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색채를 사랑한 화가 이인성
글 신수경
대상 : 초등학교 전학년 / 판형 : 245×185mm / 면수 : 48쪽
펴낸날 : 2009년 3월 4일 / 가격 : 10,500원 / ISBN : 978-89-89004-31-8
다시 발견한 뛰어난 우리 화가
이인성은 우리에게 그다지 익숙한 화가는 아닙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이인성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화가들이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하면, 이인성에 대한 관심은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1930년대에 이인성은 마라톤 선수 손기정이나 무용수 최승희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일본에까지 천재 화가로 알려질 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지만 서른아홉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죽은 해가 6․25 전쟁이 일어난 어수선했던 시절이라 사람들의 주목도 받지 못했습니다. 유작전도 제대로 열리지 못했고, 그의 이름과 작품을 알릴 제자들도 없었던 터라 이인성은 자연스레 잊혀진 화가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1950~60년대에는 우리 화단에 추상화 물결이 밀려와 사실적인 묘사가 대부분인 이인성의 작품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인성은 짧은 생애 동안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또한 유족이 사진첩과 엽서, 스크랩한 신문 기사 등을 잘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남긴 작품들과 유품을 통해 우리는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고 이인성이라는 소중한 화가를 재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한 편의 영화처럼 파란만장한 삶
1912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인성은 어릴 때부터 그림에 뛰어난 소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대신 화가 서동진이 경영하는 대구미술사에서 일하며 틈틈이 그림을 배웠습니다. 1929년 작품〈그늘〉로 제8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이후 이인성은 조선미술전람회가 22회로 막을 내릴 때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입상을 하였습니다. 1931년 지역 유지들의 도움으로 일본 다이헤이요 미술학교로 유학을 떠난 이인성은 그곳에서 제국미술전람회, 광풍회전, 일본수채화전 등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며 천재 화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1935년에 귀국한 이인성은 일본 유학 중에 만난 김옥순과 결혼을 하고, 대구 화실에 ‘이인성양화연구소’를 열어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개인전을 열어 평단에서 ‘조선의 보물’이라는 호칭을 듣고, 아들딸도 태어나 그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아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단란했던 가정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2년이 지난 후 재혼을 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불안정한 생활을 견뎌 내는 길은 그림밖에 없었습니다. 두 딸의 모습과 내면의 고민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한편, 이화여자중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열심을 쏟았습니다. 그러던 중 세 번째 배우자를 만나 점차 생활도 안정되어 갔지만, 불행은 또다시 이어졌습니다. 1950년 11월, 이인성은 술에 취해 경찰과 말다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이 실수로 쏜 총탄에 맞아 이인성은 쓰러졌고, 서른아홉의 젊은 화가는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였습니다.
자연의 색채처럼 빛나는 작품
어둡고 극적인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여느 화가의 작품보다 다채롭고 화사합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작품으로 풀어 놓기를 좋아했던 자유로운 화가였습니다. 변해 가는 조선 풍경도, 일본 유학 중에 접한 외국 화가들의 그림 기법도, 이국적인 분위기도 그의 그림 안에 모두 담겼습니다. 하지만 변함없는 한 가지는 우리의 풍경과 색채를 향한 그의 애정이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붉은 흙, 초록 나무와 황금빛 햇살 등 우리 자연을 대표하는 색과 풍경과 사람들이 항상 그림의 주제였습니다. 자연의 색을 포착해서 타고난 색감으로 물감을 칠하고, 다양한 기법으로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완성했던 이인성. 그의 향토색 짙은 그림들은 우리 서양화단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현재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근대미술걸작전에는 이인성의 유작인〈카이유〉〈계산동 성당〉〈가을 어느 날〉〈빨간 옷을 입은 소녀〉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새롭게 옷 입은 어린이미술관
어린이미술관 열세 번째 책인《자연의 색채를 사랑한 화가 이인성》은 이인성의 삶과 작품 세계를 진솔하게 보여 줍니다. 오랫동안 이인성의 작품을 연구하며 이인성에 관한 책도 여러 권 낸 신수경 씨가 어린이들과 이인성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글을 썼습니다.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압축하여 풀어 낸 글에 이인성의 작품을 사랑하고 오래 연구한 글쓴이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이전 시리즈와 책의 레이아웃을 달리 하여 더욱 시원하고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편집했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화려한 색채가 담긴 이인성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부록에 실린 이인성의 사진들과 그가 젊은 시절에 만든 화첩《운상》속의 작고 소박한 그림들은 청년 화가의 감수성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수채화 그리기를 좋아했던 이인성처럼 다양한 기법으로 수채화를 그린 어린이들의 그림을 보며 함께 수채화를 그려 보고, 이인성이 그림 속에서 색깔들을 얼마나 다양하게 썼는지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 소개
글을 쓴 신수경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국예술사 구술 채록 사업’에 채록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한국 근대미술의 천재 화가 이인성》(아트북스)을 비롯해 이인성에 관한 글을 여러 편 썼습니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화가들을 어린이들에게 알리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미술관 소개
‘어린이미술관’은 조선 시대의 화가부터 불과 몇 해 전에 세상을 뜬 백남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훌륭한 화가들을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더불어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그림 보는 즐거움을 발견하도록 하는 책들입니다. 나무숲은 계속해서 숨겨진 우리 화가들과 우리 그림이 간직한 아름다움을 어린이들에게 알릴 계획입니다.
<가을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