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18. 수
순복음대학원 종강수련회
남편따라 수련회 갔다 오니 조선휘목사님께 전화가 왔다.
“저도 같이 수련회 갔다 왔어요.”
“무슨 빽으로?”
“신랑 빽으로 갔다 왔죠. 가평인데 공짜로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예전에 사역했던 교회 목사님이신데 몇 년만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개척했다고 하니 버릴 것만 있으면 전화를 해서 부르신다.
사역할 땐 아이스크림 하나도 안사 주시더니 지금은 제일 맛있는 걸로 사주신다. ^^
내일은 목사님 사무실 공사할 일 있다고 오라고 하신다.
이사한지 한 달이 지나도 못 박아 줄 사람이 없어서 시계, 액자가 그대로 있었다.
할아버지 목사님이신데도 우리보다 배나 부지런하시다.
남편한테 수련회에 나도 가도 되냐고 학교에 말했냐고 했더니
수련회 전날까지도 말을 안했다고 한다.
나는 눈치 보며 지낼 생각을 하니 화가 나서
안간다고 했다.
1년 전쯤에 갔을 때도 너무나 눈치가 보여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둘째 낳기 전에 여행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우리 둘 다 엄두를 못냈다.
적어도 10만원은 잡아야 할 텐데 늘 생활이 바닥 상태라 여행은 너무나 사치였던 것이다.
회장님 한테 말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나랑 태인이가 나타나면 또 눈치 줄까봐 나는 계속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남편이 확실히 일을 처리해 주지 않아 몹시 화가 났지만
어디 멀리 한 번 가보고 싶어 눈 딱 감고 갔다.
혹시 누구 한 사람이라도 눈치 주지 않나하고 노심초사했다.
지난 번 내가 방송대 출석수업이 있어
남편이 태인이를 수련회에 데리고 가서인지
모두들 태인이를 반겨 주었다.
남편 동기들이 태인이도 이뻐해 주고 먹을 것도 챙겨주며 반겨 주었다.
태인이와 나는 물이 거의 빠진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놀았다.
돌맹이 던지기, 돌맹이 쌓기, 돌맹이로 인형극하기, 모래놀이, 풀 뜯어 물놀이, 잔디밭 운동장에서 뛰어놀기, 앵두따먹기, 오디(뽕나무열매) 따먹기, 밤 산책 같은 놀이를 하며 이틀을 보냈다.
태인이도 나도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밥도 맛있었다.
태인이는 너무나 행복해 하며 잠이 들었다.
3일째 마지막 날인 오늘은 장마가 시작되어 종일 비가 퍼부었다.
태인이와 나는 좁은 방에서 매우 심심했다.
수련회 갈 때 남편 동기의 차로 편안하게 갔는데
올 때도 남편 동기가 태워줘서 정말 편안하게 왔다.
뱃속에 있는 강인이를 위해 하나님께서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인도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인이랑 목사님 갔다 드리려고 딴 앵두는 정말 이쁘고 맛있다.
앵두랑 오디를 질리도록 먹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거 목사님 갔다 드릴거에요.”
태인이는 아래쪽에 열린 앵두를 하나 따서 자랑스럽게 나에게 주곤 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태인이랑 행복한 여행을 해서 나는 너무나 뿌듯하다.
지금까지 가장 편안하고 여유롭고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남편이 밤 늦게 간식 갖다주러 올 땐 정말 고마웠다.
몸이 힘들다고 할 땐 밥까지 갖다 주고 빈 그릇도 치워 주웠다.
정말 친절한 남편이다.
나도 남편에게 좀 더 상냥한 아내가 되어야 겠다. ^^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시장 혼자 갔다 오라고 윽박 질렀으니....
그래도 얼른 갔다 와 줘서 또 고마웠다. 이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