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1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화성군 병점면 두산아파트 건설 현장에 있던 이병훈 소장은 본사로부터 급한 전화연락을 받았다.
화장실 내장공사를 잠시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이소장은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회사인트라넷에서 지식공유파일인 `피드백 시스템(Feedback System)`을 열었다.
타지역의 두산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벗어놓은 슬리퍼에 문이 걸릴 정도로 화장실 문턱이 낮게 시공돼 문이 걸려 잘 닫히지 않는다`는 실패사례가 올라와 있었다.
이소장의 지시로 화장실 내장공사 담당직원들이 소집되었고, 문제점에 대한 자세한 검토가 있은 후에 시공이 재개되었다. 두산건설 지식경영의 최고 장점인 실패사례공유제도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실패사례에 등 장한 현장에서는 수억원의 재시공비가 들었다는 후문.
지식경영을 실천하는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성공사례만을 등록하고 포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공유전략은 실패에서 오는 교훈을 간과하게 하고, 결국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고칠 기회마저 놓치게 한다.
특히 건설현장에서의 실패사례의 반복은 치명적일 수 있다. 앞의 사례처럼, 수억원대의 재시공비는 물론 브랜드이미지 악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패사례를 공유하기는 사실 매우 어렵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강사장과 CKO(최고지식경영자)인 박건동 지원본부장, 지원본부 소속 지식경영팀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강사장은 실패사례를 내놓기 꺼려하는 풍토를 바꾸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지시했다. 유사한 내용이 아닌 최초의 실패사례를 올린 팀에게는 그 잘못을 묻지 않는 `면죄부`를 부여한 것. 게다가, 현장의 모든 공사가 끝난 후에 시행되는 `준공결산보고` 때에는 우수한 성공사례 뿐만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모범적인(?) 실패사례를 많이 공유한 현장에 개인당 최고 500만원의 성과급까지 지급했다.
그러나, 두번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았다. 지식공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똑같은 실패를 반복한 팀에게는 가차없는 징계조치를 취했다.
또한 실패의 반복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를 이중삼중으로 만들었다.
전체공사 착공 전에 실패와 성공사례의 교훈을 공유하는 킥오프미팅(Kick Off Meeting)을 갖고, 또한 창호 방수 유리 등 세부공사 시작 전에 세미킥오프미팅(Semi-Kick Off Meeting)을 시행한 것이다.
공사가 끝난 후에는 `준공결산보고서` 발표를 통해 성공과 실패사례를 다시한번 공유하고, 주요 사례를 `피드백 시스템`에 올렸다.
두산건설이 국가고객만족도(NCSI) 아파트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산업재해예방 최우수업체로 선정된 데에는 실패사례공유위주의 독특한 지식경영이 기여한 바 크다.
한편, 두산건설의 지식경영에서 돋보이는 또하나의 장점으로 철저한 지식검증제도가 있다.
지난 99년 지식경영의 시작과 동시에 구축된 `피드백 시스템`에 지금까지 올라온 사례는 1600건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팀장과 소수정예의 팀원이 소속팀에서 올라온 지식을 철저히 검증해왔기 때문이다. 초창기부터 지식창고가 쓰레기통이 되지 않도록 청결하게 관리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알토란같은 지식들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식등록과 조회수에 기초한 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한 대다수의 기업들에서, 핵심지식들이 `쓰레기` 지식에 묻혀 검색하기도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것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두산건설의 지식경영은 올해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에 구축이 완료된 DSCNET(DooSan Construction NETwork)이 시험가동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본격 가동되기 때문이다. DSCNET에는 `피드백 시스템`을 보완한 지식관리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뿐만 아니라 영업관리 분양관리 외주관리 구매관리 등 모든 업무 시스템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사용된 MS사 `아웃룩` 기반의 그룹웨어를 대체하는 전사적 지식포탈(Enterprise Knowledge Portal)인 것이다.
CKO 박건동 지원본부장은 DSCNET의 본격가동과 함께 지식마일리지제도 보완, 사내외전문가 네트워크 강화로 "지식경영을 두산건설의 조직문화로 만들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