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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산 박장식 종사가 원병원에 입원 후 후진들을 맞이하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
| 6월1일 원병원에 입원한 박장식 원로교무(100·이하 상산종사)는 가끔 원광대 캠퍼스와 병원마당, 중앙총부 대종사성탑을 휠체어 타고 산책하곤 한다.
상산종사는 안부가 궁금해 찾아오는 후진들에게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14일 원병원 309호실을 방문했을 때 상산종사는 원광대 산책 중이었다.
원병원장 이정선 교무는 "하루 3번 식사를 그대로 하시며 운동과 TV시청,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계신다"고 상산종사의 근황을 말했다.
책상에 신문과 가지런히 놓여있는 병상일지를 펼쳤다. 방문자가 상산종사를 찾아와 보고한 내용이 잘 적혀있다. 상산종사가 간간히 내려준 법문을 이곳에 옮겨본다.
# 원창학원 김장원 이사장과 5개 학교 교장이 상산종사에게 인사차 방문했다.
상산종사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됩니까?"하고 물었다. 김 이사장은 "4천명입니다"고 응답했다. 상산종사는 "교직원은 몇 명입니까?"하고 물었다. 김 이사장은 "3백명입니다"고 대답하자 상산종사는 "바쁜 가운데 어떻게 시간을 내셨는지. 학교를 많이 발전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훌륭한 인물이 학교에서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하고 격려했다. 원창학원 초창기 터전을 닦았던 상산종사는 후진양성의 염원을 5개 학교 교장에게 전달했다.
# 어느날 밤, 침상에 누워 있던 상산종사가 눈을 뜬 후 그동안 생각했던 바를 말했다. 이정선 교무가 이를 받아 적었다.
상산종사는 "한 동네 가운데 나, 한 사회 가운데 나, 한 세계 가운데 나, 전 인류 가운데 나, 인류가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 나이다. 이런 나를 생각하면 '뭐 내가 그리 큰 사람인가'하고 하찮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인류 가운데 내가 나왔다 생각해 봐라. 전 국가 가운데 하나인 나, 전 인류 가운데 하나인 나이다. 이렇게 하나하나를 생각해 보면 나는 결코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어찌 다행 이렇게 나와서 너무나 과분하다. 전 인류 가운데 가도 가도 높고 넓은 인류 가운데 하나요, 전 세계 가운데 하나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를 적게 생각하면 안된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크게 생각해 봐도 쉬운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인류 가운데 나인가. 이렇게 사람으로 나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것이 한량없이 장한 일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별스러운 시비가 있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나 장한 일이다.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잘 생각해 봐라. 인류 가운데 사람으로 와서 덮어놓고 가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다. 어쩌다 인류 가운데 태어나게 됐는지.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 몸 받기가 어렵고, 남자도 여자도 되기 어렵다. 인류 사회에 와서 앞으로 가정을 이룰 수 있지만 인류가 되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니 다행한 감정을 잘 만들어서 두 번 세 번 감사를 드리자"고 말한 후 합장을 했다.
사람으로 태어난 각자 자신이 참으로 소중한 것임을 일깨워 주는 법문이다. 상산종사는 시봉진에게 일어와 영어를 섞어 말 하기도 한다. 이 법문 역시 상산종사의 본래 뜻을 이해하는데 적잖은 의역이 필요하다.
# 미국 워싱턴교당 봉불식을 다녀온 익산교당 박영륜 교무가 몇 가지 보고를 했다. 이 때 상산종사는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무는 "미주총부가 터를 넓게 잡고 잘 지어지고 있다"고 하자 "교단일이 자꾸 늘어간다. 좋은 일이다. 그 넓은 땅에 무엇을 할 것이냐? '교법'을 심어야 한다"는 염원을 전했다.
# 낮잠으로 망중한을 즐기는 상산종사의 모습을 본 박영화 원로교무가 흔들어 깨웠다. 박 원로교무가 "제가 누구예요?"하고 물으니 상산종사는 "손님과 주인이지"라고 대답했다. 박 원로교무는 "누가 손님이고 누가 주인인데요"하며 재차 물었다. 상산종사는 "서로서로 손님도 되고 주인도 된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상산종사는 가끔 농담을 하며 시봉진을 즐겁게 했다.
# 상산종사가 원로원에서 지낼 때는 아침이면 요가와 다리운동, 오후에는 걷기와 다리운동을 규칙적으로 했다. 원불교100년성업기도도 방에서 빼 놓지 않았다. 하루는 박영화 원로교무가 상산종사에게 "운동을 하자"고 권했다. 상산종사는 "운동을 하면 무엇이 좋은가?"하고 묻자 박 원로교무는 "운동하면 오래살고 건강도 좋아진답니다"고 대답했다. 이에 상산종사는 "값 있게 살아야지"하며 핵심을 말했다. 상산종사는 '오래 사는 것 보다 값 있게 사는 것이 더 보람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 원불교역사박물관에서 상산종사 100세 전을 둘러본 후 김이현 원로교무와 자녀들이 원로원을 방문했다. 응접실에서 환담을 하며 여가를 즐기던 중 성가6장 '대종사 찬송가'를 불렀다. 이때 상산종사는 "대종사님께서 여기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듯하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주위에 있던 원로교무들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원병원에서도 상산종사는 대종사님의 작은 영정을 소중히 간직하며 머리맡에 두고 있다.
# 영산성지 대각지에 천여래등이 밝혀졌다는 보고를 들은 후 정화원로수도원의 원로교무들과 함께 영산성지를 방문했다.
영산선학대학교 총장과 학생들이 노래를 불렀다. 사진촬영을 한 후 시봉금을 올리니 "학생 여러분, 모두 성공하세요"라고 격려했다. 성공은 곧 성불일 것이다. 원불교창립관을 관람한 후, 현관에서 "길이 보존되게 잘 운영하세요"라는 부탁과 "운영비가 많이 들겠다"고 걱정을 했다.
영산성지 순례를 마치고 총부로 돌아온 상산종사는 원로원으로 바로 가려던 시봉진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대종사성탑에 들러 인사를 한 후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는 교단 초기 지방출장이나 외출을 하고 총부에 돌아왔으면 스승을 찾아 뵌 후 보고를 해야 모든 일이 마무리 된다는 가르침으로 받아 들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