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부부의 사랑
박 덕 희 비둘기 한 마리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어간다. 보행자나 자동차가 지나가면 겁에 질려 두리번거리며 간다. 그 앞 약 5~6보 쯤 거리에 비둘기 또 한마리가 꾸꾸꾸~ 하며 먹이를 쪼았다 놓았다 하고 뒤 따라 오는 비둘기와 먹이를 번갈아 보며 소리친다. ‘여기에 먹을 것이 있으니 빨리 오시오’ 하는 것 같다. 도로 중앙 쪽으로 가지 않다가 간곡하게 부르면 가서 먹고는 도로변으로 이동한다. 까치가 늙은 부모를 공경한다더니 비둘기의 부모 공양인가? 자식에게 먹이는 건가? 아니다 뒤 따라오는 비둘기는 몸이 외소 한 것을 보니 암컷이고 앞의 비둘기는 몸집도 크고 화려한 깃털을 가진 것이 수컷이 분명하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은 넘은 것 같은 재 비둘기다. 비둘기가 아침에 먹이 찾아 날거나 걸어 다니는 것은 시내 도처에서 볼 수 있다. 광장이나 공원에 수십 수백 마리가 날아다니며 각자 먹이를 해결한다. 서초 사도감지 부근도 식당가여서 수십 마리가 있는데 아침이면 각 골목으로 두세 마리 씩 분산하여 먹이를 찾아 헤 맨다. 오늘 한 비둘기의 행동이 타 비둘기와 다른 면이 있어 한 동안 서서 관찰했다. 다리를 절며 뒤 따르던 비둘기가 닥아 와서 먹이를 쪼아 먹고 나니 수컷은 다시 한 발 먼저 이동해서 이번엔 종이에 붙어 있는 빵 부스러기를 보고 전과 같이 반복한다. 몸이 불편한 암컷을 배려하는 것 같다. 부부거나 연인 사이일 것이다. 옛날 고향에서 닭을 기를 때 수탉이 먹 거리를 발견하면 암탉 이나 병아리에게 먹이려고 꾸꾸꾸 거리는 것은 보았지만 비들기가 몸이 불편한 암컷에게 먹이를 주려고 부르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 행동이 너무나 아름답다. 짐승들의 자식 사랑 이나 부부애의 행동이 사람에게 교훈이 되는 때가 많다. 비둘기는 BC 4세기경 중동지역에서 사육을 시작했고 BC 3세기경에 이집트에서 통신에 처음 이용했단다. 전 세계에 비둘기과로 분류하면 289종이고 목으로 50여 종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신화에서도 나오는 조류로 현재 전서구(傳書鳩)를 위시해 흑∙ 자코뱅∙ 공작∙ 양∙ 염주∙ 녹색비둘기 등 6~7종과 멧비둘기가 전국에 살고 있다. 집 비둘기는 리비아 비둘기를 개량하여 번식된 것이란다. 오리브 가지를 물고 있는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고 흰 비둘기는 성인의 성령을 상징하기도 해서 행사 때 이용하기도 한다. 전서구는 귀소 본능이 뛰어나 통신수단에 이용하기도 하는 영리한 조류다. 군집 생활을 하는 텃새로 몸길이는 15~38cm이며 나무 위나 절벽 바위틈에 집을 짓고 살며, 도심의 건물 옥상 등 빈 공간에 집을 짓기도 한다. 1~2개를 산란하고 암수 교대로 14~30일간 포란하여 연 중 번식한다. 새끼는 암수 비둘기 모이 주머니 안쪽 벽에 있는 Pigeonmilk 라는 비둘기 젖을 먹여 기른다. 수명은 3~5년인데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종한 콩류의 씨를 파먹거나 곡식과 과일을 먹는 등 농사에 피해를 주고 있고, 88올림픽 후 개체수가 늘어나 배설물 등으로 해조라고 괄시를 받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온순하여 사랑스러운 새임에 틀림없다. 약 30분 후에 비둘기는 어디론가 날아 가 버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여 집으로 왔다. 아내가 아침밥을 차려준다. 위장이 약한데도 오늘도 식은 밥과 찬은 아내가 데워 먹고 나에겐 새로 지은 밥을 차려 준다. 고기반찬도 살 집 좋고 맛있는 부위는 내게 주고 머리나 뼈다귀 쪽을 아내가 발려먹는다. 오랫동안 해온 일이다. 가끔 식은 밥이 더 맛있다고 거들기는 하지만 나이드니 이럴 때 일수록 먹기 미안할 때가 많다. 비둘기 부부의 행동을 보고 들어와서 아침상 앞에 앉으니 옛 생각이 나서 더욱 부끄럽다. 사십여 년 전 일이다. 아내가 임신하여 먹고 싶은 것이 많은 것도 모르고 용돈도 넉넉지 않았지만 한 번도 사 주지 못했다. 오히려 마음에 상처만 주었다.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다 지루하고 배도 고파 밀가루 반대기를 조금 만들어 먹다가 밤늦게 술 마시고 들어오는 나와 마주치자 부끄러워 치마폭에 감춘 것을 본 못난 남편이 먹는 것을 숨겼다고 잔소리한 일이 있는데 그 후 아내는 가끔 이야기하여 내 마음을 긁는다. 못 박힌 말을 한 것이 지금 까지 두고두고 후회된다. 그때 사 주지 못한 것을 뉘우쳐 가끔 외식하자고 하면 아이들을 위해서는 나가지만 아내 혼자는 잘 가지 않는다. 볼일 보러 나갔다가도 식사 시간이 되면 먼저 식당 음식은 짜고 화학 조미료를 많이 넣어 몸에 나쁘다느니 하며 늦어도 집에 와서 식사하는 아내다. 오늘 아침 비둘기 부부의 교훈이 내 아픈 가슴을 또 건드렸다. 해서 아내에게 넌지시 말했다. ‘ 옆집 OO추어탕 음식이 맛이 좋은 것 같은데 오늘 당신 좋아하는 추어탕을 먹으러 갑시다.’ 라고 하니 ‘갑자기 웬 추어탕은? 며칠 있으면 내 생일인데 만류하였으나 아이들이 OO식당에 저녁 만찬을 예약해 놓았고 또 오늘 부턴 생일 선물로 받은 K 제약회사 제품 태반도 먹어야 되는데 무슨 외식, 정 먹고 싶으면 한 냄비 사 와서 먹으면 되지.’ 하며 분위기를 깨고 주방으로 간다. 아들 딸은 아내와 통한다. 나는 항상 2등이다. 그러나 아내에겐 일등 남편이 되고 싶다. 아내 생일에 줄 것은 마음뿐이다. 오늘 아침 그 수 비둘기도 암컷을 보호해 주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며 지금 쯤 둥지에서 암 비둘기의 아픈 다리를 부리로 스킨십 해 주고 있겠지 생각하며 나는 아내의 물에 젖은 손을 꼭 잡아주었다.
|
첫댓글 '아내 생일에 줄 것은 마음 뿐이다.' 이 대목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모자란 남편 부족한 아버지를 느끼게 하는 감동스런 글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광경을 보시고 사람들의 아픈데를 꼬집어시네요.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넘은 것 같은 재비둘기이다' 환갑이 넘은 비둘기도 저러하건만... .
과찬 하시니 부끄럽 씁니다.
물에 젖은 손을 잡아 주는 남편의 따뜻한 정에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그 손이 부럽습니다. 가슴이 찡 합니다. 나는 언제 그런 손 한번 잡아 볼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내일 아침 식사 준비를 하시는 젖은 손을 망서리지 마시고 잡아 보세요. ^*^
시키는대로 실습 한번 해볼까 하는데 잡는 순간 뿌리치면 어쩌지요.미리 바다님에게 손잡는 법을 배운 뒤 실행 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런지요.?
실습 해보세요.잘 되실겁니다.
비둘기 사랑 얘기로 시작하신 글은 종국에는 아주머님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쓰시려 함이 셨군요. 어르신 연세에는 '아내자랑을 내 놓고 하시지 못하시던 시대'의 마인드를 가지셔서. 산방산 어른님같이 저도 말미의 [나는 아내의 물에 젖은 손을 꼭 잡아주었다.] 감동하면서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의 가사를 생각합니다. "젖은 손이 애처러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거칠어진.........." 잘 읽었습니다.
평소에 잘해주셨으니 손잡아 줄일도 없을 것 같씁니다.
허걱..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였군요. 아내가 잡아오는 손도 슬그머니 뿌리치는 나는, 나쁜놈.... 놈,놈,놈.
저런, 그렇게 쑥스러울건 또 뭐유? 이상하네......그런데 그 '놈 놈 놈'은 관객수 650만도 돌파하였고, 흥행 손익 분기점도 넘었다는 군요. 사람들은 어떠한 놈도 매력적이면 좋아합니다. ㅎㅎ~
제가 먼저 잡고 싶어 안달이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쑥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최인호님은 '나이듦'이라 했고, 또 어느 분은 '사랑이 식었음'이라 하더군요.
사랑이 식다니? 겸연쩍게도 속에 없는 말씀을....'미인' 이심을 해바라기가 다 압니다.
찬웅님 '나이듦'도 '사랑이 식었음'도 아닙니다. '편안해 졌음'이겠지요. 내가 그대 같고, 그내가 나 같이 느껴지는 편안함. 지존님, 미인 아닌 사람은 손도 못잡습니까? 삐짐.
중국여행 가셔서 손 많이 잡아 주시지 않았습니까?
사십여년전 일을 기억하시고 추어탕을 사주시려는 그 마음 하나로 여자들의 얼었던 가슴은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기 마련이지요.사양하시더라도 모시고 나가서 맛있는 것 잡수시고 데이트하세요. 여러날 행복하실꺼예요.
잘 알았습니다. 생각해주셔서 고맙씁니다.
예, 선생님. 한별의 말이 정답입니다. 일등 남편이 되려하시는 그 마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여자들은 대체로 남편 표정만 봐도 마음을 느낀답니다. 현숙한 부인은 두신 바다같이님은 행복한 분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멋지신가?
칭찬해 주시니 고맙씁니다.
'아내에겐 일등 남편이 되고 싶다.'라고 하신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일등 남편이십니다.
그러고 보니 들미소님 말도 정답입니다. 한별과 들미소는 왜 이리 정답만 말할까? 기죽어라!
고맙씁니다. 일등 남편이 되지 못하였는데 생각해 주시니 부끄럽씁니다.
부부가 서로를 생각하며 알콩달콩하는 비둘기의 모습에서 <비둘기같은 사랑..>이란 말이 나온 것 같군요. 박선생님! 사모님께 무조건 잘해 주십시요. 그러면 서로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이 됩니다. 지천명이 넘어서니 그때야 하늘의 이치(?)인 그 평범한 진리를 알겠더라고요.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잘 알았습니다.아쿠아 선생님 남편 되시는 분은 매일 아쿠아 님의 손을 잡아주시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씁니까?
참 따뜻하고 참 조용한 글입니다. 읽고 있는 나를 부꾸럽게 해 주는 글. 그러면서도 내가 부끄럽지 않은 글. 참 귀하고 오래 보존하고 싶고, 가까운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 사랑으로 젖은 글입니다. 늦은 밤에 읽고 있는 이시간 오래 생각하고 자고 싶지 않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