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의 교리서」는 주일학교용, 예비자용 교리서 뿐 아니라 신자 재교육용을 위해서도 활용되어야 한다. 신자 재교육도 예비자 교리 못지 않게 대단히 중요하다. 교리교육에 관한 관심이 흔히 예비자 교육에 치중되고 있음이 일반적이지만, 이제는 신자 재교육을 위한 교리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대 세계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적 사상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으며, 특히 무신론, 무종교주의, 편의주의, 물질주의, 과학 만능주의, 뉴 에이지(New Age)운동 등의 현대사조들이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위협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종교와 철학을 가미하고 혼합종교적인 성격을 띤 사상들이 마치 인간을 구제하고 있는 듯이 그리스도인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15)
다가오는 2000년대, 대망의 21세기에는 무엇보다도 종교간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종교는 이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방식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다. 종교 교단의 신도들도 컴퓨터화 되어 관리되고 있고, 최첨단 컴퓨터화 된 종교 운영의 자료들을 토대로 각종교 나름대로 선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반선교(反宣敎)라고 말할 수 있는 타종교에 의한 선교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의 선교적 침투가 유럽에 스며들고 있으며, 또한 역선교(逆宣敎)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도교의 재유입현상이 일어나고 있다.16) 유럽의 국가들 특히 이태리나 불란서 등에서는 공산주의, 사회주의적 성향의 정당들이 국민의 많은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고, 그리스도교화된 유럽의 국가들 안에서 무신앙화, 비신앙화, 냉담화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지역에 과거에는 유럽의 그리스도교 국가들에 의해 선교가 이루어졌으나, 반대로 현재 신앙이 활성화된 아시아 . 아프리카의 나라들에서의 선교사들이 역으로 진출되어 유럽의 비신앙화된 지역에 그리스도교적 활기를 불어 넣어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래서 일찍이 교황 바오로 6세는 「현대의 복음선포」(E . N, 1975, 12, 8 반포)라는 사도적 권고에서 이 점을 지적하고 이미 신자가 된 이들이 신앙의 의미를 잃거나 냉담화된 지역에 재선교(再宣敎)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권고하였다.17) 이러한 것의 방편으로 현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교회의 선교사명」(R.M, 1990, 12, 7)이라는 선교회칙에서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해 2000년대의 복음화를 이룩하려는 노력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18)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1994년도 말 교세 통계에 의하면 천주교 신자가 333만에 이르고 있는데 이것은 남한 인구(44,453,000)의 7.51%에 해당한다. 과거보다 신자율이 늘기는 했으나, 냉담자는 38만명으로 냉담자율은 11.5%, 행방불명자는 45만명으로서 행불자율은 13.5%로서, 신자 333만명중 83만명이 냉담자이거나 행불자이어서 이들이 2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신자 4명중 한 사람이 교회에 나오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해마다 영세율은 과거 10년간의 통계를 비교해 보면 계속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며, 그와 반대로 신자가 된 이들중 냉담자나 행불자로 전락되는 비율은 높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예비자 교육 못지 않게 이미 신자가 된 이들에 대한 신앙교육은 참으로 중요하다.19)
그런데 신자들에 대한 교육은 참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주일학교 교리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겠으나, 성인들은 다양한 계층과 신분을 이루고 있으므로 그에 적합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현재까지 성인 신자들을 위한 교육이 부족하거나 없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등장과 함께, 이 새로운 표준교리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리원리와 규범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성인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에 반드시 '교리서' 라는 명칭이 붙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성인 교육 프로그램들의 여러 형태들에 나타난 옛날식 사고방식과 표현들을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에 부응하여 수정, 보완하거나 새로이 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인용 교육 프로그램으로 수정 보완해서 계속 활용하여야 할 것은, 이미 우리에게 널리 잘 알려지고 친숙한 다음과 같은 교육들이다.
제 1절, 사도직 활동을 위한 교육
●ME(Marriage Encounter) : 부부일치를 통한 가정의 행복을 도모하며 나아가 교회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교육.
●가톨릭 노동 청년회(JOC) : 청년 노동자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정신으로 살도록하는 교육.
●가톨릭 성서모임 : 성서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를 통해 세상을 복음화하는 일에 투신하는 말씀의 봉사자 교육.
●꾸르실료 교육(Cursillo) : 그리스찬 생활의 단기 강습으로서 교회 지도자 및 봉사자 양성교육.
●레지오 마리에(Legio Mariae) : 성모님의 군사교육으로서 선교와 신심활동을 위한 교육.
●빈첸시오회 : 가난한 자, 환자, 불구자, 행려자, 정신질환자, 교도소 재소자 등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 활동모임.
●성모의 기사회 : 죄인, 이교도, 이단자 및 반교회적 비밀결사대원들의 회개를 위한 단원교육.
●훼꼴라레 운동 : 갈라진 형제들과 분열된 이 세상에 벽난로같은 사랑의 화덕으로 그리스도 안에 일치를 이루고자 하는 마리아 사업회 운동.
제 2절, 성사교리 교육
●견진교리 : 영세한 이들 가운데 신앙이 깊어지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열심히 전하도록 성령의 은혜를 받아 그리스도의 군사가 되도록 하는 교육.
●고해교리 : 새 영세자들로 하여금 영세후 지은 죄에 대해 고해성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하며, 앞으로는 더 이상 그러한 죄에 반복하여 떨어지지 않도록 죄의 종류와 죄의 허망함, 그리고 죄를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주는 교육.
●병자교리 : 살다가 각종 질병과 사고로 인해 앓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위로를 전하고 장차 건강을 회복하여 사회와 교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또한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죽음을 잘 받아들이며 그리스도의 품안에 안식을 누릴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교육.
●성체교리 : 국민학교 3-4학년 어린이들이 첫 영성체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육.
●혼인교리 : 결혼을 앞둔 남녀 젊은이들에게 그리스도교적 결혼과 가정의 의미를 알려주고 배우자 상호간의 바람직한 역할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제 3절, 사회계층 교육
●가출자 모임 :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무단으로 가출한 소년 소녀들을 가정의 품으로 다시 돌려 보내도록 하는 교육.
●교도소 수감자 교육 : 사회적으로 죄를 지어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새 사람이 되어 살아 갈 수 있도록 교정하는 교육.
●군인교육 : 가정과 학교와 직장을 떠나 외로이 국토방위를 하고 있는 군인들이 병영생활에 잘 적응하고 그리스도교적인 정신으로 자유와 생명을 수호하고 국토를 방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노인대학 : 사회와 직장을 은퇴하고 인생의 말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에게 그리스도교의 정신으로 노년을 보람있고 복음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노인들을 위한 신앙교육.
●농어민 교육 : 국민들의 식량을 산출하는 농어민들이 전원과 해양생활에서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여 주어진 소명을 잘 이루도록 하는 교육.
●단도박 모임 : 상습적인 도박자들로 하여금 도박을 끊고 새 사람이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단주(알콜 중독자) 모임 : 상습적인 알콜 중독자들로 하여금 술을 끊고 새 사람이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모임.
●미혼모 교육 : 정식 혼인 전에 어머니가 된 이들이 심리적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민족화해학교 : 남북으로 갈라진 한 민족이 화해와 일치를 이룩하고 통일된 한국의 복음화를 모색하는 교육.
●복음화지도자학교 : 복음화를 위해 소공동체의 활동을 잘 지도하기 위한 지도자 교육.
●사회교리학교 : 교황의 대 사회에 관한 문헌들을 중심으로 특히, 사회정의, 노동 공동선, 자유 등의 과목을 유기적으로 습득하여 사회발전을 이룩하고 그리스도교적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교육.
●상담심리교육 :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스트레스와 사고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도록 상담하는 교육.
●소공동체학교 :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해 교회에 활력을 주고 복음화하고자 하는 교육.
●신용협동조합 교육 : 신자나 비신자 상호간에 신용을 바탕으로 금전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함으로써 一人은 萬人을 위해, 萬人은 一人을 위해 어려울 때 상부상조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신체장애자 교육 : 맹인, 농아, 신체장애인들에게 그들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실시하여 그리스도교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정신지체자 교육 : 정신적으로 미성숙된 이들에게 그에 적합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인간 발달을 가져오게 하는 교육.
●주부신앙학교 : 가정을 가진 주부들이 가정과 교회에서 그리스도교의 복음정신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직장인신앙학교 :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신자들이 직업의 소명과 그리스도교적 복음정신으로 봉사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참생명학교 : 나날이 인명경시가 팽배해가는 사회현실 속에서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의 존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교육.
●한마음 한몸운동 :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신체와 정신을 나눔으로써 이웃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형제애를 나누는 모임.
●호스피스 교육 : 병원에서 암이나 기타 질병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말기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교적으로 죽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환경학교 : 나날이 피폐해가는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을 애호하고 환경을 보존하도록 하는 교육.
이상에서 제시한 교육들은 신자재교육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교육의 종류들이다. 물론 위에 제시된 것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한 것은 아니며, 사회의 발전과 필요성에 따라 사도직 교육과 사회계층 교육은 추가될 수 있다.
이러한 교리교육들의 프로그램들이 이미 존재하고는 있지만,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1992, 6, 25)가 우리 시대의 표준교리서로 반포된 이상 표준교리서가 제시하고 있는 교리원칙과 교리규범에 따라 재조정되고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 어떤 교리서든지 역사성을 띠고 있으며, 성서를 활용하고 있고, 사회적인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고, 교육학적으로 신자들을 이끄는 방법을 지니고 있다. 역사성, 성서활용, 사회배경, 교육적 방법, 이 네가지는 교리서의 분석과 이해, 제작과 활용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첫째, 교리서가 역사성(Historisité du Catéchisme)을 띤다는 것은 어떤 교리서든지 단독으로 생긴 것은 없으며, 이미 존재하는 교리서와 완전 두절된 상태에서 창조된 것은 없다는 뜻이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로마 교리서」와 역사적인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그 구조와 성격에 있어서 유사한 것이다.
둘째로 교리서의 성서활용(Utilisation de la Bible)이란 어떤 교리서든지 성서를 활용하고 있는데, 어떤 성서가 많이 인용되는지에 따라 그 교리서가 주고자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로 교리서의 사회배경의 구조적 분석(Analyse Structurale des milieux sociaux)이란, 어떤 교리서든지 어떤 장소와 시대를 바탕으로해서 산출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 교리서에서 사용되고 있는 문체와 언어 표현양식은 그 시대 그 장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 사회를 위한 복음선포적인 기능이 제시되어 있다.
넷째로 교리서의 교육학적 방법(Méthodologie pédagogique)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교리서든지 그리스도교 메시지 전달에 관한 심리학적, 교육학적 방법이 반영되어 있음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도직 교육, 성사교육, 사회계층교육을 위한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활용은 위의 네가지 요소들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교과서적인 일반 교리서가 아닌 특수 계층이나 특수한 방면을 위한 교리서는 특히 위의 네 가지 요소들이 더욱 독특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