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11일 율곡선생 유적지(자운서원) 잔디광장에서 신랑 전장환 군과 신부 증이정 양의 전통혼례가 관람객과 하객들의 축하 속에 열렸다.
신부 증이정 양은 대만태생으로 어색하듯 하면서 전통혼례 순서에 따라 차분하고 행복한 미소를 띠우며 진행, 눈길을 끌었다.
운현궁 전통 혼인례를 담당하는 이상명 서정대 교수의 당하집례로 철저하게 고증으로 진행된 예식은 신랑 신부가 말과 가마를 타고 청사초롱을 든 화동과 기러기 한 쌍을 든 기럭아범을 앞세우고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신랑신부는 집례의 지시에 따라 초자례, 전안례, 점촉, 관수, 교배례, 서천지례 등 10가지 순서를 차례로 올렸다.
하객들은 “오전에 비가 몹시 내려 걱정했는데 혼인례 동안 비가 오지 않아 잘 살 것”이라며 “판에 찍은 듯 하는 요즘 결혼식보다 전통혼례를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너무 보기 좋고 진심으로 축하가 나온다”고 덕담을 나눴다.
주례를 맡은 정윤수 전 건국대 학장은 집례사에서 “수백 곳의 혼인주례를 봤지만 전통혼례 주례는 처음이고 더욱 의미가 있다, 또 한국의 결혼풍습을 따른 대만 신부는 참 아름답다”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올바른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혼인례를 지켜본 유림들은 “지난 율곡문화제 전통혼례식을 시연할 때 많은 관람객들이 “전통혼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잘못 진행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기품 있는 정통 혼인례를 보게 됐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류병기 자운서원장은 “유림의 본산인 성균관과 운현궁에서도 현재 우리민족의 옛 전통을 잇는다는 유지로 전통혼례를 올리고 있다”며 “앞으로 자운서원에서 일반인의 전통혼례는 물론, 성인례 등을 올려 전통문화 계승에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주저널 한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