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잠시 짬이 날 때 부담 없이 읽을 책을 권한다면 소설이다. 재미있는 스토리는 마지막 장까지 한숨에 읽힌다. 지루한 역사도, 재미없는 철학도 소설의 옷을 입으면 이해하기 쉽다. 마음의 키를 성장시킬 철학, 역사, 우정, 가족을 다룬 청소년 소설 네 편을 소개한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한 무인도. 여름 캠프에 참가한 대한민국 아이 여섯 명이 배를 놓치고 무작정 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시민이는 자신이 17세기라는 시간대에 갇혔다는 걸 알게 된다.
엿새 안에 섬의 보물을 찾아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무작정 배를 기다리자는 아이들과 무인도에 영원히 남겨질 것을 두려워하는 시민이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고, 이때 갑자기 ‘괴상한’ 로크 아저씨가 나타난다.
‘괴상한 철학자’ 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통치론>을 쓴 철학자 존 로크다. 영국의 왕 제임스 2세에게 쫓겨나 네덜란드 무인도에 숨어 산 것. 로크는 시민이에게 필요하면 싸워서라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주인이 누구인지 일깨운다.
아이들은 힘겨운 모험 끝에 보물을 찾는다. 보물은 바로 존 로크의 <통치론>이다. 마지막에 존은 시민이에게 이별을 고하며 이렇게 말한다.
“시민아,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란다. 거짓된 평화에 속아선 안 돼. 우리에겐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시민의 권리가 있어. 정부가 무서운 사자나 호랑이로 변하기 전에 갈아 치우면 되는 거야. 우선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 된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좋아.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는 너한테도 책임이 있다는 걸 잊지 마.”
<로크 씨, 잘못된 정부는 바꿀 수 있나요?>는 1689년에 출판된 <통치론>을 청소년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각색한 책이다. <통치론>에서 개인이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밝히고 정치적 권위도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걸 강조한다. 존 로크의 정치사상은 루소를 통해 프랑스에 전해져 프랑스 시민혁명에 영향을 미쳤다. 또 제퍼슨을 통해 미국독립선언에 영향을 주었다.
굿바이 조선
지은이 김소연 펴낸곳 비룡소
1905년 구한말 격동기,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 놓인 당시 조선을 타자의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낸 청소년 역사소설이다. 조국 러시아의 비극을 품은 소령 알렉세이, 다혈질의 퇴역 군인 비빅, 러시아로 귀화한 조선인 통역관 니콜라이 김, 가마실을 벗어나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 소년 근석 등 4인의 탐사대가 맨몸으로 뜨겁게 겪은 1905년 진짜 조선의 모습을 담았다.
비밀 노트
지은이 김지숙 펴낸곳 다른
세 소녀가 만나 빚어내는 우정의 단면을 촘촘히 그려낸 청소년 소설이다. 초등학생 때 친구가 되어 중학교를 함께 다니는 10대 소녀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 상대에 대한 동경과 질투, 집착과 배신의 드라마다. 미움 받지 않으려는 용기 없는 마음에서 비롯된 생존경쟁의 모습, 가려지기 쉬운 여자아이들 사이의 반감이나 질투, 공격성 등 여자라면 10대에 한두 번쯤 겪었을 친구 관계의 실제를 포착한다.
나쁜 엄마
지은이 박성경 펴낸곳 문학과지성사
톡톡 튀는 캐릭터와 유쾌한 반전이 있는 박성경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 . 평범하게 행복해지고 싶은 주인공 ‘나’(지환)와 막무가내 궤변으로 무장한 엄마 ‘지연옥’의 이야기다. 사교육 열풍, 학교 폭력에 대응하는 소극적인 학교, 한 부모 가정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등에 날선 비판을 가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고 청소년에게 가족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각자 새롭게 정의 내리게 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