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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濟州)는 지금 [: 서용선] |
비바리들이 잡아 올린 전복 탓일까?
아니면 숨죽여 묻어오는 야자수 바람 탓일까? 쪽빛 하늘 빛에 면사구름 담아내는 서귀포 바다엔 지금 소라이야기로 야단들이다.
엄마 아빠 소곤대며 이야기 동화에 빠져버린 아기소라 화들짝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놀래버린 오빠소라 살결 같은 모래위에 귀 대어 들어보는 서귀포 이야기로 우리는 다 함께 물빛 수채화 주인공이 되어본다.
차는 용두암이 기다리는 바닷길을 내달아 어느새 노란 유채꽃 호수 속에 파묻혀 버린다. 연약한 대공 어디에 노란 물감 가득하기에 아프도록 노란 슬픔 끝없이 뿜어내는 것일까? 고혹적인 노랑들의 잔치로 제주의 신랑 신부는 온통 노란색 꽃물이 들어 버렸다. 노란미소 금방 붉은 동백 입술로 터져 버릴 때 차는 벌써 용두암에 다다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 바다만 바라보는 용두암! 오늘은 반짝이는 유채 여행 비행기가 더 재미있는지 하늘만 보고 있다.
빛의 향연이 살아 있는 삼나무 숲길에 차를 세우고 삼림욕 삼매경에 들어본다. 미지의 길을 따라 시시각각 변해가는 빛의 춤사위를 재빠르게 스케치하며 자동셔터를 여러 차례 눌러본다. 숲이 주는 고요와 빛의 조각들... 조용한 속삭임은 나무들의 수다소리로 부산한 잔치가 시작되어진다.
연회색 산이 보이니 산굼부리 분화구다. 산굼부리 분화구는 용암이나 화산재의 분출 없이 폭발이 일어나 그 구덩이만 남게 되는 마르형 분화구로 세계적으로 희기한 형태다. 천연기념물 263호로 지정되어진 산굼부리 분화구는 깊이 132m, 넓이 약30만 평방미터로 한라산 백록담 보다 크고 깊다. 450여 희기 식물과 동물들이 자라고 있어 학술적 연구 가치가 높다. 제주의 돌하르방은 제주를 상징하는 석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돌하르방이란 말은 근래에 생긴 말이며 조선시대 이전에는 옹중석, 우석목 등으로 불려왔다. 제일먼저 세워진 것은 1418년(태종18년) 대정성 성문이었고 돌하르방은 성문을 지키는 수문신이요 성신이었다. 제주도 지방 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된 돌하르방은 1기가 유실되고 2기가 경복궁에 옮겨졌으며 나머지 45기는 도내 3개지역(제주, 대정, 성읍)에 분산되어 있다.
성산일출봉에 올라 바라보는 제주시내와 한라산은 그 빛깔마저 신의 옷을 입은 듯 편안하다.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정상의 쾌재를 불러보는 우리는 잠시 나이를 잊고 동심이 된다.
제주도까지 내려왔으니 연산서씨 19대 할아버지 서련판관 사적비를 찾아보기로 했다. 어려서 아버님으로부터 수없이 들어온 지금은 전설이 되어 버린 제주도 서련판관 할아버지의 사적비를 돌아보며 19세손 서용선 이제야 큰 절 올려 제를 올리나이다. '읖' 하여 제사 드리니 600년 세월이 무상하다. 시간은 600년 전 그 자리에 멈춘 듯, 지나는 구름마저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 전설이 되어버린 사굴의 사연을 요약하면, 어느 때인지 모르나 김녕사굴에는 수십 척이 넘는 큰 구렁이가 살고 있었다. 이 구렁이는 바람과 비를 자유자재로 불러 일으켜 제주 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일으켜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열다섯 살 된 처녀를 재물로 바쳐서 제사를 지내 재앙을 막는 것이 큰 연례행사가 되어 있었다. 1513년 19세에 무과에 장원급제한 연산서씨 시조5세손인 서련이 19세 어린나이에 제주판관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서련은 날쌘 장사들을 대동하고 행차하여 재물로 바친 처녀를 삼켜먹으려고 덤벼드는 요망스런 구렁이를 퇴치하여 재물이 된 처녀를 사경에서 건져냈다. 관사로 돌아오는 길에 한줄기 붉은 기운이 서련판관의 등 뒤를 향해 비춰 그 길로 병이 들어 1515년 4월10일 관사에서 세상을 떠났다. 유해는 제주도민의 호송을 받아 고향인 충남 홍성군 구항면 지정리 덕은동 보개산에 안장되었다 한다. 으스스한 사굴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데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조상님한테 죽임을 당한 요물스런 구렁이의 한이 내게 오는 것 같아 그 기운이 섬뜩하다. 제주 시민을 구한 제주공 할아버지를 위해 지금도 제주도청주관으로 해마다 성대히 제를 올린다고 한다. 연산서씨 문중에선 선산이 있는 충남 홍성 시제에 모셔 극진히 제사를 올리고 있다.
돌아오는 길 제주의 안개와 바람, 돌과 처녀들, 유채꽃과 바다 빛을 떠올리며 제주를 세계적 관광특구로 발전시키지 못고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실페한 위정자들의 안일한 정책과 관리소홀 들이 못내 아쉽고 원망스럽다. 위정자들은 좋은 법제와 시민의 발이 되기 위해 금뱃지를 단 만큼 목숨 바쳐 자기희생을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출마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선거일을 앞두고 씁쓸해진다. 이제 국민은 더 이상 권력자들에 우롱당하는 희생물이 되기 싫기 때문이다. |
첫댓글 서선생님은 역마살이 끼신 것 같습니다. 나보다 더 부지런히 더 많이 다니시니. 나도 5월 29일에 제주도에서 학술대회가 있어서 갈 예정입니다. 제주도 소식 잘 봤습니다.
역마살이 분명한것같아요... 어제는 서천의 신석초시인과 목은 이색 선생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소녀 같은 해맑은 미소가 노란 유채과 잘 어울리네요. 직업 때문인가요 아니면 영원한 보헤미안 기질을 타고났음일까요 여행을 많이 하시니 부럽습니다. 서용선씨의 글에서 의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의인이신 조상님이 계셨군요.
미라보... 미라보 다리아래 세느강이 보고싶어지네요... 세느강을 바라보며 저녁노을 을 노래하고싶어요.. 고맙습니다... 예쁜글...
제주도 여행길 잘 보고 갑니다. 유채꽃에서 찍은 사진은 정말 잘 나왔네요. 실물보다 잘 나왔다고 하면 욕이 될려나.....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고맙소... 근데... 끝말이좀... 아무튼 기분 좋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