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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16회차 하늘재-늘재 (19,20,21구간)
산행일시: 2006년 4월 11일-13일 날씨: 비, 맑음. 흐림 비
백오동과
산행구간: 11일 하늘재-탄항산-평천재-부봉-마역봉-제3관문-조령산-이화령
06시 30분-18시 20분 (11시간 50분)
12일 이화령-황학산-백화산-사다리재-이만봉-시루봉-희양산-구왕봉-은티마을
06시 30분- 19시 05분 (12시간 35분)
13일 은티마을-은티재-장성봉-버리미기재-대야산-고모치-조항산-청화산-늘재
05시 30분-22시 15분 (16시간 45분) 합 41시간 10분
도상거리 : 72.134 km 산행거리 : 75.8 KM
참으로 오랜만에 대간 길에 오른다.
우리나라 문헌 상 가장 먼저 뚫린 고갯길이라는 하늘재!
부랴부랴 비를 피하기 위해 하루 일찍 하늘재로 나선다.
포암산에서 하늘재로 내려와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로 넘어갔던 두달 전을
이번엔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하늘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점촌에서 문경을 거쳐 포암마을 한적한 집을 두두린다.
비를 피하려고 왔는데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연분홍 진달래와 벚꽃이 만발한 4월 촉촉해 내리는 빗속에 수줍어하고 있다.
등뒤에서 날 보라 포암산을 둘러싼 운해는 안개꽃 피어 오르고 있다.
아직도 낙엽송은 알몸으로 긴 겨울을 숨죽이고 있는데
노오란 생강나무꽃이 걸어 갈 힘든 고난 잘가라 인사한다.
이 아름다운 산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누구에게 전할까,
소나무는 송진속에서 항암효과가 있다는 피톤치톤을 발산한다는데
요물이 소나무 숲 속을 걸어가는 행운아일까,
유난히 추위에 떨었던 지난 겨울 고루포기산, 동대산의 진한 향기에 취해
봄이 왔고 또 산 속을 누비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말할까?
요물이 탄항산을 ~흉내
제일 먼저 반기는 탄항산(856m)이 산삼이 많이 나와 또다른 이름 월항삼봉이
내리는 빗물에 쓸쓸해 보인다.
안개에 마음 졸이고 있다,
멋진 주흘산이 궁금했었는데 안개속에 용트림하고 있다.
평천재에서 한바퀴 돌아보니 또다시 평천재 원을 그리기도 했다.
부봉(935m)이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월악산과 하늘재, 포암산, 대미산이 운해 사랑에 빠졌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구름꽃에 부봉은 마역봉(927m)이 손짓을 한다.
성곽이 시작되는 동문에서 북문으로,
마역봉에서 신선봉과 월악산이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있다.
서쪽으로 고집했던 길을 이제 백화산까지 남쪽으로 걸어간다.
조령제3관문이 평화로운 듯 한가롭다.
새들도 넘기 어렵다는 새재를 중부내륙고속국도가 문경새재
문턱을 낮추었다.
바윗돌에 옛 선현들의 시편이 새재를 사랑하고 있다.
"나라님 부름받아 새재를 넘자니
봉우리 꼭대기에 겨울 빛이 차갑구나
벼슬길로 돌아가는 부끄러운 이 마음
~~~~~~~~~"
-새재가는 길에-
오르고 또 오르는 바위를 안간힘 쓰며
또 내리막이 힘에 겹다.
로프와 로프에 손을 엮는다.
바위가 비에 젖어 꿈틀대고 있다.
하늘에 꼭지점 두고 서 있는 삼각형 봉우리의 각이 좁다.
유난히 뾰족한 삼각형 봉우리가 나란히 빗속을 헤맨다.
기암들이 병풍이뤄 하늘을 떠 받들고 있다.
구름은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춤추는 요주숙녀
걷고 걸어서 빗속에 두팔 벌려 하늘밑을 그렸던
조령산(1,025m)에 백오동언니를 보는 순간 행복한 눈물 방울은
볼을 타고 내렸다.
기뻤다.
먼 훗날 또 이 자리에서
돌고 또 돌아 보면서
빗소리, 바람소리 들어볼 날 있으려나,
머나먼 길!
하늘금밑에 우리세상
뭉게구름이 부럽다.
하루 웬종일 쳐다봐도
싫지 않다.
조령샘지나 날이 벌써 저문다.
아름다운 사계절의 시작은 꽃이로다
한없이 맑고 밝은 현호색,
지천으로 피어있는 산괴불주머니에 반했다.
너무도 가련하고 귀한 청노루귀가 길가에 수줍다.
이화령 내려오는 길 기진한 내 모습에
진달래가 활짝 웃어준다.
지나가는 승용차에 손을 흔들어
아무 생각없이 타고 보니 마음씨 좋은 서울양반은
웬 점촌에다 내려놓고보니 아뿔싸~
태워준 고마움만으로 부랴부랴 다시 문경으로~
기사식당에서 저녁먹고 내일 먹을 밥을 한봉지씩 배낭에
넣는 순간 왜 이렇게 해야만 할까?
초라한 그 모습에 푸하하하~~
동화장여관에서 2일째 잠자리들다.
운무속에 걸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하늘이 환하게 웃는다.
키 큰 낙엽송이 노란테두리를 하고 웃기도 한다.
개굴개굴 개구리가 웅덩이에서 노래하고 있다.
현호색, 노란제비꽃이 지천으로 속내를 보인다.
햇살이 요물에 이마에 비치니 요물도 웃어야 한다.
청학산, 백화산 걸어가는 넓은 길이 부드럽다.
어제부터 걸었던 봉우리가 한눈에 다 들어선다.
신기하다. 소리지르고 싶다.
무엇을 두고 하늘이라 말하고 무엇을 봉우리라 할까?
뇌정산, 옥녀봉이 그리고 가야 할 봉우리들이 펼쳐진다.
이어지는 암봉이 유독 흰빛깔로 반짝거리고
계곡의 깊은 골이 고집스럽다.
곰틀봉의 초록우산 소나무가 정겹다.
밟아가는 돌 길이 걸음을 더디게 한다.
스쳐 지나가는 얼굴볼를 때리는 철쭉이 아직도 겨울이다
조령산, 부봉, 월악산, 주흘산 이만봉, 시루봉
기암봉우리들이 동양화 병풍을 두른다.
보면서 나 저절로 어깨가 춤을 춘다.
자석처럼 자꾸 이끌린다.
요물은 이곳을 대간알프스라 말하고 싶다.
이만봉지나 조금 벗어나 있는 시루봉에 올라
중부내륙고속도, 34번국도, 923지방도로가 나란히 눈낄을 끈다.
한가로운 농촌의 풍경이 저수지가 있어 멋져보인다.
손 앞으로 내밀어 어제 걸어왔던 길 기쁨의 악수하고 싶어진다.
산천과 더불어 살며 산 모습 그대로 살고 싶다.
희양산(998m)!
"일체중생이 번뇌틀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으니 이에
분발하여 사람마다 본래 구족한 불성을 바로보아
사람과 천상의 스승됨이라"
이곳은 그와같은 스님들이 수행하는 청정도량이므로
현명하신 여러분께서는 양지하시고 입산을 금해달라는
안내판이 간절하다.
거대한 바위를 마음에 두고 돌고 또 돌아보는 요물을
웅장한 봉암사가 손짓을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먼 구왕봉이 버리미기재가 아쉽다.
다시는 오지 못 할 희양산 영영 안녕~~~~~~~
죄송합니다. 사알짝 다녀 갑니다.
된 오르막 구왕봉(877m)이다.
날이 저물어 간다. 또 하루가 간다.
27년이나 긴 세월을 산과 함께한 언제부터인가
존경한 분, 유가님 생각이 난다.
궁금했던 희양산의 소식을 듣고파 전화드렸었는데
연결되지 않아 은티재까지 가야겠다는 말을 전한다.
은티재를 가기 전 은티마을 20분 걸린다는 이정표를
보면서 걸어 내려오는 길 너무도 길다.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빨리 걸어도
40분은 걸린 듯 하다.
내려온 은티마을 첫 번째 집에서
진수성찬 밥상이 넘 맛났다. 너무도 배고파 있었는데
사과까지 한아름 주시면서 하룻밤 묵은 3일째 꿈속~~~~~~~
새벽녘 어제보다 한시간 일찍 나선다.
멍멍이가 잘가라 인사한다.
부지런히 걸어서 늘재까지 가야 하는데
지리산으로 향해 가는 이 길이 이렇게 힘들줄이야
미처 몰랐다.
은티마을에서 은티재 못미쳐 이정표까지 걸어올라온 시간이
한시간!
이제 빨리 걷기로 한다.
대간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 있으면
모두를 스쳐 지나왔지만 악휘봉만은 볼 수가 없었다.
장성봉으로 가는 길이 좀 색다르다.
조그마한 소나무가 야트막한 산 속에 정겨움을 준다.
비는 아주 조금씩 운무속에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현위치표지목 11-10 속리가 시작되는 장성봉(877m)
이 길이 얼마나 멀면 아직도 문경땅을 벗어나지 못했을까?
걸어가지 않으면 아직도 추위에 조금씩 이슬비같이
내리는 장성봉은 운해 속에 피어나고 있었다.
넓적한 신선암봉의 모습이 무척 궁금했었다.
봄비를 들이마신 나무들은 환한 색조를 띠기 시작하고
부산하게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뭇가지들은 목마른으로 이 비를 기다리며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새 생명의
호흡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동계연속종주의 완주자 필님의 서명을
보면서 반가워 하는 언니가 오랜만에 환히 웃는다.
불란치재이다.
걸어 갈 시간이 바빠서
아니면 마음이 조급하여
점심도 먹지 못했는데
거대한 직벽앞에 매달려있는 내 모습이 매미되었다.
8kg은 될 듯한 배낭무게와 3일째 이어오는 안간힘이
대야산 오르막 로프에 힘겨웁다.
지리산 태극종주의 인연이 되어 지금은 남달리 요물사랑이
지극하신 그리운산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대야산은
아마도 영영 오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먼저 올라온 언니가 대야산(930.7m) 꼭대기를 지키고 있었다.
유난히도 고모치의 표시기가 나풀거린다.
조항산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힘들다.
걸었던 대야산 꼭대기를 자꾸 뒤돌아 본다.
힘들었던 만큼 사랑하면 열배의 용기를 가질 것이란 진리를 배운다.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조항산 만큼이나 성큼 내준다 아니해도
너덜바위만큼은 조심조심 또 조심
모든 걸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지금
푸른물결 고요히 잠든 의상저수지의 감성적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산과 나무들이 그저 어우러져 헤아릴 수 없이 완벽하리라 믿지만
철저히 무수한 생명체들의 숨결이 가득한 삶의 보금자리!
또 찾아온 청화산은 어두움속에 추위에 떨고 있었다.
백오동언니도 요물도 청화산과 함께 떨었다.
마술에 걸린 듯 걸으면서
노오란 생강나무꽃이 피어나는 꽃망울을 보면서
구름속을 누볐던 산등성이까지의 힘들었던 암릉 길 발바닥이 아프도록
하늘을 지붕삼아 세상 곳곳을 떠돌며 사는 유랑자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리라~
하루 웬종일 걷고 또 걸어서
쳐다봐도 눈 길을 뗄 수 없는 고귀한 정경들
모든 것이 내것이 되어 사랑하리라!
눈요기가 많았던 산 길이라선지
힘들었던 그 3일간의 돌 길
늘재는 밤 10시를 넘어서 맞아주었다.
하늘이 움직이는 밤이었다.
누구보다 절절했던 지리산의 천왕봉이 그리운
늘재는 화북에서 4일째 고히 잠들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토록 왜 가슴이 뜨거웠나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3일간의 여정은 늦도록 머무를 것이다.
백오동언니 이번 만큼은 정말로
멋진 여행이었지요?
첫댓글 요물님 산행기를보니 샘이날 정도로 부럽습니다. 또, 두분이서 그것도 3일간이나....정말 대단하십니다.대간산행....저는 언제나 시작하게 되려는지요... 이세상에서 가장멋진 3일을 위하여 넘 넘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허~걱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그저 .......빛도리와 같습니다 ....항상 건강 하시길
언제 이어칠려나요...
그러게요. 이러갈 길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설레이는데 아직 허리가 낫질 않아 내려온 늘재를 그리기만 하고 있습니다. 장마비가 그치고 좀 우선하면 배낭 짊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