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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백목사님, 인정넘치는 쌍샘식구들.... 한분 한분이 눈에 밟히는 오늘입니다. 여러분 한분 한분의 응원으로 저희들이 이곳에서 복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늘 강건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여러분 모두의 우직하고도 선한 걸음들을 축복합니다. 감사드립니다.
햇살 한 줌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아버지께 나를 사랑하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
- 요한복음 15 : 5, 9 -
풍랑이 이는 갈릴리 밤바다, 우왕좌왕 두려움에 몸부림치던 제자들과는 달리 작은 고깃배 한쪽 고물에서 잠드셨던 예수님은 분명 하나님 품에 머물고 계셨음이 분명합니다. 여러모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들이 녹록치 않은 현실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자신의 품을 내주시며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며 우리 모두를 초청해주시는 주님이 계셔서 얼마나 행복한지요?
그간 평안히 잘 지내셨는지요?
올해 한국의 여름은 유례없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고 하던데 여러분 개인과 가정, 섬기시는 교회들의 여름행사 등등,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가 사는 다바오도 작년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원래 이 맘 때는 우기가 시작되어 더위가 한 풀 꺾이기 마련인데, 비가 오질 않으니 뜨거운 열기가 식지를 않네요. 그러다보니 댕기환자며 고열과 감기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은 은혜가운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살짝 우려를 했던 아내의 건강도 하나님의 돌보심으로 잘 회복되었고, 아이들도 건강하게 학교생활 잘 해주고 있습니다.
부족한 저희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귀한 물질을 보내주시는 여러분들의 가정과 일터위에 그리고 함께해 주시는 사랑의 빚진 교회들과 목사님들, 성도님들, 공동체 원장님께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주님의 은혜가 여러분 모두의 삶 가운데 충만히 임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1. 지나온 이야기들
지난 6월 5일 첫 주일부터 공식적으로 UCCP 말라가못교회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영어도 현지어도 많이 서툰 저에게 하나님께서 귀한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매 주일 함께 나누는 감동이 참으로 큽니다. 그렇게 교회를 섬기기 전, 제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온 제 구두가 이곳에선 별로 신을 일이 없어서 신발장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필리핀에서 살아온 지 1년이 지날 즈음, 어느 날 구두를 꺼내보니 그 단단한 밑창이 스폰지처럼 물러져서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 쑥쑥 들어가서는 원상태로 돌아오지를 않는 겁니다. 가죽도 못쓰게 되어 결국 구두를 버릴 수밖에 없었지요. 아마도 전에 살던 집이 좀 습했던 것 같습니다. 습한 것과 더위가 반복되다보니 이리 물러지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 뒤로 구두를 장만해야지 하며 몰(mall)에 갈 때마다 구두코너에 들러 이리저리 둘러봐도 영 맘에 들지를 않는 겁니다. 좀 괜찮다싶으면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싼 것은 여러모로 품질이 별로고 해서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드디어 교회를 섬기게 된 거지요. 5월 29일(주일) 말라가못교회에서 전임 교역자인 김승규목사(기장)와 주일예배를 드리고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구두얘기를 했더니, 마침 우까이우까이(주로 한국이나 일본에서 보내온 헌옷이나 신발 등을 판매하는 재활용매장)에서 봐 둔 게 있다고 해서 같이 가보았습니다. 예비하심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보통 아담한 사이즈가 흔치 않은데, 제 발에 꼭 맞는 놈이 딱 하나 있는 겁니다. 그것도 꽤나 유명한 한국 상표의 날렵하게 잘생긴 놈이 말입니다. 400페소(약 1만원 정도) 비교적 착한 가격에 잘 샀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요? 한국에 살 땐 그렇게도 구두 신기를 싫어하고 귀찮아했는데, 그러고 있는 제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귀하고 간절해 질 때, 비로소 은혜가 되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몰에 들러 구둣솔과 구두약을 사가지고 집에 와서는 열심히 닦고 광을 냈지요. “캬~ 이게 얼마만의 일인가?” 그 참한 구두를 매 주일 아침 정성껏 신고 다니고 있습니다.
6월 5일(주일) 아침, 처음 단독목회 나가던 때를 떠올리며 저희 집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의 다바오 외곽에 위치한 말라가못교회를 향합니다. 교회가 있는 마을에 다다
르기 전, 비교적 큰 시장에서 예배 후 함께 나누어먹을 빵을 좀 넉넉히 삽니다. 그런 후 지난 번 말씀드렸던, 말을 잘 못하고 늘 침을 흘리고 살아가는 요리(Yorie)라고 하는 남자 아이 집에 들러 요리와 그 어머니 라니(Lani)를 축복해주며 기도해주고 사 간 빵을 나누어준 후 교회로 갑니다. Uccp 모든 교회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매월 첫 주일에는 성찬식이 있고, 예배 중간에 있는 성도의 교제 시간은 교제란 이런 거구나 싶을 만큼 서로 부둥켜안고 춤추고 뽀뽀하고 정말 찐하게(?) 교제를 합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성도님들이 참 순수하십니다. 생일을 맞거나 몸이 아픈 분들은 예배가 끝날 때 쯤 강단으로 나와서 목회자에게 꼭 기도를 받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천주교회의 영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목회자를 존경하는 마음은 실로 큰 것 같습니다. 예배 풍경 가운데 재미있는 점들은, 때론 옆집 고양이 새끼가 슬그머니 와서는 말씀만 듣고 가기도하고, 주인을 따라나선 검둥이가 의젓하게 앉아서 예배 전 과정에 참여를 하기도 합니다. 똑같은 피조물로서 같은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일이냐? 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가 있는 듯합니다. 설교 전 특송 시간은 교회 내 최고령자이신 이똗(Itod)할머니(80세)가 거의 주관을 하시는데, 악보도 없는 가사만 적힌 낡은 유인물을 여럿이 함께 보며 찬송을 드리는 모습은 감동과 함께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6월 6일(월)부터 저와 아내는 차로 약 30분 거리의 메리놀학원에서 시부아노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을 했지요. 이 학원을 가려면 아주 가파른 긴 고갯길을 넘어가야 하는데, 오며 가며 보면, 사고가 참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6월 12일(주일) 교회 가는 길에 저희 차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더니 핸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간신히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다가 중간에 택시를 잡아타고 간 적이 있습니다. 외국 특히나 좀 어려운 나라에서는 누구나가 중고차로 인해 겪는 통과의례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지만, 차 때문에 속을 썩고 애를 태운 일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만일 제 차가 오늘 이 고장이 안 나고 내일 아침 학원가는 내리막길에서 지금처럼 브레이크가 작동을 하지 않고 핸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무척이나 가파르고 속도도 만만찮은 곳인데 생각만 해도 아찔했습니다. 나중에 원인을 알고 보니 지난 번 수리를 맡긴 필리핀 친구가 엉터리로 수리를 해 놓았다는 게 밝혀졌지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 10:12~13)” 미리 피할 길을 예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6월 21일(화)부터 23일(목)까지는 마닐라에서 개최된 총회 모임에 참석하여 유익한 세미나와 좋은 만남의 시간을 갖고 왔습니다.
7월과 8월은 사정상 학원이 방학을 했고 그로인해 여러 질환의 많은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7월 2일(토) 아침 일찍, 1층 주인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인 수잔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왜냐하면 70세의 필리핀계 미국 여인이 게스트룸에 머물고 있는데, 이 분이 미국에서 침치료를 받아 본 경험이 있어서 수잔에게 침 맞을 곳에 대해 문의를 했나봅니다. 그래서 저를 소개했는데 아마도 저희 부부가 매일 아침 가방을 짊어지고 집을 나갔다가 늦은 오후에야 들어오니까, 병원에 출근을 하는 줄 알았나 봅니다. 그래서 그 미국 아주머니가 브로큰샤이어병원을 갔다가 허탕을 치고 왔노라는 것이지요. 그 분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찾아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자기는 젊어서 홍콩을 거쳐 미국에 갔는데, 그곳에서 숱한 고생을 했고 어렵게 두 딸을 키워 모두 출가를 시켰는데, 둘째 사위가 젊은데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병이 와서 그 딸네 걱정에 잠을 못 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나 엄마의 마음은 꼭 같은가 봅니다. 이 아주머니도 2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어지럼증과 불면증이 있다기에 침을 놓고 꼼꼼하게 뜸을 떠드리고 나자 한결 편안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올라왔습니다.
저희 Healing Tree의 vip 환자이셨던 박 사장님께 오래간만에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저희가 공부한다고해서 얼마 전 몸이 많이 안 좋았는데도 일부러 연락을 안했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 얘기가 마음에 걸려 7월 6일(수) 댁으로 찾아뵈었습니다. 가서 보니, 몇 주 전부터 소변에서 혈액이 함께 나와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신장에 꽤 여러 개의 결석이 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조만간 한국에 가서 수술을 하고 와야 할 것 같다고 하시는군요. 그래도 통증은 여전하여서 치료를 해드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부인되시는 배 집사님은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육개장을 끓여냅니다. 장병에 효자 없는 법인데, 배 집사님이 많이 지쳐 보입니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고사리를 풍성히 넣어서 끓여주신 육개장에 머슴밥처럼 쌓아 올려주신 사랑의 밥을 아픈 분들 앞에서 일부러 배가 터지게 먹었습니다. 생명과 건강에 대하여 지푸라기라도 잡고자하는 그 절절함 앞에 하나님께서 복된 것들로 채워주시고 회복시켜 주시기를 빌고 또 빌어 드리고 왔습니다.
7월 13일(수)에는 한 침례교선교사님의 자녀인 박윤범이라는 청년의 비염을 치료해 주었는데요, 이 청년은 이곳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고국인 한국의 대학을 들어가 겨우 한 학기를 마쳤을 뿐인데, 나름 마음고생을 많이 한 듯싶었습니다. 영어는 완벽하지만, 한국말로 하는 강의를 못 알아들어서 우리말을 새롭게 배워나가는 어려움, 어떤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해나가는 방법이 너무도 다른 문화적 충격과 인간관계 속의 크고 작은 오해들로 인해 심신이 많이 지쳐있더군요. 야, 이런 어려움도 있구나! 제가 모르던 바를 또 배웠습니다.
7월 20일(수)에는 바나나무역을 크게 하시는 배 집사님이란 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분은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늘 양쪽의 목발을 짚고 생활을 하시는데도 언제나 표정이 밝고 목소리가 참 쾌활하신 멋쟁이십니다. 20년도 훨씬 전에 다바오에 오셔서 이곳에 정착하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이겨냈고 그 과정에서 착한 필리핀 여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듬직한 아들 셋 낳고 잘 살고 계시는데, 자기가 15년째 데리고 일하는 직원이 구완와사가 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렵게 부탁을 해 왔습니다. Armand(알만드)라는 41세의 포크레인 기사였습니다. 하루 종일 뜨거운 땡볕아래 그것도 에어컨도 안 되는 포크레인 운전석 갇힌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이겠습니까? 제가 배 집사님께 요청을 드렸습니다. 구완와사는 보통 몸이 허해서 오는 것이기에 잘 먹고 쉬면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역시 좋으신 분이라 그렇게 배려를 해주셔서 알만드는 집에서 쉬면서 치료를 하고 회복이 되면 바로 회사로 복귀를 하는 것으로 했죠. 그렇게 약 4주간 삼일 간격으로 11회의 치료를 8월 12일(금)에 마쳤습니다. 조금 더 치료를 했으면 했지만, 서로의 처지가 있기에 95% 회복을 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요. 나머지는 제가 일러준 방법으로 본인이 잘 돌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치료를 마치고 나자 알만드가 쭈뼛거리며 치료비를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물어오길래, 걱정하지 말라고 하나님이 다 주시니까 그냥 가라고 했더니, 고마웠는지 꼭 빠스톨(목사)과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다정한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8월 1일(월), 전성일 선교사님의 아들, 우찬이의 축농증을 치료했는데요, 그 치료를 하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7월 말쯤, 한국에서 전 선교사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우찬이가 어느 날 고열이 나더니 귀에 물이 차기 시작해서 덜컥 겁이 나서 다바오의 한 병원에 갔더니 당장 수술을 해야 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급히 비행기표를 끊어 한국에 와서 급한 대로 귀의 고막 수술을 하고 났는데, 수술 부위가 아물기도 전에 이제는 축농증이 심해진 겁니다. 아이가 병원에 가는 것을 너무 무서워해서 한방으로 치료를 해보기로 했지만, 큰 진전이 없고 당장 내일 다바오에 들어가야 하는데, 한방병원에서는 한 달간 더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전화가 온 겁니다. 제가 안심시키며 전화를 받았죠. 괜찮다고 여기 와서 치료해도 잘 치료될 거라고 말입니다. 제 전화를 받고는 사모님이 감격하여 울었다고 나중에 얘기를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겁 많은 우찬이를 달래가며 간신히 장침으로 코에서 입으로 투과하여 비공에 차있던 농을 코피와 함께 쏟아내자 당장 숨 쉬는 것이 편안해 지더군요. 한 주 뒤, 역시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콧구멍을 뚫어서 속에 있던 농을 다 제거 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등 부위 폐 자리에 뜸을 떠주고 매일 같은 곳에 뜸을 떠주면 완치가 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같은 날 오후, 1층 주인집에서 일하는 수잔 아주머니 얼굴에 마비가 왔는데 미안해서 말을 못하고 있길래 아무 일 없는 듯 가서 치료를 해 드렸지요.
8월 7일(주일), 드디어 이번 주일부터 교회에서 매월 첫 주일을 의료봉사 하는 날로 선포를 하였습니다. 실은 몇 주 전부터 몇몇 교우들이 저에게 치료 받기를 원하여서 우선은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며 준비하자고 하던 터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일예배를 마치고 저희가 준비해 간 간단한 점심을 나누고 바로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대부분이 침을 처음 맞아 보는 분들인데도 놀랍게도 편안하게 잘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봉사를 준비하면서 민탈에서 비전교회를 섬기시는 김은숙목사님께 부탁을 드렸었습니다. 비전교회는 매년 많은 의료진들이 오셔서 의료봉사를 하고 가기에 여러 종류의 약들이 늘 상비되어 있습니다. 애기들은 침을 맞을 수 없기에 먹을 수 있는 해열제나 감기약, 피부병에 바를 수 있는 연고 등 여유분을 좀 나누어 주십사고 말이지요. 감사하게도 넉넉히 보내주셔서 그 약들을 함께 가지고 갔지요. 그렇게 해서 저는 침을 놓고 가람이는 뜸을 뜨고, 봄이와 샘이는 약을 발라주고 물약은 작은 병에 나누어 필요한 가정마다 나누어주고, 아내는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고 해서 첫 번 의료봉사를 은혜 가운데 잘 마쳤습니다. 역시 믿음으로 하는 모든 일은 역사하는 힘이 실로 크다는 것을 새삼 깊이 느꼈습니다.
8월은 마침 제가 집에 있는 줄 아셨는지 많은 환자들이 오셔서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거기에는 한국도 무척 더웠다고 하던데 여기 다바오도 아마도 조금 더한 더위가 지속되었던 이유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중풍을 맞은 필리핀 목사님이 오시기도 했고, 역시 중풍으로 고생하시는 필리핀 성도님이 오시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손목통증. 견비통, 중이염, 좌골신경통, 소화불량, 목 디스크, 과민성대장증후군, 천식 환자와 같은 분들이 잘 치료를 받고 가셨습니다. 결혼 후 한참이 지나도 아기가 없는 부부에게 뜸자리를 잡아드리기도 했구요.
지난 8월 27일(토)에는 만성 요통으로 고생하다가 좋은 효험을 보신 조 집사님이란 여자 분이 저를 자기 필리핀 친구에게 꼭 소개시켜 드리고 싶다고, 그 분도 제게 치료를 받아보고 싶어 한다고 해서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아 그 분 댁을 방문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분의 이름이 저의 영어이름과 같은 James Lee 여서 묘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요. 다바오와 인근 도시에서 큰 사업을 하는 분이었는데, 집이 궁궐이더군요. 왜 조 집사님이 제가 침통을 들고 반바지에 쪼리(발가락 슬리퍼)를 신고 차에 오르려하자, 깜짝 놀라며 “아니, 목사님! 그렇게 가시게요?” 했는지를 알 것 같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미로 같은 그 분의 침실로 가서 오래된 만성 천식을 치료해 드렸습니다. 본인도 좋았는지 다음 치료는 언제 해 줄 수 있냐고 해서 형편을 보자고 하고 왔습니다. 오는 길에 조 집사님이 제게 그럽니다. 자기가 17년째 교재를 하는 절친 인데, 저에게 소개를 해 드려도 서로 좋을 것 같았다고 해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저를 필요로 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게 분명한 듯합니다.
2. 앞으로의 이야기들
우선은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목양지인 말라가못교회를 잘 섬겨나가야 하리라 봅니다. 영성은 물론이거니와 언어적으로도 더 많이 겸비해야 하겠지요. 또한 매월 첫째 주일, 교회에서 행해지는 침뜸 의료봉사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치유의 은혜를 힘입고 그래서 하나님의 나라가 아름답게 확장되어 그 분의 영광이 드높여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혹시 의약품을 취급하시는 분들 중에 마음에 감동이 되셔서 의약품을 보내 주실 수 있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래서 유용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브로큰샤이어 병원 사역에 있어서는 지난 번 치료한 결과나 모든 환자들의 반응이 좋기에 병원 측에서는 빨리 시작했으면 하는 눈치지만, 그 또한 하나님의 때와 인도하심을 기다리며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틈틈이 찾아오시거나 부탁해 오시는 환자들을 형편이 되는대로 정성껏 치료해 드리고 섬겨드리는 것이 마땅히 제가 해야 할 사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Healing Tree치유센터가 세워지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집과는 좀 독립된 공간에서 찾아오시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충분히 잠을 자거나 여유 있게 차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가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마음을 모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 그리고 섬겨주시는 교회들,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늘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갑니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네요.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귀한 사역들을 충실하게 감당함으로 베풀어 주신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조금 있으면 서늘한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가을이 시작되겠지요?
곧 민족의 명절인 추석도 다가오고 있구요. 평안하시고 주님 안에서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더 은혜롭고 감동적인 소식들을 전해드릴 수 있기를 소망하며 여기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주님 주시는 힘으로 담대하고 강건 하소서.
2016년 8월 31일
선교지 다바오에서
이영일, 손희종, 이봄, 이가람, 이샘 올림.
* 기도제목 *
1. 말라가못(Malagamot)교회와 매월 의료봉사를 위해
2. 브로큰샤이어 병원 사역이 은혜가운데 잘 준비되도록
3. 힐링트리(Healing Tree)치유센터가 인도하심 가운데 세워지도록
4. 마음이 선하고 따뜻한 분들과의 복된 만남이 넘쳐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