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潮現象 외6편
황송문
시청 앞 광장.
초저녁부터 별 떨기 같은 촛불의 무리가 순수 샛별로 반짝이더니 언제부터인가 촐싹대던 물결에서 대량으로 번식하던 쇠파이프와 각목, 낫과 망치들이 플랑크톤을 번식하면서 적조의 바다는 삽시간에 피로 물들었다.
각목은 영양염류를 퍼뜨리고
쇠파이프는 쓴물을 발산하여
청와대로 진격하자고
경찰차를 때려 부순다.
붉은 물결은 피투성이다. 벗기고 싶은 가면은 촛불 뒤에서 뒤집어엎는 일과 발목 잡는 일을 작당하고 주동하면서 밤이 깊어지고 날이 샐 때까지 자정능력을 상실한 채 물대포에 맞서서 욕설을 탈곡한다. 바다를 살리기 위해 타 뿌리는 물대포의 황토흙물이 적조를 막지 못하자 불어난 불법이 합법을 가장했다. 건널목의 빨강 신호등 앞을 많은 사람들이 건너가듯 불법이 많아지면 합법이 된다고.
반가상(半跏像)
내가 참고 보니
어느덧 반가상이 되었다.
온갖 욕설을 탈곡하는
악구(惡口)를 피해
눈을 감고 있으면
나의 몸은
원죄를 태우고 남은 재,
인생을 빨래하는
잿물 빨래가 되었다.
그림자밟기
검은 그림자가 하얀 그림자를 밟는다.
하얀 그림자가 검은 그림자를 막는다.
검은 귀신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하얀 귀신들이 우르르 몰려가고
조선조에 주리 틀린 귀신과
동학난에 산발한 귀신들이
황토밭에 나뒹굴며 포효한다.
전장에서 총맞아 죽은 귀신과
한강에 빠져죽은 귀신들이
청와대로 국회의사당으로
벌떼처럼 달려가면서
해원성사 해달라고 울부짖는다.
한강
태를 버린 강물 위로
콤돔들이 떠내려간다.
북한강 러브호텔에서 나온
인간쓰레기들이
피임을 선언하면서부터
神은 후회가 막심했다.
오염된 물에 젖은 역사책을
햇볕에 말린다.
눈물
눈물이 마르면
핏줄도 메말라 굳어진다고
아들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웃에 대하여
무관심 죄를 범한 내가
회개할 줄 모르는 채
눈물이 메마른지 오래고 보면
동맥경화는 스스로 묶었다는 생각,
그 생각이 꼬리를 물어도
눈물의 강은 메말라 바닥을 드러낸다.
쩍쩍 갈라진 마음의 강바닥
水草 한 포기 살아남지 못하는
不毛의 모래바닥에서
나는 동냥아치처럼
잃어버린 눈물을 찾아 헤맨다.
디아스포라 나비
어디를 가더라도 집이 없다.
가는 곳마다 피를 흘리는 상처
山川草木도 덩달아 울었다.
달걀에 대하여
그는 동전의 양면을 지녔다. 그의 껍질 속에는 배자가 있고, 흰자와 노른자, 병아리로 부화되게 하는 양분이 있다. 왼쪽 날개로만 나는 새들은 달걀의 껍질이 흰자 노른자, 배자를 억압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껍질이 없다면 배자가 어떻게 눈이 되고 병아리로 깨어날 수 있겠느냐?
왼쪽 날개로만 나는 삐딱한 새들은 유엔군이 오지 않고, 부산 제주까지 붉은 천지가 되었다면 분단도 싸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북한이 남침하지 않았다면, 14만 9천명의 국군은 죽지 않았을 것이고, 5만 7천 615명의 유엔군, 5만 4천 246명의 미군들, 그 젊은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왜 말하지 않느냐?
71만 7천명의 한국군 부상자도, 11만 5천명의 유엔군, 10만 3천명의 미군 부상자, 150만 7978명의 국군 사망 부상 실종 포로, 18만 1천 426명의 유엔군 사망 부상 실종 포로, 원래 미남이었던 우리 문예가족 이목윤 성님도 얼굴 한 쪽 목덜미까지 짜깁기한 채 義手로 돌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은 왜 숨겨두느냐?
24만 4천 663명의 대한민국 민간인 사망자도, 12만 8천 936명의 실종자도, 8만 4천 532명의 피납자도, 22만 9천 625명의 부상자도, 30만 3천 212명의 행불자도, 99만 968명의 민간인 사망, 실종, 피납, 행불자도 나올 일이 없다고는 왜 말하지 않느냐?
249만 8946명의 목숨이 누구에 의해서 날아갔느냐? 16만 1천 122명의 미군들의 진혼곡, 미국이라는 껍질이 없었다면, 유엔군이라는 껍질이 없었다면 이 나라가 병아리로 깨어날 수 있었겠느냐? 할아버지가 타 마시던 노랑 설탕물, 학교에서 점심으로 먹던 우유 물, 구호물자 밀가루로 연명하던 국수가닥들, 그 껍질들은 알맹이를 보호하고 육성하였느니라. 달걀 껍질이 흰자 노른자를 억압한 게 아니라, 병아리로 깨어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육성하였느니라.
첫댓글 반가상~~욕설을 탈곡하는 악구라는 절묘한 표현이 선생님의 심정을 알것같습니다~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