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술가이자 사상가, 현실참여 행동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까뮈는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학제간 연구가 가장 적합하고도 필요한 대상이다. 연구자 개인적으로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따르고, 그 결과 인문학 전반의 전체적 구도나 공통 연구 가능 영역은 놓치고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까뮈의 사상을 통한 20세기 철학의 주요 흐름을 재고찰하는 기회는 문학-철학간, 특히 인간에 대한 개념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철학과의 연결지점, 현대 문화비평, 사회학적 연구와의 교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또한 전체주의에 대한 까뮈의 비판은 문학적, 사상적 영역을 넘어서 경제, 문화, 환경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독점과 획일화의 위험성을 고찰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언어에 대한 사유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수사적 언어 비판의 까뮈, 언어유희 분석의 아렌트, 담론-권력 분석의 푸코 등의 관련성 고찰은 20세기의 주요 사상적 흐름인 언어 분석이라는 맥락 아래 언어학적 연구와도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학전공자들에게는 작가별, 장르별, 시대별 구분에 따른 제한적 연구 방식을 벗어나 작품에 대한 보다 포괄적이고 융통성 있는 시각을 통한 상호침투적 사고를 가능케 한다.
2. 교육과의 연계 방안
① 실존주의에 대한 피상적 연구 탈피, 문학 작품에 대한 다각도의 이해
전후 세대의 상실감, 고독과 불안, 허무주의, 자살 등 왜곡된 이해의 위험성이 큰 용어들 속에서 막연히 수용되는 경우가 많았던 실존주의를 ‘구체적인 인간’들의 다양성을 긍정하고 그것을 억압하는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해하게 한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까뮈의 문학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진다. 문학에 대한 지나치게 아카데믹한 이해를 탈피하여, 가령『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사회적, 종교적 언어유희를 철저히 거부함으로써 국가, 법과 재판, 자본주의나 기독교 도덕이라는 근대유럽의 전통 가치에 대한 부정적 도발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로써 미학적 탐구의 대상에 치중되는 문학 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특히 역사나 철학에 대한 별도의 학습이 쉽지 않은 불문학 전공자들, 또한 문학작품의 미시적 분석에 접근이 쉽지 않은 대부분의 비전공자들에게는 보다 보편적인 기준을 통해 문학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② 지식인의 현실참여 전통 확인: 비판의식의 일상화: 까뮈가 견지한 작가의 권력 비판 기능, 현실참여 원칙은 프랑스 지식인의 오랜 현실참여 전통 속에 당당히 자리한 까뮈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는 까뮈라는 이름과 한 두 개의 대표작 제목만을 피상적으로 연결짓는 데 그치면서, 지식인의 사유와 일반 대중의 삶과의 관련성을 이해하는 데 무관심하며, 정치나 역사는 개인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차원이라 쉽게 치부하는 다수의 한국 젊은이들, 특히 눈앞의 현실에 매몰되어 역사나 정치로부터 스스로 소외되는 젊은 지성들에게 ‘정치’의 일상성을 깨우친다. 요컨대 구체적 삶과 자신의 사유를 분리시키지 않은 까뮈의 행보는 정치와 역사는 한 몸이며 우리의 일상 전체가 어떤 식으로든 이와 무관치 않음을 말해준다. 이는 우리의 현재 및 미래와 직결된 진정한 관심사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고, 그에 대한 명석한 이해와 비판정신을 고취시킨다.
③ 인문학 정체성의 환기: 첨단 기술의 폭발적 발전이 가져온 막대한 변화에 비해 최근 인문학은 기술정보에 대한 상대적 열세를 면치 못하면서 근간에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세태에서 인간은 하나의 부속품으로 변질될 위험에 봉착하고, 현대인은 자신과 타인의 인간적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 갈수록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인간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있는 인간의 고통과 생명에 천착했던 까뮈는 자본주의와 세계화, 특정 기능으로 환원된 인간, 인간성 상실, 특히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역사의식 부재가 낳은 생명 경시, 역사의 왜곡된 희화화 등 일상화된 폭력 속에서 인간 생명의 가치를 더욱 강조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케 한다. 이것은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