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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참 바쁘다. 대화를 나누다가 상대가 자리를 비우면 창 밖 풍경을 보며 숨을 고르는 대신 잽싸게 휴대전화를 뒤적인다. 엘리베이터 안 그 짧은 시간에도, 혼잡한 길을 걸어가면서도,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거나 SNS에 빠져 있다.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한다.
그 무엇과도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오롯이 혼자 내 곁을 스쳐가는 바람을 느끼고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건 이젠 큰 다짐과 작정을 하지 않는 이상 어려워진 듯하다. 자극적이어야 시선을 모을 수 있고, 그마저도 금세 싫증을 내는 세상. 이렇게 빠르고 강렬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문득 벅차 올 때, 우리는 어디에 기댈 수 있을까.
느림의 미학이 있었고 낭만이 존중받던 옛 시절을 지나온 이가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오늘 수고했다며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다 한다. "위로받고 싶던 시절이 엊그제 같더니 이제는 위로해 줄 나이가 되었더라"며 인사를 건네는 이는 이수동 화백이다.
그의 책 '오늘, 수고했어요' 속 세상은 요즘 세상과는 정반대이다. 자극이 없다. 그래서 심심하다. 지식 검색처럼 명쾌한 해답을 주는 것도 아니다. 넌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조목조목 관심 있게 묻지도 않는다. 그만의 색채 가득한 그림과 그 옆 짧은 글들 속엔 빠르게 달려온 이 세상이 놓쳐버린 구름 같은 세상이 펼쳐져 있다. 잔잔하게 건네는 위로, 은근히 스며드는 설렘, 인생의 소중한 것들, 사색하게 하는 여유가 담겨 있다.
"내가 오늘까지 살면서 버린 것들은 춤, 속도, 억지, 폭음, 객기, 방황, 분노, 변명. 가난도 그중 하나일 테고. 물론 이러한 것들이 온전히 다 빠져나갔겠느냐마는…."
내가 버려야겠다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나. 나는 온전히 버렸던가. 이 글을 보며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 나를 본다.
인생엔 정답이 없다 했는데 요즘 나오는 자기계발서는 이렇게 살라고 콕콕 짚어 조목조목 얘기한다. 주옥같은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지침서도 꽤 많지만 한 권 두 권 읽다가 사공이 많아지니 길을 잃기도 한다. 누구나 치열하게 살아야만 하는 줄 아는 세상에서 이수동 화백은 바람에 몸을 맡기라 한다.
"바람이 불면 안쓰럽게 버티지 말고, 바람의 무게만큼 밀려나라. 힘주어 버티면 쓴 힘의 양만큼 미움만 쌓인다. 그동안의 꽃 같은 정이라도 안고 가고 싶으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날아가라."
애써 붙든 걸 놓아도 된다고, 애써 채워놓은 걸 비워도 된다고, 정답대로 말고 나답게 살아가도 된다고 토닥여 준다. 그러려 하니 오히려 맘이 설렌다.
"무거운 몸과 마음을 비우고 산다는 게 어디 쉽습니까? 하지만 비우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들을 들여놓을 수 없습니다. 쉰다는 것, 그것은 앞으로의 멋진 일과 멋진 사람을 맞을 '아주 즐거운 준비'의 다른 말입니다. 그러니, 비우시지요."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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