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를 준비하는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발음에 대해서 물어오곤 한다. 흔히들 미국식이 좋으니, 영국식이 좋으니 하는 것부터 어느 나라는 발음이 좋지 않아서 영어공부하기에 적합하지 않냐고 물어온다.
발음에 관한 편견은 다음과 같이 나타나곤 한다. 한국은 미국문화를 많이 받고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미국식 발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확한 발음보다는 미국식으로 't'가 들어간 단어는 무조건 묵음 연습을 하고, Flap현상이라고 해서 혀를 억지로 꼬부리는 것을 잘하는 발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영국영어에 대해서는 미국도 상류층은 영국영어를 쓴다는 식으로 필요이상 평가하기도 하고, 이와 반대로 조금 이상한 영어다 라는 식으로 생각해 버리기도 한다.
호주에서는 'day'를 '다이'라고 발음하는데, 이런 것들을 보고 호주에서 영어 배우면 큰 일 날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소수의 강사들과의 집중맨투맨 수업을 위주로 하는 필리핀에서도 강사들에게조차 네이티브 발음을 얻기에는 어려움이 있는데, 그러면 어떻게 그런 나라에 가서 영어공부를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발음에 대한 얘기나 편견의 대부분은 근거 없는 믿음으로 끝나는 일이 많은데, 간혹 발음이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는 경우도 있긴 하다. 영어를 정말 잘하는고 말도 거침없이 하고, 못 알아 듣는 말이 없고 한데, 미국의 어떤 특정한 커뮤니티에서 생활하기 위해서 발음을 정말 교정해야 하겠다.. 라고 생각하면 자신이 원하는 발음만 하는 사람들과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영어수준이 극히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또한 어떤 영어를 들었을 경우에 저 발음이 어떤 지방의 특색인지 알지 못하는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발음에 집착을 하는 경우를 보이곤 한다. 결론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발음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 다녀왔다고 미국발음 하는 것도 아니고, 영국 다녀왔다고 영국발음을 하는 것도 아니다. 호주 다녀왔다고 today를 '투다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아직껏 보질 못했다. 또한 필리핀 다녀왔다고 필리핀 고유어의 억양으로 영어 하는 사람도 못 보았다.
그리고, 미국발음 배우러 미국 가는 것에도 함정은 많이 있다.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넓고 지역별로 차이가 많다 보니, 방언이 많으며, 또한 계층별로 언어가 상당히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동부와 서부가 다르고, 또 남부는 좀 더 다르다. 어떤 시골에 가면 무슨 언어를 하는지 조차 분간이 안될 정도로 사투리가 심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며, 또한 흑인들 영어는 정말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영어는 이제 세계어라고 얘기를 해도 그 누구가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정도의 언어가 되어 버렸다. UN에 가서 UN 공용어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Broken English라고 말을 한다. 국가별로 자기 스타일대로 영어를 해서 일 것이다. IMF로 한국에서 유명해진 깡드쉬 전 총재는 프랑스 사람으로서 영어발음이 미국인이나 영국인 같지는 않았다.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히딩크 감독도 네덜란드 사람으로 영어발음을 따지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국 등의 유럽이나 호주 같은 유럽문화권 국가에서 American English를 쓰면 간혹 가다가는 불쾌한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어느 누구도 '로버트 할리'가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고 한국어 하는 것을 흠잡지는 않는다. 한국어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하는 '이다 도시'의 한국어도 발음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한번 질문을 해 보도록 하자. 나의 영어가 다른 모든 것은 거의 완벽한데 오직 발음만이 부족한가? 그것에 대답을 얻어보고, 국가간의 발음차이에 대해서 크게 연연해 하지 말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외국에서 간혹 이런 학생들을 볼 때도 있다. 자신의 발음이 안 좋다고 생각해서 말하기를 주저하는 경우이다. 일종의 발음 콤플렉스다. 이러한 현상에는 정말 문제가 있는 일이다. 영어는 말을 많이 해야 하고, 또 말을 한 만큼 늘게 되어 있는데, 말을 할 자신감을 그러한 문제로 잃고 있다는 것은 실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약간은 조심스럽게 언급할 일이지만 어차피 영어가 세계어인 마당에, 또 한국사람의 구강구조가 미국이나 영국인들과 다르다고 볼 때 자신 있게 Korean English를 쓰면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인도사람이 인도식의 영어를 써도, 필리핀 사람이 필리핀식 영어를 써도, 깡드쉬가 프랑스식 영어를 써도 그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나누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니, 우리도 자신있게 Korean English를 쓰는 것은 어떨까...
물론 아무리 자기 스타일의 영어를 하더라도 지켜야 할 것은 있다. 바로 정확한 발음이다. 스타일이야 나름대로 다를 수 있지만, r과 l 발음을 혼동한다던가, p와 f를 구분 못해서는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b와 v, w와 l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professor를 자기 스타일대로 발음하는 것은 좋으나, 이걸 '프로페서'라고 발음한다던가 '후로훼서'라서 발음하면 소통이 될 수가 없다. p와 f의 발음은 정확히 구분해 주어야 한다. wrong과 long도 발음이 같을 수가 없다. 만일 이걸 구분하지 못한다면, 무슨 얘기를 듣고도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얘기인지, '길다'는 얘기인지를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마찬가지로 r과 l, b와 v도 정확히 구분해 주어야 한다. 미국 전 대통령인 클린턴을 '클린튼'으로 발음하던 '클린응'으로 발음하는 것은 자기 스타일이다. 하지만, 정확한 발음은 꼭 지켜야 한다.
또한 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이 액센트와 억양이다. 한국사람들의 영어의 특징이 억양 없다는 것이다. 개별 단어의 발음은 나쁜 편은 아니지만, 리듬을 타는 영어를 그냥 똑같은 음으로 말을 하니, 현지인들이 알아듣기에는 도무지 답답할 뿐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인식을 하고 훈련을 해 두어야 한다.
정확한 발음과 억양을 제외하고는 발음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집착하지 말도록 하자. 그리고 그 스타일도 제대로 알아 두어야 한다. 왠지 한국에서는 뒷골목 미국인들이나 쓰는 혀를 왕창 굴리는 영어가 인정 받는 듯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교육이나 지적수준이 높고 품위를 고집하는 사람들의 영어 발음은 아주 정확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의 학원에서는 clinton을 '클린응'으로 발음교정 시킨다고 노력하고, 'madam'을 '매럼'으로 'better'를 '배러' 식으로 발음하라고 교정시키고, 또 그것이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가르치고 있으니 무언인가 조금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전에 호주에서 여행하다가 영국인 의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조금 친해진 후에는 나의 발음을 교정시켜 주려고 했다. not을 '놋트'로 better를 '배터'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왜 그러냐고 했더니, 발음을 '낫'이나 '배러'식으로 하면 천박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자기가 걱정된다고 그런다.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괜히 어렵게 혀를 꼬기 보다는 정확하게 다 발음을 해 주는 것을 택하고 싶다.
스타일은 각자의 것이다. 하지만 되도록 정확한 발음과 억양을 연습하도록 하자. 그리고, 주눅들지 말고 자신감 있게 영어를 연습하도록 하자. 자신감 있게 말을 하는 것은 영어를 배우는데 최선의 방법이다.
첫댓글 그렇군요^^ 저도 어학연수 하는데 있어서 사람들이 국가선택에 있어서 발음문제를 많이 문제삼아서 은근히 걱정했는데 이글을 읽으니 그런 걱정 안해도 되겠네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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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고민안건이었습니다.ㅜㅡㅜ 감사합니당~~ ♡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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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말씀입니다. 이 카페 진짜 좋은 카페인거 같해요.^^
좋은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Korean English!
와우 제 고민을 확 풀어주시네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