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학계와 업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합니다
을유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한 해는 무척 분주했던 해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다루어지던 커피 교육이 이제는 정규 교과목으로 자리잡아 학과를 구성하는 핵심 과목으로 부상하게 된 것도 큰 변화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대학의 평생교육원은 시민들에 대한 대학 강의실의 개방이라는 소극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시민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커피전문가과정은 다양한 프로그램중에서도 고급문화를 지향하고 일상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나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느림의 삶을 구현하는 매체로서 인기있는 과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커피전문가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대학을 손꼽아 보더라도 상지영서대학을 비롯하여 단국대학교(서울,천안),한양대학교, 강릉대학교. 강릉영동대학, 이화여자대학교,가톨릭대학교 등 개설하는 대학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커피전문가과정은 대체적으로 개설 초기 수강생들이 3,40명씩 몰려들던 시기를 이제 지나서 15명 내외의 안정된 인원으로 12-20주, 주당 3-4시간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있고 수업 내용은 생두, 커피추출, 커피로스팅,에스프레소 커피, 케이크, 생과일 쥬스 등 사이드 메뉴, 커피 마케팅 등 이론과 실습을 적절하게 편성하여 전문 강사진이 분야별로 강의와 실습을 담당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과정중이거나 수료후에도 국내 커피투어.해외커피투어(일본, 인도네시아)를 실시하여 견문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교육원에서 실시하는 교육 내실에 관하여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커피학이 대학의 교과 과정중에 독립적인 과목으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커피전문가과정의 실습 교육에 대한 대학의 관심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커피추출에 필요한 도구,에스프레소 머신, 그리고 커피 로스터 정도는 구비하고 과정을 개설하는게 그 순서일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대학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다수의 대학이 실습 교육을 외부 시설에 의존한다는 것은 커피 교육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커피전문가과정에 등록하는 수강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커피를 생활속에서 즐기려고 하는 분, 창업을 꿈꾸는 분, 그리고 식품학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평생 교육원의 커피 교육이 내실을 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커피 교육에 참여하고 계시는 여러 선생님들의 희생과 노력에의해서 교육이 이루어져 온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커피학이 종래에는 식품관련학과의 식음료학이라는 교과목속에서 조그맣게 자리매김되어 왔습니다만 커피업계의 활성화와 커피교육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노력에의하여 대학의 정규 교과목으로 독립되어 학과가 신설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상지영서대학(원주), 나주대학(전남), 대구보건대학(대구)이 그러한 대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지영서대학의 ‘관광조리음료과’는 2005학년도에 1학년이 입학하게 되는 신설학과로서 커피학(이론),커피추출실습, 커피배전실습, 에스프레소커피실습, 커피추출 및 배전실습.카페 디저트 메뉴 등 커피 관련 교과목과 다류실습,와인학(이론),와인테이스팅실습, 칵테일 이론 및 실습,음식 문화 탐방 및 비평,외국어(일본어,불어) 등의 교과목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학과의 컨셉은 주,야간 모두 이번 수시모집에서 우리 대학의 25개 학과중에서 4번째로 많은 응시생이 지원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커피학이 핵심 과목으로 편성된 학과의 신설은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커피전문가양성이라는 명제를 실천할 수 있다는 장이 마련되었다는데 그 의의를 찿을 수 있겠습니다.
커피학은 이제 평생교육원과 정규학과의 다양한 형태의 교육 체제속에서 발전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교재 개발이 시급합니다. 대학의 정규 교과목은 평생교육과는 또 다른 면에서 커피학이 체계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 출판된 커피 관련 서적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학계와 학계, 학계와 업계 사이에 충분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져 학생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서적이 출판되어야 하겠습니다.
커피전문가를 지향하는 학생들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 제도가 신설되어야만 합니다. 학계와 업계가 이 문제를 가지고 서로 협의할 수 있는 자리가 우선 마련되어야 합니다. 우선 1차적으로 민간자격증 제도를 신설하여 활용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커피바리스타 챔피언쉽 경연대회가 커피 바리스타에 대한 직업 홍보에 유익한 제도라면 자격증제도는 커피 전문가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며 그런 면에서 학생들에 대한 커피업 진출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학 협동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학생들의 산업체 견학, 산업체 현장실습 그리고 취업 등 학생들에 대한 업계의 애정어린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커피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이 자주 모이고, 대화하고, 우정을 돈독히 하는 친목 교류의 장이 빈번하게 열려야겠습니다. 학교가 그런한 장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새해 을유년은 커피 업계가 한층 더 성숙된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커피에 관심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기원합니다. 가족 모두 다복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 이 기사는 월간'커피앤티'로부터 청탁받은 신년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1월호에 게재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