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선 제124권 / 묘지(墓誌)
김 문영공 부인 허씨 묘지명(金文英公夫人許氏墓誌銘) 병서(幷序)
이제현(李齊賢)
부인의 성은 허(許)씨이니, 중찬 문경공(中贊文敬公) 휘(諱) 공(珙)의 둘째 딸이다. 조부는 추밀원 부사(樞密院副使)이니 휘는 수(遂)이며, 증조부는 예빈소경(禮賓少卿)이니 휘는 경(京)이다. 어머니는 윤(尹)씨이니 정당문학 문평공(政堂文學文平公) 휘 극민(克敏)의 딸이다.
부인은 나면서부터 근실하였으므로 문경공의 사랑을 받았다. 윤씨(尹氏 모친)의 장삿날이 곧 을축일인데 어떤 사람이 부인이 난 해라 하여 다시 정하기를 청하였다. 문경공이 말하기를, “우리 이 여아는 뒤에 반드시 복을 누릴 것이니, 혐의할 것이 없다.” 하였다.
자라서 좋은 사위를 골라 착한 정승 상락군 문영 김공(上洛君文英金公) 휘 순(恂)의 아내가 되었다. 김씨와 허씨는 모두 큰 가문이어서 부호함이 서로 높았으나 부인이 예법으로 처신하니, 사람들의 이간하는 말이 없었다. 문영이 늦게 노래와 기생을 좋아하였으나 일찍이 질투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문영공보다 12년 후인 지순(至順) 임신년(충숙왕 복위 원년) 7월 신묘일에 병으로 세상을 마쳤는데, 모두 4남 3녀를 낳았다. 맏아들은 영돈(永暾)이니 봉상대부 전법총랑(奉常大夫典法摠郞)이요, 둘째는 영휘(永暉)이니 흥위위 낭장(興威衛郞將)이며, 셋째는 출가한 이름이 사순자은종대덕(思順慈恩大德)이며, 넷째는 영후(永煦)이니 봉선대부 자섬사사(奉善大夫資贍司使)이다.
맏딸은 대광 청하군(大匡淸河君) 정책(鄭㥽)에게 출가하였는데 부인보다 먼저 죽었고, 둘째 딸은 대광 상당군(大匡上黨君) 백이정(白頥正)에게 출가하였으며, 막내 딸은 원나라 사람 별리가불화(別里哥不花)에게 출가하니 강절성 참지 정사(江浙省參知政事)이다.
명문에 이르기를,
유순하고 바르니 / 柔婉中正
부인의 덕이 갖추었고 / 婦德之備
너그럽고 은혜로우니 / 寬淑惠和
어머니의 예절이 아름답도다 / 母則之懿
훌륭한 문경공은 / 於惟文敬
분명하게 알아보았으니 / 鑑裁孔明
하물며 그 아들에 대해서 / 矧于厥子
오죽이나 정상하랴 / 賞宜益精
군자의 배필이 되어 / 作配君子
착하고 천수를 누렸으니 / 克臧克壽
내가 유허에 명문지어 / 我銘幽墟
유구한 내세에 전하노라 / 用諗攸久
<끝>
ⓒ 한국고전번역원 | 김용국 (역) |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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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金文英公夫人許氏墓誌銘 幷序 - 李齊賢
夫人許姓。中贊文敬公諱珙之第二女。大父樞密院副使諱遂。曾大父禮賓少卿諱京。母尹氏政堂文學文平公諱克敏之女。夫人生而謹愿。文敬所鍾愛。尹氏之葬日。直乙丑。或以夫人生年請改卜。文敬曰吾此女後必享福。無嫌也。擇佳婿。妻故相上洛君文英金公諱恂。金許皆大族也。侈富相高。夫人禮法自持。人無間言。文英晚喜聲伎。未甞有妬媢之色。後文英十二歲。至順壬申七月辛卯病卒。凡生子男四子女三。男長曰永暾。奉常大夫典法揔郞。次曰永睴興威衛郞將。次出家名思順慈恩宗大德。次曰永煦。奉善大夫資贍司使。一女適大匡淸河君鄭㥽。先沒。次適大匡上黨君白頤正。季適王人別里哥不花。江浙省參知政事云。銘曰。
柔婉中正。婦德之備。寬淑惠和。母則之懿。於惟文敬。鑑裁孔明。矧于厥子。賞宜益精。作配君子。克臧克壽。我銘幽墟。用諗攸久。<끝>
益齋亂稿卷第七 / 碑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