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하는 것은 “집을 사야할지?, 말아야 할지?, 사려면 어디를 사야할지?”인 듯하다. 이러한 관심은 시대, 성별, 지위, 나이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하다. 지금처럼 주택시장이 혼란스럽고, 일부 지역에 있는 집값이 폭락했다는 기사가 신문을 도배하고 있을 때는 더욱 더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수도권에 살면서 그 동안 내 집을 갖기 위해 준비해왔던 사람들 입장에서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수도권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유는, 지방과 수도권은 상황이 매우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5번 이사를 하고, 10년 정도 걸려야 장만할 수 있다는 내 집 마련, 수도권 미분양주택에 관심을 가져본다면, 요즘 주택시장이 좋아 보인다. 주택가격이 서울의 경우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 7월 대비 1%가 하락했고, 수도권은 2008년 9월 대비 3.2%가 하락하면서, 서울·수도권에는 미분양주택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주택, 수도권에 얼마나 있을까?
국토해양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주택은 2010년 5월 기준으로 110,460호이다. 이 물량은 미분양주택이 가장 많았던 2009년 3월 165,641호 대비 33%가 감소한 물량이지만, 서울·수도권지역의 미분양주택은 계속 증가해서 27,647호가 있다. 서울에 1,957호, 인천에 3,341호, 경기지역에 22,349호가 있다. 이것을 발생시점별로 규모별로 살펴보면 <표1>과 같다. 서울에만도 60㎡규모 이하의 소형 미분양 주택이 160호나 있으며, 경기지역에는 1,204호가 있다. 이러한 미분양주택을 잘만 선택하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좀 더 일찍 실현할 수도 있다.
<표1> 수도권지역 발생시점별 규모별 미분양주택수(2010.5월 기준)
서울에는 동작구, 강동구, 동대문구, 성북구, 용산구 등에 100호가 넘는 미분양주택이 있으며(그림1 참조), 인천에는 서구(735호), 연수구(457호), 남구(311호), 부평구(305호)에 미분양주택이 많다. 경기도에는 고양시(4,748호), 용인시(6650호), 수원시(2526호), 파주시(1013호), 김포시(1402호), 평택(964호)에 미분양주택이 쌓여있다.
<그림1> 서울시 구별 미분양주택수(2010.5월 기준)
내 집 마련을 위해 미분양주택이 좋은 이유
내 집 마련을 위해 미분양주택을 활용하면 좋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 무엇보다도 지금 수도권 시장에서는 미분양주택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주택건설업체가 분양가를 직·간접적으로 할인해주고 있다. 무이자 중도금 융자, 계약금 정액제, 분양가 보장제 등 각종 금융혜택과 발코니 확장, 샤시 무료 시공 등을 제시하고 있다. ‣ 둘째, 일반 분양아파트는 주택공급규칙에 따라야 하지만 미분양주택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는 이점도 있다. ‣ 셋째, 준공 후 미분양주택이나 공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미분양주택의 경우 동·호수 선택이 가능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로 인정되고 있는 조망권이나 일조권을 고려한 주택 선택이 가능하다. ‣ 넷째, 건축 공정을 따져서 최소 입주까지 2~3년 소요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보금자리의 경우 입주시기가 2013~2014년으로 최소 앞으로 3~4년은 기다려야 입주가 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지금 수도권은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무주택 수요자에게는 유리한 시장이다. 그러나 기존주택을 처분해야지만, 미분양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수요자의 경우는 미분양주택 구입 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거래가 위축되면서 기존주택 처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 처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 4월에 국민주택기금 지원정책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있어 기존주택을 처분하고 신규로 매입한 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구입목적에 따라 입지와 주변여건, 가격대를 고려한 미분양주택 선택
기존주택 처분에 대한 부담이 없는 주택구매 수요자는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미분양주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2만 7천 가구나 되는 수도권의 미분양주택 중 하나를 구입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는 우선 구입목적(교육, 출퇴근, 투자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구입목적에 따라 주택규모와 가격대를 결정하고, 상대적으로 입지가 양호한 대단지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주택이나 입주가 얼마 남지 않은 주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30~40대로 교육적 목적이 크다면, 교육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추어진 일정규모 이상의 대단지 위주의 미분양주택이 좋고, 싱글 족으로 출퇴근이 중요하다면, 역세권인근의 미분양주택이 좋다. 반면에 50~60대로 사회적으로 은퇴를 하면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원한다면, 서울 인근의 양평이나 남양주지역에 있는 미분양주택도 좋다.
입지를 선택함에 있어 인구성장세와 주택공급 상태를 봐야 한다. 인구가 끊임없이 증가하는 성장지역에 공급된 미분양주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은 기본적인 주택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주택시장이 정상화되면, 주택수요가 증가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인구증가세와 더불어 그 지역이 주택공급 상태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과잉공급 상태에서 발생된 미분양은 해소되기 어렵지만, 아직 주택이 양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발생된 미분양주택이라면 향후 시장이 정상화되면 소진될 가능성이 높아 미래가치가 더 높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있는 미분양주택과 각 지역의 최근 3년간 순이동률(=전입인구-전출인구)을 살펴보면(그림2 참조) 인구유입이 굉장히 많은 화성시를 눈여겨 볼 만하다. 그러나 화성시는 현재 주택보급률 131.2%로 주택공급이 초과로 이루어진 상태이다. 현재 수도권 대부분의 미분양주택이 있는 용인시와 고양시의 경우, 모두 주택보급률이 100%에 미달된 상태(용인시 76.8%, 고양시 87.7%)로 기본적인 주택수요가 있는 지역(그림3 참조)이지만, 고양시보다는 용인시로 인구가 더 많이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도권에서 주택보급률이 100%가 채 안 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구리시(87.5%), 광주시(80.5%), 의왕시(87.8%), 시흥시(81.6%), 안산시(90.4%), 수원시(91.0%), 김포시(95.2%)등의 지역이다.
지역에 따라 인구이동 특성과 주택보급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미분양주택을 선택할 때에는 이러한 점들도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
<그림2> 수도권지역의 최근 3년간 순이동률과 미분양주택수
<그림3> 경기도지역의 주택보급률과 미분양주택수
입지, 지역조건 등이 모두 적합하다면, 마지막으로 미분양주택 가격을 정검해 봐야 한다. 수도권 각 지역의 미분양주택의 평당 가격을 보면, 679만원(안성시)~3,354만원(서울 서초구)까지 입지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표2 참조). 주변시세(평당 매매가격)와 비교해보면 0.87배로 미분양주택가격이 더 낮게 형성된 지역도 있고, 1.69배로 미분양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도 있다. 미분양주택가격이 인근 시세보다 저렴한 지역으로는 서울의 강동구(0.95배), 마포구(0.87배), 양천구(0.85배)가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군포시(0.95배)가 있다. 인근 시세와 비슷하게 형성된 지역으로는 서울의 광진구, 서초구, 동대문구, 구로구지역과 경기도의 안양시, 양평군, 남양주시 정도이다. 인천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미분양주택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표2> 수도권 지역별 미분양가격과 시세
지금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주택구매 수요자들이 과거에 기대했던 주택에 대한 경제성(투자가치)이 불투명해졌다. 그렇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 구입목적에 따라서 입지, 가격, 규모, 주변여건, 지역의 성장성, 공급 상태를 꼼꼼히 따져서 미분양주택을 구입한다면, 향후 주택시장이 정상화 됐을 때 미분양주택이 갖는 미래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미분양주택이 소진되는 시점이 되면, 주택가격은 다시 상승하기 때문이다(지방에서는 이미 미분양주택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수도권은 미분양주택이 넘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지금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구입하고자 하는 미분양주택이 생겼다면, 마지막으로 공급업체의 건전성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어수선한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나에게 꼭 맞는 미분양주택을 잘 선택해서 10년 걸려야 장만할 수 있다는 내 집 마련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