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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번째 독도 탐방기
출발
나는 독도지도를 만들기 위하여 2005년부터 매년 독도를 방문하여, 올해로 12차 33일간 독도를 방문하였다.
올해는 2012년 9월 5일~9월 8일까지 독도 방문 일정을 잡았다.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걱정하며 출발 두 달 전부터 분주하다. 회사 일정을 조정하고, 문화재청과 독도관리사무소에 사전 허가를 받고, 울릉도 전문 여행사인 울릉도마니아에 연락하여 승선표와 숙박 등을 사전에 예약하고, 하루하루 일정을 점검하며, 독도에 사시는 김성도 이장에게 전화하니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반갑게 인사하고 일정을 말씀드리니 그래 들어오라 하신다.
독도 가는 날을 받아 놓으니 바람이 불어도 비가와도 노심초사 걱정이다.
2012년 9월 5일 새벽 4시 50분에 집에서 나와 강릉 안목항으로 가기 위하여 차를 몰았다. 고속도로 여러 지역에서 비가 와 노면이 미끄럽고 물이 튀어 운전에 불편하였다. 마음이 불안하다. 평창쯤 오니 산 안개와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이 새벽과 함께 아름답게 피어오른다.
[우리 땅 독도를 울릉도에서 보다.]
8시 10분 강릉 항에 도착하여 승용차를 부두에 주차하고 여행사 직원에게 왕복 선표를 받고, 승용차를 정리 후 배를 탔다.
9시 씨스타 호가 서서히 움직이며 항구를 빠져나간다.
오늘의 바다 날씨는 바람이 불고 너울성 파도가 심하다고 방송을 한다.
잠시 눈이라도 붙여야겠다. 너울성 파도에 머리가 띵하여 깨어보니 울릉도 부근이다. 울릉도를 반 바퀴 돌아 저동항에 도착하니 울릉도마니아 직원이 차량을 대기 시켜 놓아 타고 도동항에 있는 여행사 김 사장과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김 사장과 차 한잔하고 독도 관리사무소, 독도박물관, 울릉군청 등을 방문하여 인사드리고, 관음도 연도교를 취재하러 저동항에서 섬목 가는 배를 탔다. 연도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연도교를 건너니 동백나무와 억새 등 수림이 어우러져 호젓하고 아름다운 산책로가 잘 조성된 관음도 산책길을 돌아보고, 다시 저동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동쪽 수평선 끝에 작은 섬이 보인다. 화물선 인가 눈을 의심하며 자세히 보니 독도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독도가 보인다고 하여 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문득 내 눈에 독도가 보인 것이다. 참으로 행운이다.
강남민박집에서 이런저런 걱정 하며 하룻밤 묵는다.
#[1일 차] 2012년 9월 6일 5시 30분
졸린 눈을 비비며 짐을 챙겨 짊어지고 여행사로 갔다. 마트에서 과일과 물을 사고 사동항으로 이동하여 7시 20분 독도로 출발하는 돌핀 호를 탔다. 하늘을 보니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다. 배 안에는 특유의 기름 냄새가 비릿하게 난다. 어느덧 배가 스르르 항구를 빠져나간다. 큰 바다에 나오니 너울성 파도에 배가 크게 흔들린다. 바다가 잔잔해 보여도 동해의 물결은 큰 바다답게 넘실댄다.
배에는 연세 드신 어른들이 많은데 뱃멀미로 신물을 게워내시며 고생을 많이 하신다.
잠시 이런저런 생각하는데 독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관광객들이 “독도가 보인다”며 일어난다. 슬슬 흥분된다. 9시 15분 1년 만에 다시 왔다.
[생명의 섬 독도에서]
김성도 이장이 보트를 몰고 마중을 나와 반긴다. 무거운 짐을 챙겨서 보트에 몸을 싣는다. ‘아제요 잘 지내셨나요?’ ‘그래’ 주섬주섬 낚시채비를 만지고 계신다. ‘뭐하닝교’ ‘낚시 가려고 준비한다.’ ‘빨리 올라가 밥 먹어라.’ 김 이장은 나를 서도 부둣가에 내려놓고 바다로 나가신다. 주민숙소 3층 아주머니를 찾아 인사드리니 반기신다. ‘아침은 먹었나?’ ‘새벽에 배를 타서요’ ‘그래 앉아라.’ 하시며 아침에 잡아온 방어를 쓱쓱 썰어 회 한 접시와 밥을 차려 주신다. 1년 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주머니는 해녀로 75살인데 아직도 바다에서 작업하신다고 하며, 홍삼과 전복은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 따지 않는다고 한다.
식사 후 대한봉 가려고 배낭 속에 카메라, 렌즈, 삼각대, 물, 간식 등을 메고 가파른 서도 계단을 오른다. 독도 관리소 직원이 대한봉 가는 길이 위험하여 올해는 이곳을 통제하였으며,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에 위험해도 꼭 가봐야 한다고 하여 오르는 길이다. 계단에 돌이 굴러떨어져 여러 곳이 상하고 떨어져서 위험하다. 계단 중턱에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답사온 두 분을 만나 인사하고 서도 전망지에 올라서니 유리알과 같이 맑은 바다가 속살을 들어내 너무 아름다운 바다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대한봉 오르는 길로 접어드는데 잡초가 허리춤까지 자라서 무너진 작은 흙과 계단길이 보이질 않는다. 한발만 헛 딛어도 절벽 아래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한 길이다. 8년을 다녔던 길인데 길을 분간 할 수 없으니 자연의 힘이 대단하다.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길을 찾아간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서 큰 쥐가 한 마리 후다닥 도망을 친다. 어! 말로만 듣던 괭이갈매기 알 도둑 생쥐구나. 나중에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까 ‘가끔 쥐가 있다’고 한다. 놀란 걸음을 재촉하여 산허리를 돌아 올라서면 쇠말뚝 세운 곳이 나오는데 늘 무심코 지나치곤 하였는데, 속으로 이 말뚝이 혹시 일본이 박은 쇠말뚝인가 하는 의심을 하였었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TV안테나 설치용이다.
이곳을 뒤로하고 대한봉 가파른 능선에 오르니 대한봉 동남 측 절벽에 대형 산사태가 나서 산이 할퀴고 패여 속살이 훤히 들어나 있다.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같이 아프다. 아직도 남아있는 흙과 바위들이 흘러내릴 것 같아 무척 위험해 보였고, 대한봉 80도 경사 절벽에서 일어난 산사태라 손쓸 방법도 없다. 현재도 비가 오면 쏟아져 바위와 흙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으로 확인해 보니 13호 태풍 카이탁 때 2012년 8월 16일 밤중에 산사태가 났다. 산에서 내려와 아주머니에게 여쭤보니 ‘하루는 파도치고 비가 많이 내렸는데 밤중에 쾅하고 무너져 내려 무서워서 나가 보지도 못했다’고 하신다.)
(2008년 대한봉 남측 사진과 2012년 사진을 비교하면 사태의 규모를 알 수 있다.)
[물골로 이어지는 계곡에 들어서서…….]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물골 계곡으로 가는 계단으로 내려간다. 이 길은 위험하고 특별한 조사 이유가 없는 한 사람들의 접근이 어렵다. 일 년에 한 번 내가 오르는 것이 전부 일지 모른다. 계단 입구에서 잠시 쉬면서 사방을 둘러본다.
대한봉 북벽 갈라진 틈 사이를 2008년 8월 7일과 2011년 8월 12일 촬영한 대한봉 북벽 사진을 2012년 9월 6일과 비교해 보니 없던 둥근 바윗돌이 굴러떨어져 있고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모르나 단단히 고정되어있던 바윗돌이 아래로 떨어져 있다. 단단해 보였던 정상 부근의 암벽도 무너지고 있으니 위험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강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였으나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폭풍이 할퀴고 간 흔적]
한발씩 물골 계단을 내려선다. 계단 중턱쯤에 사철나무와 섬괴불나무가 여러 그루 무성하게 자라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몇 걸음 내려가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물골 가는 계단의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고 바닥에 큰 돌들이 굴러떨어져 무척 위태롭다. 철계단이라 상황을 모르니 기어 내려간다. 언제 돌이 굴러떨어질 줄 모르니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옮긴다.
[생명의 섬]
독도에 생명수가 철철 흘러내리는 물골에 내려오니 지형이 많이 변하였다. 파도가 얼마나 쌔면 몇 해 전에 설치한 물골로 올라가는 콘크리트 계단과 물받이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 몽돌 사이에 나뒹굴고 있다. 눈으로 보고 있지만, 설명이 잘 안 되는 부분이다. 독도 외곽 방파제만 있어도 파도가 직접 섬을 때리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깨진 연결관 사이로 여전히 샘물은 철철 넘쳐 흘러내려 한 모금 마시고 물 한 통 받아 짊어지고 가제굴로 이어지는 몽돌 해안을 걸어간다.
호젓한 느낌이 드는 물골 해변은 아픔의 역사가 많은 곳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서 늘 혼백이 있다고 한다. 아주머니 말씀에 ‘지금도 물질을 하고 물골 해변에서 쉴 때면 혼귀가 나타나 시끄러워 죽겠다.’ 곤 한다. 적막한 몽돌해변을 터벅터벅 걸어서 탕건봉 아래에 있는 가제굴을 찾았다. 이곳은 돌로 칸막이를 쌓아 배석진 씨가 살았다고 하여 배석진굴 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도 찾지 않아 굴 초입에 잡초만 무성하다. 굴에 들어서니 깔따구 수백 마리가 훨훨 난다. 굴 끝에는 모랫바닥으로 물개 뼈가 나와서 가제굴이라고 한다. 누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고 찾아 주어야지 이 땅에 생명이 있는 거잖아. 그래서 내가 찾는 거야.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울릉도가 손에 잡힐 듯]
서둘러 물골 계단을 올라서 대한봉 능선을 돌아 주민 숙소로 내려간다. 숙소에 잠시 들러 물을 챙기고 석양 사진을 찍기 위해 건조장으로 갔다. 8년간 다녀도 오늘 같은 일몰 광경은 처음 본다. 마치 일출과 같이 아름답게 수평선 너머로 내려간다. 또 다른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찍다가. 갑자기 울릉도가 보인다. 잘못 본 것이 아닌가?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 보인다고 하여서 수년간 다녀도 무심코 바라보던 곳인데 저녁노을과 함께 울릉도가 실루엣처럼 나타난 것이다. 기쁘다. 세상 살다 보니 이렇게 좋은 날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숙소에 돌아오니 아주머니가 뭐하다 이제 오나 빨리 들어와 밥 먹으라 하신다. 수년간 다녀서 친척 집 온 기분인데 괜찮다고 하여도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한다. 안방에 앉아 김 이장이 낚싯줄을 만지며 내일 일 나갈 채비를 하고 계신다. ‘오늘 방어 몇 마리 잡았다 온 김에 회나 실컷 먹고 가라 우리가 뭐 줄게 있나’ 요즈음 방어가 잘 잡힌다고 하신다. ‘아제요 내일 낚시 가닝교’ ‘그래 5시 반에는 갈 것이다.’ ‘저도 갈게요’ ‘그래’ 그사이 아주머니가 회를 잔뜩 썰어 밥을 한 상 차려 오신다. 맛있게 먹고 별 사진을 찍으려고 부둣가에 자리를 잡고 동도 향해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초롱초롱 빛나고, 등댓불은 쉼 없이 돌아간다. 오늘따라 어선이 한 척 동도 앞에서 불을 밝히고 있어 사진 노출이 잘 맞지 않아 낑낑대며 셔터를 눌러댄다.
방에 들어오니 문화재청에서 네분이 답사를 오셔서 인사드리고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간단히 샤워하고 발목을 보니 깔따구 물어서 온몸이 간지럽다. 감싸고 다녔는데도 깔따구가 옷을 뚫고 살을 물어 손등과 발목 주변이 온통 부어있다. 독도 오기 전에 피부과에서 미리 준비해온 약을 먹고 발랐는데 상처가 점점 커지면서 3주 정도는 고생해야 낫는다. 대충 일정을 정리하고 11시에 자리에 누웠다.
#[2일 차] 2012년 9월 7일 5시 10분
눈을 뜨니 아직 창밖은 어둡고 발전기 소리만 통통통 귓전을 울린다.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를 서둘러 부둣가로 나왔다. 새벽 찬 기운을 맞으며 잠시 기다리니 먼동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때 김 이장이 나오신다. 보트에 기름을 넣고 힘차게 시동을 건다. 나도 카메라를 챙겨서 보트에 몸을 실었다. 보트는 빠르게 가제바위 부근으로 가면서 가짜 미끼낚시를 던지며 달려간다. 원줄 30m에 띄울 날개를 달고 도래를 이용하여 3개의 가짜 미끼를 차례로 달아 달리면 공격성이 강한 방어가 문다고 한다. 작년에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는데 올해는 어쩔까 하는데 보트가 멈추며 ‘물었다.’ 하시며 원줄을 힘차게 당기신다. 7~80cm 크기의 방어가 달려 올라온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부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보트를 이리저리 몰아 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그러는 사이 찬란한 태양이 황홀하게 떠오른다. 이번 여행은 날씨가 아주 좋아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된다. 수평선 아래에서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떠오른 태양은 독도에 황금빛으로 비추어 독도가 온통 황금빛 물결로 장관이다. 보트에서 바라본 일출이 넘실대는 파도와 어우러져 마음이 뭉클해진다. 연신 사진을 찍는데 김 이장이 방어를 잡느라 배를 먼바다로 끌고 간다. 가까운 바다에서 잡으면 방어가 바위 사이로 들어가 버린다고 한다. 이때 먼바다에서 어선 사이로 군함 5척이 지나간다. 독도의 아침이 참으로 분주하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떠올랐다. 아름다운 일출과 어부의 낚시가 어우러진 환상의 아침이 지나간다. 뱃머리를 부두로 돌려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었다.
[어부의 땅 독도]
식사 중에 아주머니가 오늘은 바다에 홍합을 잡으러 가신단다. 독도를 여러 번 다녔어도 아주머니 해녀복 입은 모습은 처음 본다. 두 분이 독도를 놀면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독도가 생활의 터전이고 삶의 공간이다. 척박하고 힘든 생활이지만 묵묵히 이 땅을 지키며 어로 작업을 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김 이장이 점심을 넘어와서 먹으라고 하신다. 시간이 없어 간단히 먹겠다고 하니 라면이라도 싸주라고 하시며 방을 나가신다. 아주머니가 챙겨 주신 컵라면을 메고 큰 물통 하나 들고 나와 동도 조사를 위하여 보트에 같이 올랐다. 나를 동도에 내려주고 김 이장 부부는 바다로 나가신다. 두 분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일본이 할 수 없는 지리조사]
동도 부둣가는 바다가 잔잔하여 고요하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짙푸르다. 이때 하늘에서 비행기가 한 대 선회하면서 지나간다. 독도를 둘러싸고 많은 관심과 사랑이라고 보면 된다.
동도 계단 올라가는 길에 많은 꽃이 피어서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다. 경비대원들이 내려온다. 인사하고 경비대 팀장의 협조로 동도 조사가 쉬웠다. 망양대로 가려니 대통령 방문 독도 비석 공사 중이라 막아 놓았다.
헬기장에서 서도를 바라보면 한눈에 동서도 사이의 바다와 서도 일대가 보인다.
그런데 촛대바위와 서도 사이에 있던 몽돌 해안이 사라진 것이다. 파도가 자연 방파제를 밀어낸 것이다.
2007년 5월과 2008년 8월 10월 사진을 비교해보니 40m의 자연 방파제가 모양의 변형은 있었지만 이렇게 완전히 사라지고 없어진 적은 없었는데 이것 때문에 파도의 영향이 주민숙소에까지 미칠 것 같다. 자연의 힘이라고 말할 수밖에…….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
동도의 핵심 시설이 있는 동도 정상부를 지나 철 다리 앞 대포에 오니 근무 서 있는 일경이 통행을 제지한다. 팀장과 무선 통화 후 길을 내준다. 한반도 바위 쪽 내려가는 길은 위험하니 조심하세요. 신신당부한다.
몇 걸음 내려가니 잡초가 허리를 휘감는다. 계단 길은 안보이고 더듬더듬 한발씩 내딛는다. 깔따구는 풀숲에서 꽃가루처럼 피어오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작은 모기가 독도에서는 제일 무서운 벌레다. 근무하는 의경 중에는 후송을 갈 정도로 심하게 물린 예도 있다고 한다. 깔따구에 물리면 간지럽고 긁으면 물집이 생기고 세균이 번져서 물지 않은 곳도 상처가 나 온몸으로 번지며, 약을 먹어야 낳는다고 하는 무서운 벌레다. 일반 모기와는 차원이 다른 모기로 이놈들이 수백 마리가 훨훨 눈앞에서 날아다니니 위태로운 계단과 함께 마음이 조급해진다.
급경사 지역 악어 바위를 지나 구 부두에 내려와 돌아보니 이곳은 바다가 깊어 별일 없이 그대로 잘 보존 되어있다.
올라오는 길에 초소 건물에 털썩 주저앉아 잠시 쉬면서 먼바다를 바라보니 고기떼들이 많이 다닌다. 천혜의 바다 자원을 간직한 곳이란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독도 등대를 찾았다. 세분이 근무하는데 친절히 맞아준다. 인사드리고 아침에 챙겨준 컵라면을 꺼내니 물을 데우고 김치를 주신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직원들의 안내로 동도에서 제일 높은 곳 등대 꼭대기로 올라갔다.
이곳에서는 동서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태양열 집전지 판이 사방에 있는데 모서리에 20cm 정도의 침을 촘촘히 꽂아 놓았는데 갈매기가 앉지 못하게 한 장치란다. 참 재미있는 시설이다. 커피 한잔 주셔서 맛있게 먹고 인터넷이 잘돼서 이메일도 확인하고 등대에서 나왔다.
내려오는 길에 경비대 팀장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식당에서 시원한 보리차 물 한 병 얻어서 배낭에 넣고, 청동 표석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 가는데 팀장을 또 만났다. 다칠 위험이 있으니 도와주겠다고 한다. 이 표석은 파도의 유실을 막기 위해서 4~5m 높은 바위틈 사이에 설치돼 있어, 2005년에 바위 올라가지 못하고 매달려서 사진을 찍은 곳으로 올해는 올라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바위틈을 유심히 살펴서 카메라만 어깨에 두르고 바위에 달라붙어. 한참 이리저리 시도하여 바위틈 사이로 올랐다. 1954년 8월 24일 경상북도에서 건립된 비석으로 그동안 청동색이 나서 청동 표석으로 표기하였는데, 자세히 두들겨 보고 만져보니 청동이 아니고 단단한 시멘트에 글자를 정교하게 새겨 놓고 청동색을 칠을 한 것이다. 재질에 관하여 앞으로 좀 더 알아보고 결론을 낼 예정이다.
위험하니 아래를 받쳐 주겠다고 동도 부두에 있던 팀장이 달려온다. 조심조심 내려오니 팀장이 와서 괜찮으냐고 한다. 감사하다. 동도 조사를 마치고 부둣가에 내려오니 어둑어둑 해가 넘어가려고 한다. 힘들고 긴 하루 일정이 마무리된다.
마침 독도 관리소 직원이 보트를 가지고 와서 김 이장께 전화하여 서도로 건너갈 테니 데리러 오지 말라고 하였다.
오늘도 건조장에서 일몰 사진을 찍으러 올라갔으나 바람이 쌔지고 구름이 몰려온다. 며칠 잔잔하던 바다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해무와 구름이 잔뜩 끼어 해 떨어지는 모습은 보기 어려워 숙소로 들어왔다.
아주머니에게 바다에서 홍합 많이 잡았느냐고 여쭤보니 ‘야야 손이 저려서 일도 못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포항 큰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하신다. 오늘 저녁은 홍합 밥을 해주셨다. 정말 맛있다. TV에서 일기 예보가 태풍의 영향으로 바다가 거칠어진다고 한다.
저녁 먹으면서 아주머니가 ‘내가 오늘 바다 나갔다가 날이 아주 좋아 이런 말을 안 해야 하는데 하면서 한마디 한 것이 날 굳이 한다니까.’ ‘이렇게 날이 좋으면 다음날 꼭 비 오고 난리 친다니까’ 라고 말했잖아라고 걱정을 하신다.
김 이장이 안 되겠다. 내일 일찍 병원에도 가야하니 첫배로 나가자 하신다. 식사 후 숙소로 들어와 창밖을 보니 구름이 점점 더 몰려온다. 내일 첫배로 나가려면 짐을 챙기고 준비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이런저런 생각하는데 바람 소리, 파도소리가 심하다. 잠자리에 들었다 두 시경에 깨서 창밖을 보니 달빛이 밝게 비춘다. 별도 몇 개 보이고 ‘어! 날이 괜찮으려나’ 여전히 바람은 쌔다. 걱정하는 마음을 풀고 잠을 청한다.
#[3일 차] 2012년 9월 8일 5시 30분
부둣가로 나와서 바다를 보니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고 파도가 거칠다.
김 이장이 나오신다. 배를 올려야겠다. 아침밥 먹으러 방에 들어가니 가방을 두 개 꺼내 놓으시고 김 이장은 누워계신다. ‘아제요 주무시능교’ ‘아이다 일어났다.’ 주섬주섬 일어나시더니 우리도 오늘 나가야겠다. 안 그러면 며칠 못 나간다. 빨리 준비하라고 하신다. TV 뉴스에서 남해안에 비가 많이 왔다고 한다. 아침으로 어제 먹던 홍합 밥과 두부 된장을 찌개를 끓여 남은 반찬과 함께 차려 주셔서 맛있게 먹고 짐 챙겨서 나오려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하늘이 캄캄해지면서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지는데 갑자기 산에서 폭포가 다섯 군데 생겨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작은 바윗돌도 같이 굴러떨어지며, 자연의 힘을 보여 준다.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비가 계속 퍼부어 댄다. 김 이장 부부가 비옷을 입고 육지로 나갈 채비를 하고 현관에 나와서 앉아 계신다. 한참 내리던 비가 한 시간여 만에 잦아든다.
[헤어지는 아쉬움]
서둘러 서도로 건너와서 배를 기다린다. 10여 분 후 악천후를 뚫고 돌핀 호가 들어온다. 다행히 북풍이 불어 배를 부두에 정박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이 악천후에도 우리 땅 독도를 보기 위하여 많은 사람이 새벽 배를 타고 독도에 와서 우산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독도 경비대와 작별 인사를 하고 김 이장 부부와 함께 짐을 챙겨 배를 탔다.
자리가 없어 배 뒤쪽에 박스를 깔고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이제야 안심이 된다.
울릉도에 전화하여 묵호 가는 배 티켓을 부탁하고 잠깐 조는 사이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하였다. 1시에 묵호로 가는 배편을 준비해 놓아 내년 5월에 다시 오 마며 인사드리고 김 이장 부부와 헤어지고, 여행사에 들러 티켓 받고 뛰다 시피하여 묵호행 선플라워 2호에 몸을 싣고 나니 긴장이 풀린다. 강릉항에 가서 차를 몰고 집으로 간다. 내년에 또 올 것을 약속하며 여행을 마친다.
2012년 9월 8일 선플라워 2호 선상에서
안동립 씀
해국은 10월 초부터 피기 때문에 지금은 초가을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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