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학교까지 1시간 30분, 돌아오기까지 1시간 30분...
그렇게 하루 왕복 세 시간을 보낸 1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마지막 이번주는 주제탐구 수업까지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주제는 '가을'입니다.
처음 같이 한 월요일에는 '곡식'으로 마라카스 만들고 가을 노래 부르며 박자치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워한 아이들이 나중에는 짝꿍과 복잡한 박자치기도 만들어냈습니다.
마지막 날인 목요일에는 아이들과 '가을' 주제에서 자유롭게 책 만들기를 했습니다.
다양한 내용들이 나와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나가지 않고 저를 불러 맞춤법도 물어보고
알려준 대로 모양이 나오지 않아 친구랑 머리맞대고 고민하다
결국 저한테 달려오는 아이들...
처음에는 발표 안 한다며 안 나오려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한 번 더 발표한다며 줄을 섰습니다.
부끄러워하며 전시도 안 하고 집에 그냥 가져가겠다던 아이들도
막상 복도에 전시해 놓으니 서로 보여주고 수수께끼 책을 만든 아이들은 친구들이랑 문제 내고 답 맞추며 즐거워했습니다.
아이들이 별관 마당에서 감을 따서 예쁜 감도 선물로 받아왔습니다.
큰아이는 1년 만에 여자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녔습니다.
첫날 낯가림이 심한 아이라 걱정되어 올라갔더니 "엄마, 여긴 천국이야. 나 더 있다 갈래!" 했습니다.
성미산학교 친구들은 다른 학교도 다 이런 줄 알기에 공립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이들이 "뭐, 그런 학교가 다 있느냐"고 하더라는군요.>..<;
혹여 엄마가 올라가면 집에 가자고 할까봐 도망도 가고,
친구들이랑 우르르 도서관에 몰려다니다 걸리면 씩 웃고 또 도망가고...
그렇게 행복한 한 달을 보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은 그리도 멀게 느껴져 힘들다더니,
나중에는 전철타고 다니더라도 성미산학교에 다니겠다며 우기는 아이를 보며,
이제 학교에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 내심 반가웠습니다.
학교라면 다 싫다던 아이가 이제 학교에 가고 싶어 합니다.
거기에는 진짜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그 어른들에게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우리가 이번 교육에서 배운 대로 살고 계시는 선생님들을 만나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른을 어려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다가와 장난도 치고 손도 맞잡아준 아이들이 있어 또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저 아이가 학교에서 힘들어하기에, 아이를 위해 알아보기 시작한 대안교육 현장에서
이제는 아이보다 제가 더 빠져들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이런 세상을 알게 되어 '축제처럼' 기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른 감이 있지만 간단히라도 이렇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갖게 해려고 길을 열어주신 설립 준비모임 선생님들께,
그리고 아이도 데리고 다녀야 하고 집도 멀고 겨우 주 2회 나오는 저를 내치지 않고 받아주신
성미산 학교 스콜라(일명 스샘) 교장 선생님과 1학년 제니, 그리고 3학년 제인마녀 선생님들께...
마지막으로, 가장 큰 가르침을 준 아이들에게...
첫댓글 벌써 시간이 ..:) 아이고 사진속에 반가운 얼굴들! 그나저나... 어떻게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을까요... 한 달동안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