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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자기 사랑의 함정에 빠진 청소년 치료
- 자기애성 성격장애-
영화『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을 보면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주인공 윌 헌팅을 볼 수 있다. 보스턴 빈민가에 사는 윌 헌팅은 낮에는 MIT 공대 청소부로 밤에는 동네 건달로 살아간다. 그는 대학에 다니지 않았지만 해박한 지식을 가졌고 대학생들과 자주 논쟁을 벌이면서 자신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주먹질을 하였다. 그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는 자기애성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린 시절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입양되었던 윌은 양부의 모진 학대로 여러 번 다른 집으로 옮김으로 인해 세상에 대한 깊은 불신과 증오심을 갖게 된다. 윌은 버림받고 학대당하는 무력하고 열등한 자기(self)를 방어하기 위해 과대적인 자기를 만들어낸다. 그는 병적으로 과대한 자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남을 깔보고 오만하게 굴었고, 누가 조금이라도 열등감을 자극하는 말을 하면 화를 참지 못했다. 자신의 열등한 모습이 드러날까 두려웠던 윌은 사람들과 친밀해지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스칼라(Scalar)라는 여자를 만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스칼라가 윌의 부모형제나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고 제안하자 그는 두려워하며 관계를 끝내버리고 공허감과 우울감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한다. 윌은 자신을 비난하거나 공격할지도 모를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몰래 혼자서 책을 독파하며 지식화(intellectualization)하여 자기 무장을 하였다. 윌은 천재성을 가졌지만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인해 좌절과 비난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MIT공대의 램보 교수를 통해 친구 숀이라는 정신과 의사와 지속적인 만남이 주어짐으로 마음이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 자기애란?
청소년들은 남의 사정이나 주변의 여건을 전혀 돌아보지 않는 채 이기주의적인 품성을 지닌 아이들을 일컬어 치료약도 없는 ‘왕자병’ 또는 ‘공주병’ 이라고 한다. 이러한 증상을 정신의학 용어로 표현할 때는 자기애(自己愛) 즉,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고 한다.
나르시시즘은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 나르키소스(Narcissus)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아름다운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모두의 사랑을 받았으나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숲과 언덕, 사냥을 주관하는 여신 아르테미스의 분노를사 샘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결국 굶어죽게 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나르키소스가 죽은 자리에서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 이름이 영어로 narcissus이고 우리말로는 수선화(水仙花)이다. 1899년 독일의 정신 의학자 네케(Wiihelm Nacke)가 이 신화를 빌려‘자아도취’또는‘자기애’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르키소스에 관한 옛 신화를 심리적 장애와 결부시켰던 최초의 인물은 성(性) 의학자인 엘리스(Havelock Ellis)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당시에 성도착증으로 간주되었던 동성애를 남성이나 여성이 적절한 이성을 사랑하지 않고 자신을 투영하는 다른 남성이나 여성을 각각 사랑하는 자기 사랑의 병리현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엘리스의 연구를 논평하는 중에 네케가 나르시시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네케는 나르시시즘을 일종의 성적 도착심리 즉, 스스로의 육체에 대해 성적인 충동을 느끼는 이상심리를 가리킨다고 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병적인 자기 사랑 또는 자기 감탄”으로 정의하였다. 여기서 수식어‘병적인(morbid)’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기 사랑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사실상 그것은 일반적으로 심리적인 건강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르시시즘이란말이 널리 알려진 것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드 프로이드가『On Narcissism(나르시시즘에 관하여)』이라는 저서를 출판하고 정신분석 용어로 도입한 뒤부터이다.
2.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유형
1) 외현적 자기애와 내현적 자기애
일반적으로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외현적 자기애와 내현적 자기애로 구분한다. 외현적 자기애는 제3자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만큼 자기애적인 속성이 외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로 DSM-Ⅴ에 제시된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진단기준에 잘 부합된다. 이들은 대인관계시 타인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타인이란‘나의 위대함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는 존재’라고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반면, 내현적 자기애는 겉으로 드러나는 자기애성 성격은 보이지 않으나 내면의 깊은 곳에 자기애적인 성격적 역동과 기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타인의 반응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고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낮춘다. 이들에게 타인이란‘나를 받아들여 주고 좋아해주는 존재’로 인식이 되어, 외현적 자기애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기애적 성향을 보여준다.
2) 테오도르 밀론의 4유형 분류
테오도르 밀론(Theodore Millon, 2000)은 겉으로 드러나는 자기애적 양상이 어떤 방향으로 치우치며 내면의 자기애적 역동이 어떠한가에 따라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를 엘리트형(elitist) 자기애자, 보상형(compensatory) 자기애자, 무절제형(unprincipled) 자기애자, 호색형(amorous) 자기애자로 세분하였다.
.엘리트형
엘리트형 자기애자는 자신이 특별히 우월한 존재라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거만하게 행동하며, 남보다 뛰어나려는‘일등주의’를 강렬하게 추구하고 사회적 인정과 찬사에 매우 집착한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상당한 재능과 능력을 보여 왔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보상형
보상형 자기애자는 내면적으로 자기 자신이 뭔가 부족하고 열등한 것 같다는 깊은 부적절감과 결핍감을 지닌 사람들로서,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보상하기 위하여 웅대한 자기상에 집착하고 외현적으로 자신을 지나치게 과시하며 거만하게 행동한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평가나 비난에 매우 예민하여 쉽게 상처 받고 수치심과 모욕감을 잘 느끼는 경향이 있으며 피해의식을 느끼기 쉽다.
.무절제형
무절제형 자기애자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권익 등에 무관심하며 매우 자기 중심적이고 착취적으로까지 행동한다.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을 특별대우해 줄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며 자신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고 이용하거나 심지어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반사회적 성격 특성과 함께 나타나며 흔히 약
물중독자, 비행청소년, 범죄자에게서 발견된다.
.호색형
호색형 자기애자는 자존감과 자기 가치감을 높이기 위해 이성을 성적으로 유혹하고 정복하려는 이기적인 성적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다.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이성관계 속에서 성적인 능력과 우월함을 입증하고자 한다.
3.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성과 유병률
DSM-Ⅴ에서 보여주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성은 전반적으로 거만하고 자신감에 찬 태도를 가지고 있어서 어떤 일에 항상 과도한 자신감에 넘쳐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자기를 내세우고 자랑을 늘어놓으며 허풍에 가까울 정도로 지나친 자기과시를 보인다. 또한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이 있어서 자신을
특별하게 대해 주지 않는 사람이나 기관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이들의 정서 상태를 보면 항시 즐거운 기분으로 가득 차 있거나 다른 사람이 가진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감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으려는 강한 욕구가 있고 지루함과 공허감을 자주 느껴서 자극적인 것을 찾으려 한다. 또한 자신이 한 일이 기준에 안 맞으면 쉽게 우울해하거나 불안해하며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만약 감정표현을 한다 하더라도 정제된 표현이 아니라 극적인 표현을 써서 논쟁이나 싸움에 이르게 된다.
이만홍(1995)은 나르시시즘의 핵심 병리가 자기 또는 원초적이고 나르시시즘적인 자기대상(archaic narcissistic self-object)에 있다고 본다. 이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원초적인 나르시시즘 구조물에 있어서 아직도 불안정하고 통제력이 미숙한 자아가 느끼는 불안은 일차적으로‘자아의 붕괴에 대한 위험’이다. 즉, 자기가 일시적으로 그 통합성을 잃고 조각이 나거나(fragmentation) 과대적 원초적인 자기대상(self-object)이 성숙한 자기 안으로 침입해 들어올 것 같은 불안이 나타난다. 따라서 자아는 자신의 자존감을 정상 수준으로 통제하지 못하게 될까봐 불안해하는 것이다. 그 결과 나르시시즘적인 불안과 결핍은 불안한 과대성과 흥분(anxious grandiosity and excitement)에서부터 혼란(embarrassment), 자기의식(self-consciousness), 심한 수치감(sever shame), 건강염려증, 우울등 여러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인지적 특성으로는 자신에 대해 현재의 업적보다 더 크게 부풀리는 과대평가를 함으로써 항상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어떤 일의 성공에 대해 자기 자신의 공으로 돌린다. 겉으로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나 공감능력의 부족으로 불안정한 대인관계의 모습을 보인다.
컨버그(Otto Kernberg, 1984)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자가 다른 사람과 부드러운 관계를 맺을 수 없고, 통합된 자아개념과 타자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성적인 욕구를 자위 행위적 환상을 통해 만족한다. 전반적으로 사랑에 빠지지 않지만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난잡한 성 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1% 미만이며 임상환자집단에서는 2-6%였다는 보고가 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진단되는 사람의 50-75%는 남자이다.
4.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원인
프로이드는 심리적 에너지가 자신에게로 향해져 자신의 신체를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하는 태도를‘자기애’라고 하였다. 이런 성향이 어린 시절에는 정상적일수 있으나 성장하여 성숙한 형태로 발전하지 못하면 병적인 자기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인즈 코헛(Heinz Kohut, 1968)은 정상적인 자기애와 비정상적인 자기애를 구분하여 모든 인간에게 자기애가 있지만 정상적으로 발달하면 활발한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모의 과잉보호나 특이한 성장과정으로 인해 이러한 좌절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면 유아기적 자기애가 지속되어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발전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냉담하고 무관심하고 무시하는 부모의 반응으로 인해 웅대한 자기상에 대한 지나친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강한 심리적 충격을 받게 되어 비참한 현실을 외면한 채 웅대한 자기상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주변사람들로부터의 인정과 칭찬을 강렬하게 추구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발전될 수도 있다고 했다. 즉, 유아기의 웅대한 자기상에 대한 좌절경험이 없거나 또는 좌절경험이 너무 심하면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발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컨버그(Kernberg, 1975)에 따르면,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어린시절 어머니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한 이상적 자기상(자기 표상)과 이상적 어머니상(대상 표상)이 혼합된 웅대한 자기상을 통해 자신에 대한 과장된 생각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밀론(Millon, 1981)은 자기애성 성격은 부모가 아동의 가치를 비현실적으로 과대평가하는 가족환경 때문에 생겨날 수 있다고 하였다.
5.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치료
1) 정신분석학적 치료
정신분석학적인 접근에서는 청소년들이 유아기 때 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점에 주목한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적 치료는 이들에게 올바른 발달 경험을 제공하도록 하는데 청소년들에게 재인식과 칭찬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보다 현실적인 이해를 하도록 시도한다. 이렇게 할수록 불만은 적어지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이 적어진다고 한다(Kohut, 1971).
2) 인지행동 치료
인지행동 치료법에서는 자기애성 성격장애 청소년의 이기주의를 줄이려고 노력하며 타인과 관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기애에 빠진 청소년들의 이기적인 행동과 자기중심적 행동에 대하여 반대하기보다는 옹호하는 입장을 취해준다. 예를 들어, 자기애에 빠진 청소년에게 자기 이기적인 습관을 줄이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방식보다 더 좋은 방식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동시에 특정 호의나 관심을 제공하는 일은 피한다. 자기애에 빠진 청소년들을 위한 명확한 처방 목표를 정한다면 그들은 인생의 다른 영역에서 어떻게 한계를 설정하여야 하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Freeman et al., 1990).
3) 청소년 스스로의 노력
.평범한 것에서 행복 찾기
특별한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평범한 것 역시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일상적인 일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을 수 있듯이 평범한 사람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찬사받기 위해 특별해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평범한 것에서 남들이 찾지 못하는 기쁨을 찾는 것이 더 낫다. 특별함을 추구하는 것은 그만큼 열등
감이 많다는 것을 반영한다.
.타인 존중
나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의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차별대우를 추구하는 욕구의 내면에는 자신이 타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생각이 숨겨져 있다. 남들이 갖고 있는 독자성을 무시할 때 돌아오는 것은 소외감뿐이다. 독자성은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자
기의 잠재력을 찾는 데서 발견된다.
.타인 배려
예외적인 대접에서가 아니라 남과 함께 할 때의 보상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뭇사람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상상만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주목과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베풀고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 자체를 즐길 수 있을 때 경험된다.
.장기간의 만족 추구
단기간의 동경 대신에 장기간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다. 타인의 찬사나 동경은 그 사람들이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 지속적인 만족은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서 성취하는 기쁨에 있다. 삶의 가치는 타인의 평가에 집착하기보다는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는 데서 더 쉽게 찾아진다.
.타인의 인정과 찬사를 요구하지 말 것
아무도 나를 찬사 해야 할 빚을 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과 찬사를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나의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그러하듯이 남들도 나를 찬사 해야 할 빚을 지고 있지는 않다.
.타인의 평가에 집착하지 말 것
끊임없는 관심과 찬사를 받는 것만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관심과 인정이 행복감을 제공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타인의 평가에 집착하는 것은 남들이 내 기분에 영향을 미치도록 허용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남들에게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며 나로서는 내 기분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음수선공
상담심리학박사/ 교육학박사/상담심리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