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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시간 이동
경주로 들어가는 나들목은 단순히 경주 밖에서 경주 안으로의 공간 이동이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로의 시간 이동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서울을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려 경주 나들목을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거슬러 현재에서 과거로, 또 시간은 앞질러 봄의 시작에서 봄의 중간으로 뒤바뀐다. 개나리, 매화, 산수유, 진달래, 목련, 벚꽃, 유채꽃 등 갖가지 봄꽃으로 뒤덮인 천년고도 경주는 다른 어느 곳보다 온전히 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경주에서는 발길 닿는 그 어느 한 곳 봄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없으나, 좀 더 경주다운 봄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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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물드는 경주의 봄, 꽃단지
금세라도 꽃망울을 ‘톡’하고 터트릴 듯한 벚꽃들이 줄지어 서있는 거리를 지나면 이 계절에 아직 이르다 싶을 정도로 싱그럽고 푸르른 평야가 펼쳐진다. 그리고 ‘대릉원’ 방향을 알리는 팻말이 보이고 저편으로 고분 여러 기가 보인다. 아직 겨울 빛이 남아 있는 고분들 앞으로 넓게 펼쳐진 푸르른 평야를 멀리서 바라보며 그 푸르름의 정체를 추측해 본다. 푸른 평야 한 쪽에서 일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물어보니 ‘유채꽃밭’이란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앙증맞게 노란 꽃망울이 맺혀 있는 어린 유채꽃들이 보인다.
첨성대와 대릉원 주변으로 펼쳐진 대규모 꽃단지는 현재와 과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주의 멋을 잘 보여준다. 역사를 말해주는 고분들과 첨성대가 보이고, 그 앞으로 너른 꽃단지가 펼쳐지고…. 그 자리에는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행복이 가득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산책을 즐기는 가족들, 함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즐거워하는 연인들, 멀리서 고도 경주를 찾아 온 외국인 여행자들로 경주의 봄은 더욱 화려해진다.
사람들을 태운 관광마차가 첨성대와 고분과 꽃단지 사이를 달리면, 정적인 풍경은 어느새 역동적인 풍경으로 뒤바뀐다. 신라왕궁 유적지를 마차를 타고 돌아보는 맛이란 일품이지 않겠는가? 씩씩한 흑마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유채꽃이 흐드러진 평야를 지나 수많은 왕릉과 첨성대를 돌아보면 천년고도 경주의 봄이 내뿜는 매력에 흠뻑 젖어들 것이다.
찾아가는 길 대릉원, 첨성대 방향 관련 정보 꽃단지 무료 개방, 경주 꽃단지 유채꽃 만개 시기 4월20일경, 관광마차 이용료 일반 3,000원, 어린이 2,000원(관광마차 운행구간은 첨성대, 계림, 반월성 일대 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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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봄을 사뿐히 즈려밟다, 교동 일대
첨성대를 지나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 탄생설화가 깃들어 있는 계림(鷄林)을 거니는데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잔잔한 가락이 숲을 가득 메운다. 대금 소리인지 단소 소리인지 모를 그 가락에 이끌려 맨 먼저 도착한 곳은 계림 뒤쪽에 위치한 경주향교. 얌전히 닫혀 있는 향교 문을 조심스레 열고 한 발 들여 놓는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닫혀 있던 향교 문이 열리자 시계는 재빠르게 뒷걸음질 친다. 시간을 그 옛날로 되돌린 듯한 경주향교 안에서 낯선 방문자를 맞는 이는 담장 너머 ‘하얗게’ 분칠하고 있는 목련과 담장 아래 ‘발그스레’ 얼굴을 붉히고 있는 진달래 뿐, 사람 흔적이라고는 없다. 고요한 향교의 봄 풍경을 깨고 싶지 않아 발소리도 죽여 가며 조심스레 한발 한발 내딛어 본다. 한쪽 문을 열고 살포시 거닐다가 또 한쪽 문을 열고 거닐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발걸음은 향교 밖으로 나와 있었다. 시간을 멈춰 놓은 듯한 한옥집 돌담길 좁은 골목길을 굽이굽이 돌다 고풍스런 한옥집 대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여기까지 발길을 이끌었던 가락의 근원지다. ‘요석궁’이라는 작은 글자가 보인다. 요석궁은 경주 최부잣집 집안 후손들이 운영하는 유명한 한정식집으로 알려져 있다. 경주 최부잣집은 조선 말엽 옛 요석궁 자리에 저택을 지었으며, 지금의 한정식집 요석궁도 그 터의 일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요석궁은 신라 무열왕의 딸 요석공주와 고승 원효 대사가 인연을 맺고 그 사이에서 신라의 대문장가인 설총이 태어난 곳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알고 요석궁 정원을 거닐어 보면 그 감회가 더할 것이다. 담장 너머 봄꽃들이 화사한 빛을 발하는 이 계절,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젖어 옛 요석궁 터이자, 최부잣집 터인 교동 일대를 거닐어 보라. 시간을 되돌려 수십 년 전, 혹은 수백 년 전 봄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것이다.
찾아가는 길 계림 뒤쪽으로 걸어가면 경주향교와 요석궁 등이 나타난다. 관련 정보 요석궁 한정식은 2만원~10만원까지. 사전 예약 필수(T.054-772-3347~8)/ 경주 최부잣집 고택은 현재 복원 공사 진행 중/ 경주향교에서는 전통혼례식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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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를 부르다, 동리·목월 문학관
불국사로 들어가는 길 건너편으로 목련꽃들이 살포시 자리하고 있다. 목련꽃 가득한 길을 걸어 들어가노라면, 나도 모르게 ‘목련꽃 그늘 아래서…’라는 싯귀 한 구절이 떠오른다. 무의식중에 박목월의 <4월의 노래>를 떠올리며 걸어 들어간 그 길 끝에는 ‘동리·목월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올 3월24일에야 문을 열었으니 ‘동리·목월 문학관’의 존재를 아는 이 별로 없으리라.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박목월을 기리는 문학관이 왜 이곳에 있을까 궁금해지는데 두 문학가 모두 경주 출신이란다. 소설가 김동리는 1913년 ‘경북 경주시 성건동 186번지’에서 태어났으며 시인 박목월은 1916년 ‘경북 경주군 건천읍 모량리 571번지’에서 태어났다. 김동리는 경주 부근 잡성촌을 배경으로 한 <무녀도>를 집필했으며, 박목월은 경주를 배경으로 <토함산>, <왕릉>, <불국사> 등의 시를 남겼다.
‘동리 전시실’과 ‘목월 전시실’에는 두 문학가의 삶과 작품들이 전시돼 있고, 그들의 서재가 그대로 재현돼 있다. 이곳 전시실들을 둘러보다 보면, 학창 시절 읽었던 김동리의 소설과 박목월의 시들이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오며 그들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갈망이 커진다. 봄 햇살 따스하게 내리쬐는 문학관 한 쪽 목련꽃 그늘 아래서 박목월의 시집이나 김동리의 소설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경주의 4월이 더없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으리라.
찾아가는 길 불국사 주차장 건너편 관련 정보 개관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1월1일, 매주 월요일, 설날 및 추석날 당일은 휴관)/ 입장료 성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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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06년의 봄을 느끼다, 보문단지
경주는 흔히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첨성대, 대릉원, 안압지, 불국사 등 수천 년 전 신라의 봄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과거’라면, 지금 서기 2006년의 봄을 느낄 수 있는 보문단지는 ‘현재’에 속하는 공간이다. 잔잔히 흐르는 보문호를 중심으로 호텔과 콘도를 비롯해 골프장, 테마파크, 자동차 야외극장 등이 자리하고 있는 보문단지는 분명 현대적인 공간이다. 테마파크인 경주월드의 회전 전망차와 현대적인 호텔들이 풍경으로 자리하는 보문단지는 경주의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보문호 풍경은 이른 아침도 좋고, 따사로운 대낮도 좋고, 어둠이 내리는 저녁도 좋다. 이른 아침이면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 주변으로 산책이나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대낮에는 호수에서 백조유람선이나 페달보트를 타는 사람들, 호수 주변에서 자전거나 소형 스쿠터 등을 타는 사람들이 있고, 저녁이면 서로 손을 잡고 아름다운 호반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벚꽃 흩날리는 계절이 되면 보문호의 아름다움은 극치를 이룬다.
찾아가는 길 ‘보문단지’ 안내 표지판만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버스 이용도 가능 관련 정보 백조유람선 이용료 성인 및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4인용 페달백조 이용료 30분 9,000원/ 자전거 이용료 1시간 3,000원 정도, 반나절 5,000원 정도(최성수기는 가격 변동)/ 스쿠터 이용료 30분 8,000원부터, 1시간 1만5,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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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야간 관광 - 아아~경주의 달밤이여!
경주의 봄은 아름답다. 경주의 밤도 아름답다. 봄꽃으로 뒤덮인 경주의 풍경이 다른 계절과는 다른 느낌을 주듯이 경주의 밤 풍경 역시 다른 느낌을 준다.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경주는 또 다른 변신을 꾀한다. 안압지(임해전지), 첨성대, 계림, 반월성, 대릉원 등지에 하나둘 조명이 켜지면 대낮의 웅장하고 고풍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신비로운 ‘경주의 달밤’ 분위기가 연출된다.
특히 신라 문무왕 때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와 나무를 심고 귀한 새와 기이한 짐승들을 길렀다고 전해지는 안압지의 야경이 일품인데, 달빛과 조명으로 빛나는 안압지의 풍경은 꿈속처럼 신비롭기만 하다. 안압지 야경의 백미는 바로 물 위에 재탄생하는 또 다른 안압지의 풍경. 조명빛과 달빛이 어우러져 물 위에 만들어내는 안압지 야경은 오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달빛 흐르는 안압지를 걸어보라. 안압지를 내 정원인양 거닐면서 그 옛날 왕족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첨성대와 반월성, 대릉원 등 경주의 유적지들을 낮에 둘러봤더라도 밤에 다시 한 번 가보자. 낮과 밤 풍경이 색다른 멋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매화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유적지 야경은 그 아름다움을 더하는데, 조명을 받아 묘한 빛을 만들어 내는 봄꽃에 취하지 않을 자 그 누가 있으랴. | |
첫댓글 경주의 봄! 아름답고 운치가 넘치죠~ 경주시민으로서 새삼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