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에 힘들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의 99프로는
굳이 구분해보자면 기버 쪽에 해당됩니다.
기버(giver), 즉, 항상 주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죠.
인간관계에서 보통 베푸는 쪽, 노력하는 쪽, 맞춰주는 쪽, 손해를 감수하는 쪽에 해당되는 사람들.
그렇다면, 기버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이유는 뭘까?
왜냐하면, 들이는 노력에 비해서 내가 얻는 보상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노력과 보상이라는 양팔 저울에서
노력 쪽으로 한 쪽 팔이 크게 기울게 되면, 즉, 노력만 하고 내가 얻는 것이 없을 때,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공정함, 억울함, 분노 등의 감정이 생겨나게 돼요.
나는 왜 등신처럼 퍼 주기만 할까?
왜 저 사람들은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을까?
나는 진심으로 대했는데 그저 난 이용 대상에 불과했던 걸까?
설상가상,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기버들의 노력을 당연시여기며,
자신들에게 마치 타인의 호의를 받을만한 어떠한 권리나 특혜가 있는 것처럼 굴기도 하죠.
바로 테이커(taker)입니다.
테이커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
하이애나와 사슴, 토끼가 공존하고 있는 환경에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사슴과 토끼의 수를 90프로 줄여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먹잇감이 사라졌기 때문에 하이애나의 개체수가 급감하게 되겠죠.
원래 육식동물이란 존재는 초식동물의 수가 받쳐주지 못하면 절대 번성할 수가 없습니다.
인간 사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생각해요.
이 세상에는 왜 이렇게 나쁜 사람들이 많을까?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들어 어째서 이렇게 버젓이 잘만 살고 있을까?
손해보지 않으려면 나도 그들처럼 살아야 하는 걸까?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기버들이 더 대우 받는 세상, 아니 대우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적어도 기브앤테이크가 당연시되는 상식적인 세상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기버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봤을 겁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별개입니다.
기버들 입장에선,
자신들 주변에는 나와 같은 기버들만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기버 주위에는 누가 있다?
반드시 테이커들이 존재합니다.
즉, 악의 축처럼만 느껴지는 테이커들이 이 세상에서 버젓이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걸 받아주는 기버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기버와 테이커는 성격적으로 친화성 스펙트럼의 양극단 쪽에 위치합니다.
※ 친화성 : 얼마나 신뢰할만하고 이타주의적인지를 나타내는 성격적 지표
친화성 스펙트럼에서 0 쪽에 치우칠수록 자기중심형, 이익추구형이 되며,
100 쪽에 가까워질수록 타인중심형, 공익추구형이 됩니다.
※ 친화성 스펙트럼에서 극단적으로 수치가 낮은 사례가 바로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등이다.
기버들의 특징이라면, 본질적으로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도 물론 있지만,
그것보다는 타인중심형, 공익추구형 특징으로 인해 관계 갈등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굉장히 강합니다.
따라서, 내가 좀 손해보더라도 남들에게 맞춰주면서 갈등을 원천봉쇄하려고 하죠.
당연히 기버가 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테이커들은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와도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입니다.
타인을 공존을 위한 동반자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처럼 인식하는 습성이 있죠.
당연히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나에게 가장 많이 도움이 될 사람들부터 서칭하는 경향성이 있으며,
그 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 바로 기버인 것입니다.
당신이 기버라면, 반드시 당신 주변에 아닌 척 하고 있는 테이커를 색출해 내야 한다.
물론 사회화된 테이커들은 그들 내면의 착취 성향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기버 곁에 꼭 필요한 지인이나 동료, 친구인 것처럼 가장하고 숨어있죠.
따라서 기버는 테이커의 특징을 인지함으로써, 언제든지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 테이커들의 공통된 특징 네가지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① 잦은 부탁과 요청
"이것 좀 해 줄래?"
② 불쾌감이나 불편감 등의 확실한 의사 표현
"나 지금 좀 기분이 나쁘거든?"
③ 끊임없는 밀고 당기기
잘해줄 땐 최고의 친구처럼, 기분 상하면 무시와 갈등으로 일관
④ 다투고 나서 절대로 먼저 화해 신청 X
갈등이 불편한 기버가 화해를 신청하면 마지못해 그것을 받아준다는 듯한 태도
이제껏 제가 본 수많은 기버들이 주변의 테이커의 존재를 감지하고서도
그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게 불편해서, 그 사람과의 갈등이 촉발할 스트레스들이 두려워서
그냥 이제껏 하던 대로 기버로서의 불편감과 억울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을 선택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점의 문제일 뿐, 관계의 파국은 막을 수가 없어요.
대부분의 기버들은 주변의 테이커들을 끊어내지 못하고 관계를 쭉 유지하다가,
내 정신건강이 완전히 망가지고 나서, 더이상 이러한 스트레스들을 감내하지 못할 때,
그제서야 비로소 테이커들과의 관계를 청산하게 됩니다.
인간의 생리가 이렇습니다.
결국 어떤 쪽의 고통이 더 크냐의 문제로 귀결되죠.
기버로서 느끼는 스트레스보다 관계의 파국이 가져다주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고,
※ 노력 스트레스 < 관계 스트레스 : 기버 유지
기버로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돌파하게 되면,
관계의 파국이고 나발이고간에 내가 살기 위해서 죽자사자 그 사람을 끊어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노력 스트레스 > 관계 스트레스 : 기버 포기
제가 심리학을 배운 이래 가장 좋아하는 격언이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불편감은 제거나 통제의 영역이 아니다.
단지 어떠한 불편감과 동행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영역일 뿐.
가진 바 성격에 순응하며 살면서 성격이 주는 불편감을 안고 살 것인가?
그게 아니면, 어떻게 살 지를 고민하면서 나를 성장시킬 불편감을 선택하여 살 것인가?
기버들의 앞날에 축복만이 가득하기를 응원합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네요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체로 기버는 에코이스트, 테이커는 나르시시스트 성향이라고 보면 될까요? 무명자님 저서 2권 페이지 넘기는게 아쉬울정도로 잘 읽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서도 좀더 알게 되었구요. 관련 서적 많이 소개 해주세요^^
<--(나르시시스트)------테이커------ (평균치)--------기버-------(에코이스트)-->
위와 같은 스펙트럼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