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별 사
사랑하는 조규석 레오 신부님!
시골의 작은 본당인 응봉성당에 오셔서 지난 4년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사목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음에도, 최선을 다해서 저희 응봉성당 신자들의 영성을 키우고 북돋아주셨으며, 더 아름답고 편리한 성당을 만들기 위해 애쓰신, 그 고마움을 저희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처음 신부님께서 부임하시던 날이 생각납니다. 얼마 안 되는 이삿짐에 손수 승용차를 몰고 오셨지요! 차에서 내려 바로 성당에 들어가 제대 앞에서 기도하시는 신부님을 보면서, '우리 신부님 참 멋지시다! 앞으로 우리 응봉성당 신자들 복받겠구나!'하고 생각했답니다. 정말 저희는 그동안 신부님을 통해서 크고 많은 하느님의 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신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마음이 먹먹하고 그동안 신부님과 함께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코로나 사태로 처음 1년간은 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고, 그다음 2년간은 미사 참여 수를 제한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미사를 드렸었지요. 저희 신자들도, 신부님도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신부님께서는 미사 전례의 거룩함을 살려내시기 위해 참으로 애쓰셨습니다. 그렇게 애쓰시는 신부님의 모습을 뵈면서, 우리 신자들이 평신도로서 교회에서 맡겨주신 역할에, 부족하지만 힘을 내서 봉사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뿐인가요! 항상 빠듯한 성당 살림을 알뜰하게 운영하시고 사제관과 신부님 당신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셔서 없는 살림을 풍족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럴때마다 얼마나 죄송하던지요!
그런 가운데서도 신부님께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성당 재정을 알차게 사용하셔서 과감히 고쳐나가셨습니다.
새롭게 단장한 성모 동산과 하늘 빛 광장에서 드렸던 지난 성모의 밤이 생각납니다. 장미 꽃 향기 날아와 우리의 기도 소리와 함께 했던 성모의 밤. 은은했던 저녁은 어둠이 찾아와 물들고, 그 어둠에 촛불 밝혀 성모님께 드렸던 시간은 우리에게 감사이고 은총이었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에도 환한 얼굴로 친교를 나누는 교우들을 보면서 ‘우리 성당이 참 좋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새로 단장한 1층 교육관은 신자들이 더욱 쾌적한 공간에서 함께 모여 식사하고 기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부님께서는 인터넷에 응봉성당 카페를 만드셨습니다. 카페에는 공소 시절부터 역사를 정리하시고, 행사 사진 및 주보와 좋은 글들을 계속 올릴 수 있도록 꾸며놓으셨습니다. 송별사를 준비하면서 카페에 들어가 신부님과 함께 했던 날들을 회상해보았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지난 4년 동안 저희들을 위해 참 많은 일들을 준비하시고 추진하셨습니다.
전신자들이 함께한 천호성지 순례, 나가사키 성지순례, 공동체 친교를 위한 구역별 윷놀이, 견진성사와 세례성사 등등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 모든 것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우리 응봉성당의 살아있는 역사가 차곡차곡 기록되어 있는 이 자료들을 볼 때마다 신부님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희들이 느끼는 신부님은 항상 예수님 따라 사시는, 끊임없이 기도하시는 참된 사제셨습니다. 주일미사 강론을 통해서 성경 말씀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시고, 평일 미사에 나오는 몇 명 안되는 신자들을 위해서도 빠짐없이 정성을 다해 강론을 해주셨습니다. 미사 30분 전에는 성당 뒷자석, 고해소 앞에서 성사 볼 신자를 기다리며 묵상하고 계셨지요! 그런 신부님과 함께여서 저희는 하느님 앞에서 더 깊게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감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신부님!
이제 신부님께서는 사목의 부단한 애씀의 길에서 잠시 벗어나 고요한 영성의 시간, 안식년이라는 평화의 풀밭으로 들어가십니다. 우선은 축하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그 기간을 통해서 더 건강해지시고 하느님의 멋진 사제로서 빛의 영광을 받으시기를 빕니다. 이곳 응봉성당에서 저희로 인해 맛보셨던 기쁨은 자주 되새겨주시고, 혹시 겪으셨던 염려와 아픔이 있으셨다면, 그런 것들은 땅속에 깊게 묻어서 꼭꼭 밟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부님! 4년 동안 정말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신부님!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사랑합니다! 신부님~~
2024년 1월 14일 응봉성당 총회장 이종성 베드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