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 교통수단으로 버스와 택시를 들 수 있다. 버스는 요금이 저렴하지만 노선을 잘 알아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택시는 요금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지리에 어둡더라도 빠르고 안전하게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외국인들의 경우 버스보다는 택시에 먼저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해 베이징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탄 외국인은 처음으로 만난 중국 대중교통문화에서 쇼크(?)를 받게 된다. 도대체 베이징 택시가 어떻길래…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사람도 많고 땅 덩어리도 넓은 만큼 택시의 대수도 많고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베이징 택시는 5~6종류가 있지만 일반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택시는 3종류로 압축할 수 있다.
택시의 종류를 나누는 기준은 기본요금 이후 일정한 거리별로 더해지는 요금에 따라 1.2위안(元), 1.6위안, 2.0위안 택시로 나뉜다. 일명 ‘샤리(夏利)’라고 불리는 1.2위안 택시와 씨트로앵 모델이 대부분인 1.6위안 택시는 흑적색 계통의 붉은색으로 1500cc급 정도의 중소형 차량이다. 고급 택시로 통하는 2.0위안 택시는 주로 검은색 차량으로 배기량 2000cc 이상의 중형차로 구성되어 있다.
1.2위안과 1.6위안 택시의 차이점은 특별히 없어 보인다. 한 택시기사는 운전 기사들의 자질과 승차감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일반 손님이 느끼기에는 그다지 크지 않다. 2.0위안 택시 역시 다른 택시들보다는 고급형이지만 높은 값을 치르고 타기에는 왠지 부족함이 느껴진다.
내가 탄 게 택시 맞나?
베이징 시내를 돌아다니는 택시들을 보면 깔끔한 고급차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오래된 구식 차량들이다. 2~3년 된 것은 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이고 7~8년 된 것도 그나마 봐줄 만하다. 간혹 어떤 것은 ‘과연 저 택시가 굴러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것들도 있다.
겉모습이 화려하다고 해서 잘 달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실에 희망을 걸어 본다. 그러나 택시에 오르면 그 내부는 더 가관이다. 한낮의 태양열로 한껏 달궈진 실내공기와 움직일 수조차 없는 좁은 공간, 게다가 운전기사 자리에 쳐져 있는 쇠창살까지. 우리나라 택시의 안락함을 기대하고 탄 사람들이라면 쇼크가 아닐 수 없다. - 운전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우리(cage)는 현재 1.6위안과 2.0위안의 택시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택시에 오른 뒤에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급출발과 급정차는 예삿일이고 차선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운전하는 기사들의 운전실력은 액션영화를 찍어도 부족하지 않을 듯싶다. 또 LPG 연소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가스냄새가 심하고 잠시 정차를 하고 있을 때면 심한 떨림과 진동을 느낄 수 있다.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했다고 해서 방심하면 금물.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운전기사는 요금을 청구할 때 영수증을 함께 제시한다. 항목별로 요금이 찍혀있는 것이 언뜻 보면 꽤 정확해 보인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청구된 금액이 많다. 요금이 높게 책정되었다고 간혹 따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중국인만큼의 중국어 실력을 갖고 있지 않거나 중국 택시요금체계에 대한 정확히 지식이 없다면 그냥 지불하고 가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도 그렇지만 택시 운전기사와 싸워 이기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베이징시는 외국인들의 발이 될 택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차량 교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역할은 우리의 현대자동차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 택시는 차량의 교체뿐만 아니라 서비스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디 4년 뒤 올림픽 때에는 안락한 베이징 택시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베이징 불법 택시
중국 택시업계 전체로 봤을 때는 개인이 운영하는 불법택시가 가장 큰 문제다. 중국어로 ‘헤이처(黑車)’라고 불리는 이 택시는 대형 쇼핑센터나 대학가 정문에 즐비하게 늘어서서 호객행위를 한다. 목적지에 따라 가격흥정을 하게 된다. 요금은 택시기사가 결정하지만 대체로 1.6위안으로 합의를 본다. 헤이처는 일반 택시에 비해 고급차량(배기량 2000cc급 차량)을 사용하고 있으며 장거리 운행, 예약 등 전화 한 통화로 간단히 이용할 수 있어 특히 유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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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택시의 탈바꿈에 대박 난 현대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대비해 기존의 택시들을 새로운 차량으로 교체하고 있다. 이번 차량교체가 대외적 이미지 쇄신에 그 목적이 있지만 그보다는 베이징시의 실업난 해소와 정책적으로 베이징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이다. 베이징을 활보하고 있는 2.0위안과 1.6위안짜리 택시는 이번 정책을 계기로 모두 배기량 2000cc급 이상의 자동차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이번 정책은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로 작용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2년 9월부터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새롭게 지정된 택시의 모델이 바로 현대의 ‘쏘나타’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시엔다이(北京現代)’의 이름으로 출시되는 쏘나타 택시는 일반 사람들이 쏘나타에 가지고 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걸맞게 검은색으로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