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봉 네팔의료선교사는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외곽 전문의로 1995년부터 네팔 탄센, 파탄선교병원에서 14년째 일하고 있다. 특수 교사인 아내 신경희와 세 아들이 있다.
오늘날 선교지는 누구를 찾고 있는가?
우리가 큰 통나무를 나르는 현장에 이르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굉장히 큰 통나무를 10명의 일꾼이 힘겹게 나르고 있는데 놀랍게도 한쪽 끝에는 9명이 나르고 있고, 다른 한쪽 끝에는 단 한명만이 죽을 힘을 다하여 비지땀을 흘리며 나르고 있다. 만약 우리 마음에 이들을 도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디에 우리의 어깨를 들이 미는 것이 실제로 이들을 돕는 것인가? 물론 9명이 나르는 곳에 우리 어깨를 들이 미는 것도 이들을 돕는 일이지만 우리가 그리스도인의 양심으로 반응한다면 분명히 한 명이 힘겹게 나르고 있는 곳에 우리의 어깨를 들이 미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런 통나무 나르는 현장과 같이 단지 한 사람만이 힘겹게 짐을 지고 있는 것이 오늘 날 선교지의 상황이다. 선교 자원의 배치에 심각한 불균형이 있다는 것이다.
북부 아프리카부터 극동에 위치하는 나라들을 포함하는 10-40 창(10-40 Window) 내에 미전도 종족의 80%가 밀집되어 있으며 세계의 빈민 가운데 80%이상이 이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역에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는 전체 선교사의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99% 이상의 기독교 자원이 이미 복음이 전해진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선교사들이 선교활동이 허용된 곳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음과 그리스도의 사랑이 실제로 많이 필요한 곳에 일하는 기독교 사역자들이 적고, 이곳에 사용되는 기독교 자원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선교 자원 배치의 심각한 불균형의 원인 중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지역에 선교사가 들어가기 어렵고, 들어가더라도 그 곳에 살기가 어렵고, 더 나아가 복음의 열매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교가 필요한 현장은 선교사 비자를 주지 않는 지역들이라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합법적인 비자를 받아 들어가 살면서 선교 사역을 감당하여야 한다. 이 점은 이미 GCOWE ‘95 서울과 ‘98 남아공 대회에서 동일하게 21C 선교 전략에 있어서 지향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전략 요소”들 중 하나로서 “전문인 선교”라고 공표 했던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전문인 선교는 커다란 바위를 깨뜨리는 쐐기
전통적(목회자) 선교사가 쉽게 들어갈 수 없는 10-40 창 지역에 전문 직업인으로 들어가 살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전문인 선교는 복음에 대하여 문을 완강히 닫고 있는 지역에 복음을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전문인 선교는 적진 깊숙이 아군의 교두보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옛날 전기톱이 없던 시절 큰 바위를 깨뜨릴 때 쐐기 홈을 파서 참나무 쐐기를 박은 뒤 물을 부어 주면 그 참나무 쐐기가 팽창하면서 큰 바위를 깨뜨렸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전문인 선교는 커다란 바위를 깨뜨리는 쐐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선에서 전문인 선교의 역할
조선 말 1982년에 조선왕조가 나라의 문을 열었을 때는 아무도 선교사로 들어 올 수 없었다. 그러나 1884년 의사 알렌은 미국 대사관 공의로 들어와 우리 조선 정부의 고위 공무원 이었던 민영익이 큰 부상으로 죽게 되었을 때, 도움을 요청 받았으며 서양의술을 사용하여 치료하여 살려 주었다. 조선 황제 고종은 이를 좋게 여겨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병원인 광혜원(지금의 연세의료원)을 세우도록 지원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아펜젤러나 언더우드 같은 다른 선교사들도 속속 입국하게 되어 우리나라 선교에 꽃을 피우게 되었다.
네팔에서 전문인 선교의 역할
거의 200년 동안 나라의 문을 닫고 지냈던 네팔이 1950년 나라의 문을 열게 되었을 때 인도와 네팔 국경에서 네팔 사람들을 위하여 사역하던 여러 선교 단체들이 연합하여 UMN(United Mission to Nepal)과 INF(International Nepal Fellowship)라는 선교 단체를 만들어 네팔에서 일을 시작하였다.
UMN이나 INF에 속하여 일하는 기독교 사역자들은 거의 모두가 전문직업을 가진 사람들 이었다. UMN은 현재 17개국에서 왔으며, 39 개 선교 단체가 파송한 전문인 선교사들이 연합하여 일하는 네팔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INGO이다.
전문 직업을 가진 선교사들은 100% 전문성을 발휘하여 병원들을 설립하고, 학교(중-고등학교, 간호대학교, 기술전문학교 등)를 설립하고, 발전소를 짓고, 지역개발사역, 문명퇴치사업, 농업사역을 하는 등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며, 낙후된 네팔을 일으켜 세우는 일들을 하여왔다. 지금도 선교병원들은 네팔 의료 공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네팔 전기 공급의 70%는 선교부가 관여한 발전소와 전기 회사를 통하여 공급이 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선교사들이 네팔에 들어왔지만 복음을 전하는 등의 종교적인 활동이 법으로 금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지금도 유효하다.
UMN이나 INF는 말(Word)과 행동(Deed)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복음을 증거하는 것을 선교부의 대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교회를 직접 개척하거나 목회를 하거나 지도력을 행사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역지(발전소, 학교, 병원 등)를 중심으로 네팔 교회들이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네팔에는 선교사들에 의해 직접 세워진 교회는 거의 없다. 선교사들에 의해 예수를 믿게 된 네팔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교회가 세워지고, 교회가 확장되어 왔다.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되어 성장한 교회라 충분한 자생력을 가진 교회들이다. 전문인 선교사들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온 네팔 교회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교회가 되었다. 네팔이 나라의 문을 열기 전에는 네팔 땅 안에 단 한명의 예수 믿는 사람도 없었지만, 주로 전문인 선교사들과 함께 성장해온 네팔 땅에는 70만의 네팔 사람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 지금은 네팔의 75개 군에 교회가 없는 군이 한 군데도 없다고 한다. 네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세워온 교회들이라 나누어지지 않고 NCF(Nepal Christian Fellowship)이라는 큰 우산 아래 교제를 해 오고 있다. 또 자발적으로 신학교(NEBC)도 세워서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선교사들이 교수요원으로 이 학교를 돕고 있다.
Y가 4년간 일했던 탄센이라는 마을은 네팔 서부의 중앙에 있는 인구가 12,000명 되는 시골 마을인데, 이곳에 선교 병원이 세워지기 전에는 그리스도인이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200-400명 모이는 네팔교회가 4개가 되었으며, 이 교회들은 인근 지역의 작은 가정교회들을 돌보는 모체 교회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탄센 출신의 여러 목회자들이 네팔 곳곳에 흩어서 교회를 섬기고 있다. 탄센선교 병원은 적진 깊숙이에 아군의 교두보를 든든히 세워 지금까지 네팔 중서부 지역의 복음의 전진 기지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1990년 이후 네팔에 큰 정치적 변화가 있으면서 신학을 전공한 선교사들이 들어와 신학교나 목회자 훈련원들을 시작하여 네팔 교회 목회자들을 훈련 양성하는 일들을 시작하였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교단 배경을 가진 목회자들이 일을 시작하면서 교단들을 세워 네팔 교회를 분열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전문인 선교사의 역할
전문인 선교는 교회 개척이 주된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 개척이 전문인 선교사, 전문인 선교 단체의 주된 목표가 되면 전문인 선교사는 정체성에 어려움을 가지게 되고, 전문인 선교사와 선교 단체는 갈등을 하게 된다.
교회 개척만이 사역의 목표가 되면 전문인 선교사가 수년간, 수십 년간의 발전 시켜온 전문성은 복음을 전하기 위한 한 도구로만 생각되기 때문에 전문성을 발휘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갈등을 하게 되며, 자신을 2류 선교사로 여기게 되고 나중에는 신학교로 향하게 되는 경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로잔 언약에서 [현대 선교란 복음 전파와 사회적 책임]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말로만 복음이 전파 되는 것이 아니다. 말이 삶으로 나타나 보여져야 한다. 말씀이 삶으로 나타나는 가장 적절한 모델이 바로 전문인 선교사가 행하는 선교이다.
선교지에서 의료 선교사가 병들고 가난한 환자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정성껏 치료하는 것이 선교의 중요한 한 축이다. 흉내만 내어서는 안 된다. 단지 복음을 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행위를 한다면 의료 행위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복음 전파에도 유익되지 못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직업이 단지 복음을 전하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고, 하나님이 주신 소명으로 알고 우리에게 주어진 직업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바른 도리인 것과 같은 원리이다.
선교지에서 전문인 선교사를 목회자 선교사가 개척하는 교회의 한 보조 요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팀의 한 동역자로 존중되어야 하며, 전문성이 가장 잘 발휘되는 곳으로 사역지가 배려되어야 한다.
전통적 선교사의 전문인 선교 활동
창의적 접근 지역에서 사역하는 많은 신학을 전공한 선교사들이 정착의 한 과정으로나 사역의 한 축으로 전문인과 같은 사역을 많이 하고 있다.
많은 경우 사전의 아무 경험 없이 사역을 시작하여 시행착오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가능하면 전문 경험을 가진 선교사와 함께 사역을 시작하든지, 아니면 자신이 어느 정도의 기간(수개월-수년)을 투자하여 전문성을 확보한 뒤 사역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전문인 선교사의 선발과 훈련
전문인 선교사는 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을 뿐 아니라, 지역 교회의 인정을 받아 추천을 받아야 한다. 지역 교회의 충실한 일꾼으로 전도하고, 가르치고, 섬기는 열매가 있어야 한다.
전문인 선교사라고 훈련 없이 무조건 내어 보낼 수는 없다. 실제로는 신학 훈련 받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실제로 목회자 선교사보다 더 어려운 지역으로 파송을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전문인 국제 선교 단체인 인터서브는 장기 사역자(3년 이상)인 경우 최소 1년 이상의 신학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본인의 관찰로는 전문성이 충분히 확보된 한국인 지원자의 경우 1년 반에서 2년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였다.
전문인 선교 단체(국내, 국외)와 협력하여 사역
국내 선교단체인 HOPE, 갈릴리세계선교회, 오병이어 선교회, 인터콥, 치과의료선교회, 국제기아대책기구 등과 국제선교 단체인 인터서브, OMF, WEC, SIM, AIM, MAF 등 다양한 전문인 선교 단체들이 있다. 자신의 전문성과 자신의 은사를 잘 발휘 할 수 있는 전문인 선교단체와 선교지를 찾아서 사역을 하는 것이 선교의 첫 걸음으로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결언
많은 전문 직업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와 선교단체의 보냄을 받아서 복음이 들어가기 어려운 10-40 창 안의 지역에서 복음의 교두보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