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황과 직접판매산업과의 상관관계를 비교한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네트워크 마케팅업계의 비판적 분석가로 유명한 레너드 클레멘츠(Leonard Clements)는 지난해 한 업계 전문지의 기고문을 통해 ‘네트워크 마케팅산업은 불황 직후에 급성장한다’고 주장했다.
클레멘츠는 지난 50년간 경기흐름과 네트워크 마케팅의 상관관계를 다각도로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네트워크 마케팅의 호황기가 도래하는 8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그는 8가지 요인으로 △실업자에게 탄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 △30∼40대 핵심 인력군이 형성돼 있다 △기업의 투자 전망이 밝다 △‘버블’이 제거되고 있다 △인터넷의 장점을 전략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 △언론과 여론이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제도적 기틀이 갖춰졌다 △성장모멘텀에 진입했다 등을 꼽았다.
미국에서 네트워크 마케팅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0년대로 대공황이 한창이던 때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사업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샤클리, 네오라이프, 암웨이와 같은 업계 거대 기업이 속속 등장했으며, 당시 실업률은 5.3%로 대공황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한 네트워크 마케팅의 최대 전성기는 90년대 들어서인데 이때는 미국의 경제불황이 시작되던 해였다. 이밖에도 지난 50년 동안 5년에서 10년 주기로 경기가 침체되는 시기에 네트워크 마케팅은 오히려 풍부한 실업자를 흡수하며 두드러진 확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국내 유명한 벤처 1세대 이금룡 넷피아 사장은 최근 발간된 책을 통해 “유통에 있어 유비쿼터스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전자공간과 인간의 네트워크가 결합돼 이루어지는 네트워크 마케팅으로의 전환이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창우 한국글로벌커머스협회 회장은 “유비쿼터스 인프라뿐만 아니라 홈 네트워크, 텔레매틱스 등이 일상화되는 2010년께 한국 네트워크 마케팅은 지금보다 10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미국에서 직접판매협회가 설립된 1910년을 직접판매의 맹아기로 본다면 1930년대 도입기와 성장기를 거쳐 현재 2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기까지 75년이 걸렸다.
일본의 경우 1960년대에 미국으로부터 네트워크 마케팅이 도입돼 45년 만에 1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으며, 우리나라에서 5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기까지는 불과 1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갈수록 네트워크 마케팅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현상은 동남아는 물론 인도와 러시아, 최근 직접판매시장을 개방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네트워크 마케팅시장 규모는 780억달러(약 80조원)에 달한다. 세계직접판매연맹(WFDSA)에 따르면 현재 연맹에 가입한 나라는 53개국, 전체적으로 110여개국에서 네트워크 마케팅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2003년 기준으로 판매원수도 4,500만명에 이른다. 글로벌 네트워크 마케팅업체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의 결과다. 하지만 이는 각국의 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것이므로 우리나라처럼 복수 협회가 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시장규모는 30% 이상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세계 3위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조차 공식 집계에서는 대부분 직접판매산업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5년간 판매원 증가와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95년에 비해 2001년에는 7,000배나 증가했다. 실질적인 판매액만을 놓고 봐서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각각 675%와 485%의 고공성장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등 최근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국가들의 경우 다국적 기업을 제치고 자국 업체들이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5년 동안 600%의 성장률을 보여 2001년 판매액 기준으로 10위권에 포함된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멕시코도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했다. 상위 10개국 중에서는 일본과 이탈리아만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나머지 국가는 점진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네트워크 마케팅의 원조 격인 미국은 2003년 현재 매출액 267억달러, 판매원수 1,2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시장의 판매증감 추이를 보면 98년 231억달러, 99년에는 245억달러로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도 처음부터 안정적이었던 건 아니다. 75년 미 상무부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피라미드 판매규제법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결국 4년간의 긴 법정공방 끝에 네트워크 마케팅은 불법 피라미드와는 다른 판매방식이라는 판결을 받아냈고, 연간 20% 이상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50% 이상의 미국가정에서 네트워크 마케팅 방식을 통해 재화나 용역을 구입한 경험을 갖고 있을 만큼 광범위하다.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재직 당시 미국 DSA에서 “네트워크 마케팅이 1,000만개가 넘는 새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재정적자가 60% 삭감되는 데 한몫 했다”고 치하할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적극적이다.
일본 일본에 미국계 네트워크 마케팅기업들의 판매기법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후반이다. 75년에는 재팬라이프라는 자석침구회사가 피라미드 방식으로 영업을 전개했으나 사회적인 문제가 심화되자 76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새로운 판매방법의 적정성과 소비자보호 문제를 심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며, 90년대 들어 꾸준히 300억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강의 네트워크 마케팅 국가로 군림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장기간의 극심한 불황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탄탄한 회원조직 및 제품의 집중화를 이룬 결과 최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인구 12억명에 달하는 중국은 지구촌 최대의 황금시장이다. 후진타오의 출범과 함께 중국의 개혁과 개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98년 직접판매업체들의 영업망에 범죄단체들이 개입하거나 사이비종교를 전파하고 사기를 치는 등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해친다며 중국 내에서의 영업을 금지시켰으나, 암웨이가 영업방식을 소매점 형태로 바꿔 영업재개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소매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무급 판매망 형태, 즉 일반소비자들이 직접 물건을 살 수 있는 상품분배센터(소매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사회주의 시스템이 남아 있어 다소 복잡한 현지법을 철저히 준수해야만 한다. 중국에는 방문판매법 같은 특별법은 없고 이에 대신하는 통고나 통지로 다단계판매를 규제하고 있으나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어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대만 인구 2,200만명 중 판매원수가 300만명. 국민 7명 중 1명은 네트워크 마케팅사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네크워크사업이 널리 퍼져 있다. 대만의 경우 다단계판매 방식을 국영사업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정통을 추구하고 있는 암웨이와 선라이더의 조기 진출로 초기부터 비교적 빠르게 정착돼 왔다. 매출은 95년 17억달러를 올리며 최고치에 이른 후 꾸준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네트워크 방식을 통한 유통이 중소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러 각 회사들의 로비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에서는 ‘다층전차전쇄관리법’이라는 특별법이 존재한다. 대만에서는 합리적인 네트워크 마케팅과 불법적인 피라미드식 판매방식을 구분하며, 교육ㆍ훈련 등의 명목으로 가입자로부터 과다한 수수료를 받는 행위, 가입자에게 부적절한 보증금, 예치금, 벌과금, 기타 의무를 부과시키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한정현ㆍ중앙대 직접판매보상시스템과정 주임교수 앤샵정보센터 대표 hanjh@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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