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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짝달싹하기 싫은 겨울. 실내의 더운 공기도 답답하고, 그렇다고 꽁꽁 얼어붙은 스키장도 싫다면 스파 여행을 떠나자. 낯모르는 사람과 머쓱함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프라이빗한 스파 룸을 갖춘 휴식 공간이 요즘 대세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단독 스파 여행지를 소개한다.
연말연시 가족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시끌벅적한 여행 대신 호젓한 가족 여행을 꿈꾼다면 스파가 해답이다. 온몸에 비타민 테라피를 해줄 온천, 스파는 휴식과 치유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일 듯. 하지만 대형 수영장을 방불케 하는 스파에서 한두 시간 시간 보내다 보면 오히려 놀이동산에 다녀온 듯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한다. 올 겨울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편안한 휴식 타임을 갖고 싶다면 단독 스파가 있는 리조트나 펜션을 찾아보자.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호텔 부럽지 않은 월풀 욕조, 야외 노천탕을 즐길 수 있어 풀 빌라식 휴양을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 상위 1퍼센트를 위한 럭셔리 호텔부터 유명 관광지 인근 펜션까지 단독 노천탕을 갖춘 여행지가 속속 들어서 작년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독 스파를 갖춘 펜션 이용료는 2~4인 가족 기준 18만~30만 원 선. 보다 고급스러운 휴양 시설에서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호텔급 리조트를 선택해도 좋다. 이용료는 1박에 25만~60만 원으로 다소 고가지만, 해외 휴양지 부럽지 않은 부대 시설과 럭셔리한 스파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드물게 스파 이용시 추가 요금을 받는 펜션이 있으므로 미리 체크해볼 일이다. 또 노천탕 이용시 티셔츠 등을 입어야 하므로 준비해야 한다. 최고급 개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룸마다 최대 인원을 지켜야 하므로 주의하도록. 36개월 미만 아이도 인원으로 계산하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센스를 발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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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리조트 ol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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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상징이 된 ‘올레’라는 이름을 지은 올레리조트는 애월해안도로에 접해 있는 풀 빌라 형태의 럭셔리 리조트 공간이다. 객실 어디서나 한라산의 설경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고, 단독 빌라에서 스파 타임을 즐길 수 있다. 원룸형, 복층형 등 빌라 타입과 규모도 다양해 여행 구성원에 따라 폭넓게 객실을 고를 수 있다. 외부 공용 공간에는 대형 수영장과 잔디 마당, 퍼팅 연습장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가족 여행지로 손색없다. 이용료 주중(화~금요일) 24만~50만 원, 주말(토~월요일) 29만~60만 원 문의 064-799-7770(www.jejuol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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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칼드림 tropical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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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 잡은 리조트형 펜션.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 이곳은 5개 별채로 구성되어 있다. 망고스틴, 파파야 등 열대과일 이름이 붙은 객실은 블루, 그린, 핑크 등 각기 다른 컬러와 모던한 컨셉트로 꾸몄다. 전 객실에 월풀 욕조나 노천탕을 갖추었다. 인근에 위치한 외도, 해금강 등 아름다운 한려수도의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이용료 2인실 주중(월~목요일) 18만 원, 주말(금~일요일) 21만 원 / 4인실 주중 26만 원, 주말 32만 원 문의 www.tropicaldre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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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하버펜션 morningharb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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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나 강릉보다 아늑한 겨울 바다를 만나고 싶다면 고성으로 떠나자. 강원도 미시령터널을 지나 5킬로미터 정도 가면 한적한 봉포해수욕장과 맞닥뜨린다. 즐비한 펜션 거리에서 모닝하버펜션은 모던하고 세련된 외관이 눈에 띈다. 문만 열고 나가면 바로 해변을 거닐 수 있어 소문난 명소. 특히 통유리 창으로 설계되어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즐기며 바다 전경을 구경할 수 있다. 욕조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풍경과 음악을 즐기면서 피로를 푸는 데 그만이다. 밤에는 편안한 소파에서 100인치 스크린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용료 주중(일~금요일) 16만 원, 주말(토요일) 21만 원(모든 룸 통일) 문의 033-633-6137 (www.morning-har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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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림 soohwar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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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 펜션 수화림. 한 채로 보이는 모던한 펜션은 독립된 객실 4개로 구성돼 물과 꽃, 숲이라는 수화림의 이름에 걸맞게 자연 친화적인 컨셉트로 꾸며졌다. 4가지 컬러와 공간 디자인으로 객실마다 개성과 모던한 감성이 돋보인다. 그중 삼림욕을 포인트로 디자인된 림(林) 공간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옥상 노천탕에서 자연과 일치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색 공간. 자연과 합일된 공간에서 지하 120미터의 광천수로 천연 스파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방 오리 훈제, 장어구이 등 보양식을 룸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 2인실 림 공간 주중(일~목요일) 23만 원, 주말(금~토요일) 26만 원 문의 041-688-5549(www.soohwar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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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산산장 ymsanj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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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에서 10년째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펜션. 낮은 산자락 언덕에 자리한 산장 정원에는 야생화가 가득해 여름철에는 식물원을 연상시킨다. 객실은 26제곱미터부터 215제곱미터까지 다양해 가족 여행은 물론 세미나도 가능하다. 객실마다 노천 스파가 마련되어 테라스에서 음이온 찜질방과 노천 목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예약을 통해 1회 2시간 노천 스파를 즐길 수 있고, 취향에 따라 와인이나 라벤더, 인삼 등 이벤트 탕을 선택할 수 있어 인기다. 이용료 50제곱미터 주중(일~목요일) 13만 원, 주말(금~토요일) 17만 원 / 66제곱미터 주중 14~19만 원(인원에 따라 다름), 주말 21만 원(노천 스파 이용 별도 커플 1회 3만 원, 1인당 추가 금액 1만5천 원) 문의 050-2673-9036(www.ympen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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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펜션 sanbit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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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산정호수에 위치한 갤러리 펜션. 하늘마루, 바람고운채 등 독립된 건물로 구성된 동은 컨셉트 별로 잘 꾸며져 20대부터 50대까지 취향을 충족시킨다. 전 객실에 노천탕이 있어 연인이나 가족 단위 휴식 공간으로 제격이다. 치즈 만들기, 한과 만들기 등 산정호수 특산물과 함께 하는 체험 여행도 인근에 마련되어 1박 2일 코스를 알뜰하게 이용하기 좋다. 이용료 2인실 주중(일~목요일) 13만~15만 원, 주말(금~토요일) 17만~23만 원(비수기 기준) 문의 010-9905-3991(www.sanbit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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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타피올라 clubtapiol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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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의 명소로 자리 잡은 타피올라는 수영장을 중심으로 각기 독특한 디자인 건물 3개로 구성된다. 7개 객실 중 5개 객실에 천장이 있어 탁 트인 실내와 숲으로 둘러싸인 외부가 멋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객실마다 독립된 데크와 노천탕이 있는데, 복층형 구조여서 호젓한 숲속에서 목욕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객실 이용 고객은 카페에서 조식을 제공한다. 노천 스파 이용시 별도 요금(커플 1회 3만 원, 1인당 1만5천 원) 추가. 이용료 2인실 주중(일~목요일) 19만 원, 금요일 22만 원, 주말(토~공휴일 전날) 25만 원 / 4인실 주중 20만 원, 금요일 23만 원, 주말 26만 원 문의 031-772-9997(www.clubtapio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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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
아이와 함께 간 추억의 데이트 장소 - 춘천의 겨울은 따뜻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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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이다. 그때도 추운 겨울이었다. 대학 졸업 후 오랜만에 기차가 타보고 싶어 춘천에 가자고 했다. 기차로 갈 수 있는 곳이 많지만 굳이 춘천을 고집한 이유는 당시 이외수씨의 작품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 춘천을 본 나는 실제로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 작품 속의 춘천과 직접 본 춘천은 달랐다. 호수가 꽁꽁 얼었고 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추위에 떨었다. 그래도 나의 마음은 춘천에 왔다는 기쁨에 추운줄 몰랐고, 연인과 동행이었기에 더욱 설렌 기억이 난다. 지금은 부부가 된 우리의 오래전 이야기다. 우리 부부의 데이트 장소 춘천을 17년 만에 다시 찾았다. 가족이 되어 아들 손을 잡고 말이다. 하루 여행을 계획하면서 제일 먼저 춘천이 떠오른 것은 필연이었다. 한겨울 호반의 도시를 찾는다는 것이 썰렁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서 더욱 가고 싶었다. 내 추억을 떠올리기에 이 계절만 한 것이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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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여정, 다른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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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여행의 참 맛은 단연 기차다. 자가용이 아무리 편해도 창밖 풍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경춘선의 낭만과는 비교가 안 된다. 대학생 시절, 비둘기호를 타고 춘천에 갔던 기억이 새롭다. 통일호나 새마을호에 가던 길 내어주며 세상 급할 것 없다는 듯 한없이 천천히 가던 비둘기호. 멀게만 느껴지던 여정은 친구들과 노래 몇 곡 부르고, 게임 좀 하다 보면 싱겁게 끝나곤 했다. 그 비둘기호를 생각하며 표를 어디서 살지 걱정했는데 세상 정말 편해졌다.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인쇄까지 하고 나니 집에서 기차표를 손에 쥐었다. 전철을 갈아타고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하자 아들이 추우니 편하게 자가용을 타고 가자고 한다. 남편이 “기차에서 삶은 달걀과 사이다 사 먹자”는 말로 이를 제압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정은 같지만 달라진 것이 많았다. 비둘기호나 통일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제는 무궁화호가 등급이 가장 낮은 기차가 되었다. 손으로 힘껏 밀어야 열리던 문은 자동문으로 대체되어 버튼 하나로 부드럽게 열렸다. 좌석은 뒤로 누울 수 있을 정도로 편했다. 삶은 달걀의 자리는 샌드위치가 차지했고, 병 사이다 대신 캔 사이다가 있었다. “기차 왜 이렇게 좋아졌어?”라며 놀라는 남편과 나의 말 뒤로 “이것도 KTX야?”라는 아이의 말이 이어진다. ‘아! 이 세대 차이를 어찌할꼬?’ 춘천역 공사로 인해 기차는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두 시간이 걸려 딱 점심시간이었다. 택시 기사가 다가와 “어디 가세요?” 한다. “닭갈비 먹으려구요.” 15분 만에 닭갈비 골목에 도착했다. 닭갈비는 1960년대 허름한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 사발에 먹는 안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예전엔 포장되지 않은 돌담길을 따라 걷다가 찾아낸 선술집 분위기의 식당에 앉아 막국수와 닭갈비를 먹었는데, 지금은 특화된 골목에 정돈된 간판을 단 닭갈비집이 즐비하다. 막국수는 쌉싸래하고 투박하던 맛 대신 달콤새콤한 맛으로 바뀌었다. 기차역에서 식당에 오기까지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섭섭하던 나는 막국수의 달라진 맛에 추억을 도둑맞은 느낌이었다. 그런 나를 달래준 것은 닭갈비였다. 무쇠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익은 닭갈비의 맛은 다행히 과거와 다름이 없었다. 전국 각지로 택배 서비스도 된다는 말에 큰아이를 위해 포장을 부탁했다. 달라진 세상이 좋은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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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의 도시가 애니메이션 도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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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 하나는 애니메이션 도시로 특화되었다는 것이다. 해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영상물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춘천에는 애니고등학교와 애니메이션박물관도 있다. 축제 기간에는 전 세계의 유명 작가들이 찾아와 공연을 한다니 춘천에서 애니메이션박물관을 빼놓을 수는 없다. 시간을 절약해야 했던 우리는 택시를 타고 박물관을 찾았다. 시내에서 30분, 꽤 먼 거리다. 요금이 1만7천 원이 나왔다. 춘천은 마라톤 코스로도 유명하다. 호반을 따라 달리는 춘천의 마라톤 코스는 수려한 경관 덕에 마라토너들의 사랑을 받는데, 시내에서 애니메이션박물관으로 가는 길이 그 마라톤 코스다. 의암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차창 너머의 풍광은 겨울인데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호숫가를 따라 이어지는 길을 달리다 보니 춘천이 왜 호반의 도시라 불리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박물관에는 우리나라 만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자료와 세계 각국의 캐릭터, 애니메이션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었다. <플랜더스의 개>가 일본 만화임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남편과 나는 <황금박쥐> <마루치 아라치> <태권V>를 보며 동시에 “아! 저거 재미있었는데”를 외쳤다. 둘이 만화 주제가를 부르며 즐거워하니 아이가 “애 같아!” 한다. ‘그래, 엄마 아빠도 너 같은 시절이 있었단다. 황금박쥐가 세상의 모든 적들을 물리치고,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태권V가 출동할 것으로 믿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세상의 어려움을 이겨 나가고, 너희의 꿈을 지켜주어야 하는 어른이 되었구나.’ 엄마로서 무게감을 느낀 나는 어린이날 극장에서 <마루치 아라치>를 보며 흥분하던 그때가 그리워졌다. 3D 입체 영화도 보고 이런 저런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에 흠뻑 빠진 아이를 보니 잘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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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커피와 자전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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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는 호수가 세 개 있다. 소양호, 의암호, 춘천호다. 각 호수에는 댐이 있다. 박물관에서 나와 의암댐을 찾아갔다. 댐의 규모를 직접 보고 싶어서다. 아이가 댐 위에 가서 아래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춘천에 있는 북한강 줄기의 댐들은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데, 계절 탓인지 썰렁해서 규모를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공지천이다. 결혼 전 춘천에 갔을 때는 역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공지천에 오는 것이 전부였다. 이 여정만으로도 해가 기울어 서둘러 기차를 타야 했다. 공지천에 오니 자전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저곳에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 한 시간에 3천 원. 지금은 추워서 타는 사람이 없지만 봄가을에 자전거를 빌려 타고 공지천 주변을 달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공지천에서 발견한 에티오피아박물관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최근에 역사서를 읽는 아이는 한국전쟁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위해 건립된 박물관 안에는 한국전쟁의 역사가 기록돼 있었다. 통일됐으면 좋겠다는 아들의 말에 남편이 “아빠도” 한다. 말해 뭣 하겠니? 우리나라 국민의 바람인걸. 아이가 지금 에티오피아는 못 사는 나라 아니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잘 사는 우리나라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유니세프 저금통에 돈을 많이 넣어야겠다고도 했다.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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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카페는 없어졌지만 추억은 그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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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여행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 부부의 추억 찾기였다. 연인 시절 우리가 춘천에 간 이유는 공지천을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나는 여러 문학작품 속에서 때론 아름답게, 때론 슬프게 묘사된 공지천의 겨울 이미지에 빠져 있었다. 공지천을 걷다가 들어간 어느 카페의 커피가 너무나 향기로워 그 향기가 춘천의 향기로 기억된다는 수필가의 글을 읽은 기억도 났다. 그런 글을 읽으며 공지천에 가고 싶어 데이트 장소로 택했던 것이었다. 책에서 본 감상을 생각하며 한 카페에 들어갔다. 뜨거운 커피 잔으로 언 손을 녹이며 창밖의 공지천을 바라보자니 평화로운 여유가 밀려왔다. 그러나 우리의 평화는 곧 깨졌다. 쥐 한 마리가 카페를 휘젓고 다니는 통에 카페 안의 모든 여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탁자로 올라갔고, 당황한 주인이 집게를 들고 뛰어다녔다. 그 후 우리에게 춘천은 낭만의 도시지만 공지천 카페는 쥐 해프닝으로 기억되었다. 다시 찾아간 공지천에서 쥐가 나온 카페는 찾을 수 없었다. 그 자리는 횟집이 대신하고 있었다. 커피도 판매한다는 문구는 있었지만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없던 오리 배들이 가장자리에 정박해 있었다. 주변은 바뀌었지만 꽁꽁 언 호수의 모습은 여전했다. “공지천도 그대로고 기억도 그대로인데 주변은 많이 변했네.” 남편의 말이 맞다. ‘그래, 세월이 얼만데. 당신과 나의 모습이 변했고 옆에서 쉴 새 없이 재잘대는 우리 아이도 생겼는데 여기라고 안 변했겠어. 그게 인생이지. 17년 후 우리는 또 어떤 모습일까?’ 속으로 생각하니 슬며시 슬퍼진다. 남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17년 후에 또 오자. 그때는 손자 데리고 올까?” 한다. 생각해보니 17년은 참으로 긴 세월이다.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는 시간이니 말이다. ‘그래. 17년 후에도 지금처럼 내 가족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건강해서 같이 손잡고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의 기억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행복하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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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사진 유병아 리포터 bayou84 | | |
첫댓글 멋진곳 소개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