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랑말(Pony)은 말 중에서 크기가 작은 품종을 일컫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체고(體高), 즉 앞다리의 발굽에서 어깨까지의 높이가 147cm 미만인 말을 조랑말이라고 합니다만, 그냥 크기가 작은 말을 조랑말이라고 통칭하곤 합니다. 대체로 조랑말은 갈기가 두껍고 털이 많으며, 짧은 다리와 넙적한 몸통, 두꺼운 목, 그리고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머리를 가졌습니다. 또한 서식하고 있는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을 잘해 힘이 좋고 인내심이 강합니다.
야생상태에서 가축으로 길들여진 이후, 조랑말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에게 도움을 줬습니다. 작은 체구에 비해 힘과 지구력이 좋아 전쟁과 물자수송, 농경은 물론이고 석탄 채굴, 우편배달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강인한 성격과 뛰어난 체력, 불굴의 의지를 자랑하는 조랑말은 순치만 잘된다면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고 유순해지는 탓에 최근에는 재활승마 및 시각장애인 안내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키가 작아도 힘이 좋아 좁은 탄광 갱도에서 석탄을 나르기도 했습니다.
극지 탐험에서도 조랑말이 사용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맹도마(盲導馬)입니다.
농사일도 거뜬하게 해냅니다~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경마시행국에서는 더러브렛 품종으로 경마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등의 여러 나라에서 각국의 고유한 조랑말 품종을 이용해 경마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제주경마공원에서 고유의 재래마인 제주마(濟州馬) 경마를 시행 중입니다. 조랑말 경마는 더러브렛 경마에 비해 속도감이나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올망졸망한 조랑말이 펼치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습니다.
영국의 조랑말 경주
조랑말 마차경주도 있습니다.
키는 작고 볼품은 없지만, 팔방미인인 조랑말. 그럼 세계의 다양한 조랑말을 보실까요?
프랑스 아리에(Ariegeois) 조랑말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맥 부근에 분포하는 아리에 조랑말은 검은 털색깔로 유명합니다. 간혹 흰색 반점이 있는 개체도 있지만, 대부분이 검은색입니다. 아리에 조랑말은 그 지역의 선사시대 동굴 유적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요, 힘이 좋고 질병에 강해 군사와 농경용으로 많이 사용됐습니다. 나폴레옹 장군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도 물자수송을 맡았다고 하는군요. 최근까지 목재 운반이나 석탄 채굴에 쓰이던 아리에 조랑말은 요즘에는 산악 승마트레킹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루마니아의 후쿨(Hucul) 조랑말
19세기 말에 멸종한 유라시아 대륙의 야생마 ‘타르판(Tarpan)' 계통의 후쿨 조랑말 역시 끈기 있고 인내심이 강하며 성격이 온화합니다. 산악 지형에 적합하게 진화를 해서 다른 운송수단이 접근하기 어려운 삼림지대에서 목재 수송용으로 주로 쓰였으며, 19세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군대의 군마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루마니아뿐만 아니라 체코,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에서도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아이슬란드(Icelandic) 조랑말
아이슬란드 조랑말은 북위 65도에 위치한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의 재래 조랑말로, 체고가 147cm가 넘는 경우도 많아서 조랑말이 아닌 일반 말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 9세기에 바이킹이 아이슬란드에 정착하면서 데려온 조랑말인데요, 워낙 날씨가 추워 천적인 다른 육식동물이 없었기 때문에 번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농경과 운송에 두루두루 쓰였으며, 지금은 경주마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조랑말은 말의 제5의 보법(gait)이라 불리는 측대보(側對步, amble)를 잘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노르웨이의 피요르(Fjord) 조랑말
노르웨이의 피요르 조랑말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및 북해 연안 유럽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등과 다리에 검은 색 줄무늬가 있으며, 짧고 억센 갈기가 늘 빳빳하게 서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서부 노르웨이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적합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성격이 순해서 재활승마는 물론 마장마술 등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피요르 조랑말은 약 3천년 전에 유라시아 본토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유입된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바이킹의 유적지에서도 그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도의 마니푸르(Manipuri) 조랑말
말 위에서 기다란 막대로 공을 쳐서 득점을 하는 경기를 폴로(Polo)라고 합니다. 폴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등에서 기원했는데요, 특히 인도에서 국민스포츠로 일컬어질 만큼 널리 유행했습니다. 이 폴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 바로 마니푸르 조랑말입니다. 마니푸르 조랑말은 몽골의 야생마와 아랍의 말의 피를 물려받아 조랑말치곤 몸매가 날씬하고 가슴골격이 잘 발달되었습니다. 물자수송이나 군사용으로도 쓰이지만, 대부분 폴로 경기용 마필과 경주마로 육성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홋카이도(Hokkaido) 조랑말
홋카이도 조랑말은 에도 시대에 어부들이 수산물 운송을 위해 일본 본섬에서 홋카이도로 데리고 들어온 것이 그 기원입니다. 훗카이도 조랑말은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 죽순을 먹으면서 겨울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새끼들은 곰의 먹잇감이 되곤 했답니다. 강인한 체력에 적극적인 성격이어서 험난한 지형에서 물자수송용으로 쓰였으며, 일본 본토의 조랑말들에 비해 비교적 혈통보존이 잘 된 편입니다. 한 때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약 2천여 마리가 있다고 하네요.
인도네시아의 티모르(Timor) 조랑말
인도네시아에는 8종의 조랑말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인 티모르 조랑말은 티모르 섬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열대 우림의 현지 기후에 적응을 잘한 티모르 조랑말은 아직까지 농경이나 교통, 운송 등에서 티모르 섬의 주요 생활수단입니다. 조랑말 중에서도 체격이 왜소하지만 성격이 순하고 일도 잘해서 많은 수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수출됐고, 현지에서 개량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조랑말의 주요 혈통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티베트의 티베트(Tibetian) 조랑말
몽골 조랑말의 핏줄을 이어받은 티베트 조랑말은 오래 전부터 티베트에서 사용됐습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도 험난한 고산지대를 이동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중국 황제에게 보내는 주요 조공물품 중 하나였습니다. 부유한 티베트 귀족들은 티베트 조랑말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로 재산 랭킹을 정했다고 합니다. 눈과 귀가 작고 목이 굵으며, 다리와 엉덩이 근육이 발달되어 힘이 좋고 인내심이 강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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