휴대폰에서 문자 메세지 들어 오는 소리가 무의식 중에 들린다. 자꾸만 귀에 거슬린다.
도대체 누가 새벽부터 문자를... 문자를 확인 한다... 연열이가 배낭 커버를 빌려 달라는 문자다..
순간 머리가 멍 해진다. 오늘 산에 가는 날인가? 시계를 보니 새벽 5시15분...
아뿔사... 허~걱~ 내가 5시30분 까지 나오라고 했는데... 이럴수가...
세수만 하고, 물한병 챙겨서 후다닥 2사업장 후문으로 향한다. 평소때는 15분 정도 걸리는데
3분 만에 도착 했다. 신호 위반에 속도 위반에, 거기다 술도 아직 안깬것 같다. 음주 까지..
후문에는 이미 윤향이랑, 현아랑 봉준이로 보이는 두사람, 돌쇠랑 봉중이가 도착해 있다.
키가 농구 선수 만한 아가씨가 보인다. 롱다리에 우람한 덩치... 흐미... 저기 누고?..
짐작 하건데 로즈아이러브 이현아랑, 준이 최봉준 회원 같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 인데..?
스뽀츠 센타에 근무를 해서 그런지 우선 외모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준이도 잘 생겼고, 현아도 키가 큰 여자 치고는 귀여운 편이다.. 아.... 무섭다...
맨날 아기자기한 영주나 은정이, 화정이, 연열이만 보다가 두배쯤 되는 사람을 보니 무섭다..
예정에 없었던 은정이가 참석을 한다고 진우에게 전화가 왔다.
10명 이라서 내차 안가져 가고 진우 차랑 재현이 차를 가지고 가기로 어제 저녁에
이미 작전을 세워 놓고, 나는 맘 놓고 술을 마셨는데... 뜨아~ 11명 이라니...
하지만 어쩌냐... 이쁜 은정이가 온다는데... 은정이랑 산행 해본지도 오래 됐는데...
다... 내 팔자라 생각 하고 내차랑 진우 차에 나눠서 승차 하고 출발 했다.
비가 약간씩 내린다. 고속도로를 달린다. 아침 일찍 이라 그런지 차들이 그리 많지 않다.
은정이가 준비 해 온 초밥과, 미연이가 준비 해 온 김밥으로 대원들은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남대전 분기점에서 판암 분기점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진입후 덕유산, 무주를 지나 장수 톨게이트로
나온 다음 장계읍에 잠시 들러서 산행 간식과 술 한병, 가스 1통을 사고 무룡고개로 출발 했다.
밤에만 와서 그런지 아침에 이 길을 가니깐 처음 오는 길처럼 생소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논개생가 마을 지나 10여분쯤 올라 가니 무룡고개다.
지난번 무룡고개~복성이재 구간 때 억수 같은 비 때문에 잠시 비박을 했던 그 화장실의 문은
굳게 잠겨서 있었다. 미연이랑 봉중이랑 약간 아쉬워 하는것 같았다.
09시30분... 산행 준비를 마친 다음, 기념 촬영 후 진우 대장을 선두로 힘차게 영취산을 향해 출발 했다.
영취산 까지 올라 가는 길도 만만치 않게 가파르다. 다들 힘들어 하며 올라 간다.
"힘들땐 할미봉을 생각 하라" 며 용기를 주었다. 영취산 까지 0.8km... 이렇게 멀었던가?...
20분여 올라 서니 영취산 정상이다. 1차때 사건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아직도 미스테리...
영취산 정상은 가스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원들은 영취산 정상에 세워져 있는
백두대간과 금남호남 정맥에 관한 안내 글을 읽으며 이런 저런 질문들을 던졌다.
증거사진 2장 촬영 후 덕운봉 3거리로 출발을 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길이 상당히 미끄럽다.
윤향이, 연열이, 봉중이, 돌쇠, 재현이... 모두 컨디션이 좋은것 같았다.
롱다리 현아랑 준이도 괜찮아 보이고, 미연이랑, 진우대장이랑 은정이도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출발을 해야 하는데 거미줄과 이슬 때문에 선두에 서지 않을려고 다들 미적미적 거린다.
특히 미연이는 등산화 끝까지 한번 풀었다가 다시 묶는 노련함까지 동원 한다.
모두다 알아 차렸는지 미연이를 향해 한마다씩 한다. "야~~ 와~~ 빨리 선두 안설래~"
혼란한 틈을 이용해서 내가 선두로 출발을 했다. 이슬이 아니라 빗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완만한 내리막과 평탄한 길을 20여분 걸으니 공터가 나왔다. 바지와 등산화는 벌써 물에 젖어서
물기가 흘러 내렸다. 잠시 후 전대원이 도착한 다음, 휴식을 취한 뒤 덕운봉 3거리로 출발을 했다.
사방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과 가스, 그리고 여기저기 피어 있는 야생화들 뿐이다.
오로지 앞만 보고 걸어야 한다. 온통 억새 풀이다. 풀, 풀, 풀... 그리고 가스...
그리 힘들지 않은 풀밭 길을 따라 조금 가다가 올라서니 전망대 바위다.
전망대 바위에 올라 서니 먼저 출발한 진우대장과 여성대원들이 저 아래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게 보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마도 1차 대간 때 내가 여기 까지 온 것 같았다.
전망대 바위지만 아무것도 전망이 되는게 없다. 오로지 가스와 풀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잠시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힌 후 덕암봉 3거리로 내려 갔다.
샘터 표지가 달려 있고, 누가 그랬는지, 약간 남은 쌀 봉지 하나가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나를 보더니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여성대원 모두다 술이 땡긴다면서 술을 달라고 난리다.^^
술이 고프다는 여성대원들에게 오가피주를 한잔씩 돌렸다. 카~커~꺼~ 조오타...
산에만 오면 모두다 술이 땡기는 모양이다. 진우 대장까지 한잔 마신다..
술맛이 좋다는 진우대장.... 술 안마시는 사람이 왠일로..? 산은 참 묘한 곳이다.
민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다시 출발 했다. 또 다시 풀밭 길이다..
억새 풀이 머리 까지 올라 와서 그런지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내리막 길에서 미끄러지는 대원들이 종종 보였다.
손으로, 스틱으로 풀을 헤쳐가며 1시간여 걸으니 민령이다. 12시 30분이 약간 지났다.
도저히 여기서는 라면을 끓일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억새풀만 무성한 풀밭이라 쉴만한 곳이 없다.
진우대장의 제안에 따라 깃대봉 아래 철탑에서 점심을 해 먹기로 하고 또다시 출발을 한다.
준이랑, 봉중이랑 현아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산에 대한 이야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
끝없이 다가 오는 억새 풀길을 헤치며 1시간여 걸으니 약간의 오르막 길이 시작 된다.
육감 적으로 깃대봉으로 오르고 있음이 느껴졌다. 대간 주릉 아래로 출탑도 하나 보이고...
오후 1시30분경... 풀이 없는 자그만한 언저리가 나왔다. 모두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라면 끓일 준비를 했다. 바람이 제법 부는데 바람 막이가 없어서 우산 두개에다 판쵸를 덮어서
바람 막이로 대신 했다. 진우 대장과 재현이가 1차로 라면 4개를 끓였다.
사람은 11명에 라면은 6개... 피터지는 전쟁이 될것 같다. 다들 배가 몹시 고팠기 때문에..
역시나 봉중이는 오늘 산행도 술이 없다면서 총무에게 타박을 했다.
소주는 아니지만 내가 집에서 얼려온 캔맥주 한통으로 전대원 모두 한모금씩 돌려 마셨다.
아쉬운듯이 돌쇠가 캔맥주 빈캔을 핧고 있을 때 재현이가 네팔에서 가져온 에베레스트 양주
한병을 꺼냈다. 다들 좋아서 함성을 질렀다.. "와~ 역시~ 재현이형~"
재현이가 네팔에서 물물교환해온 스댕잔으로 전대원들에게 한잔씩 돌렸다.
작은 양주 한병으로 11명이 돌려 마시기는 좀 부족 했지만 모두들 만족해 했다.
역시 돌쇠는 먹보에다 먹쇠가 맞는것 같다. 코펠을 들어서 라면을 마셔 버렸다.
김치도 없는 라면 이지만 다들 국물 한 방울 남김 없이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인스턴트 음식을 싫어 하는 봉중이는 라면을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산에 가면 인스턴트 음식 이라도 자주 먹어야 하는데 잘 먹지 않으니 좀 걱정이 된다.
하지만 겨울 산에 가면 생각은 달라 질 것 이다. 겨울 산은 먹지 않으면 못가니깐 말이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 깃대봉을 향해 출발을 했다. 몇 걸음 올라서니 깃대봉 바로 아래에
있다는 철탑이 나왔다. 여기서 점심을 먹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풀밭...
약간의 오르막 길을 올라 서니 앞서 올라 간 재현이 목소리가 들린다. "야~ 깃대봉이다.."
실로 몇 년 만에 다시 와 보는 깃대봉... 해발 1,014m
역시 깃대봉에도 깃대는 없었다. 스댕으로 제작된 백두대간 이정표지만 박혀 있을뿐...
기념 촬영 몇장, 개인 독사진 몇장을 찍은 뒤 육십령을 향해 하산을 시작 했다. 육십령 2.5km...
약간의 미끄러운 내리막 길을 내려 서니 깃대봉 샘터다. 깃대봉을 사랑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았다는 샘터... 물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적어 놓은 푯말이 샘터 옆에 걸려 있었다.
수량은 풍부 했다. 샘터가 아니라 약수터 수준으로 파이프를 통해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 졌다.
샘터를 뒤로 하고 완만한 내리막 길을 봉중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내려왔다.
야생화 촬영도 하고, 다음 산행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할미봉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북덕유 종주 시기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모처럼의 여유 있고 부담 없는 하산을 했다.
완만한 내리막 길의 끝부분에 왔을 때쯤 바로 앞으로 육십령 휴게소 정자가 보였다.
오후 4시15분경... 전대원들 모두 무사 하게 육십령에 도착을 했다.
몇일 전에 내려 왔던 얄미운 할미봉은 가스에 묻힌채 아쉽게도 모습을 드러내 주지 않았다.
[에필로그]
정말로 힘들었고 보람 있었고 많은 회원들과 더욱더 가까워 질 수 있었던 한 주였다.
특히 동엽령에서 육십령 까지의 당일 무박 산행에 참가 해준 대원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덕유산 종주가 결코 쉽지 만은 않고, 덕유산을 넘지 못하면 앞으로 대간 산행이
보장 될 수 없었기에(육십령을 넘어야 비로소 한고비를 넘기기 때문에) 무리한 산행 일정을
강행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 북덕유 종주(동엽령~월음령~신풍령)가 남아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남덕유 보다는 체감 산행 거리가 절반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 된다. 북덕유 종주도 9월이나 10월 중에 뫼오름 등산학교 1기 OB 정기 산행과 겹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박 산행이나 1박(야영 또는 향적봉 대피소 1박) 산행으로 추진 하고자 한다.
북덕유 구간은 국립공원 이므로 10월을 넘기면 산불 경방 기간으로 출입이 통제가 되기 때문에
늦어도 10월 중에 산행을 완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2월 말이나 1월, 겨울에 가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겨울 산행을 좋아 하는 사람들이야 무척 기다려 지고 좋아 하겠지만...
끝으로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이번 자유산행에 참석 해준 모든 회원 및 대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이만 산행기를 접을까 합니다. 모두들 수고 하셨습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언제나 살아있는 넌픽션입니다. 감동의 수필이라고도 해도될것 같습니다.
인스턴트 음식도 쫌 묵으라~ 짜슥아~ 남들은 산에가서 라면 끼리 준다 하이끼네 시집 올라 카더만은..
어 나는 남덕유-북덕유 종주중에 봉대깃 밖에 못봤는데 깃대봉은 언제 생겼지 ⌒*⌒;
언젠가는 묵게 되겠죠.. 배고프면 아묵고는 못배기니께..
넘들 라면묵을때 죽어라 안묵다가, 육십령 휴게소오자마자 우동 시켜 묵는거 봤지예..우동은 인스턴트 아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