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도 덥지도 않게 잘 자고 일어나 한쪽에서는 아침을 준비하고 또 한쪽에서는 체조를 합니다. 따뜻한 코코아에 계란후라이와 빵을 고맙게 잘 먹습니다.
7시30분, 함께 모여 자명님의 걷기명상 이야기를 기억하며 침묵으로 걷습니다. 50여분을 고요하게 홀로 그리고 같이 걷습니다. 흐린 하늘 덕에 시원하게 걷습니다.
냇가가 점점 폭이 넓어지고 물가 수풀이 풍성해집니다. 징검다리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살핍니다. 다시 눈을 뜨니 세상이 더욱 다채롭습니다. 물길을 따라 걷는 맑은 눈을 선물받은 느낌입니다.
오리가족도 보고 로드킬로 죽은 오소리(?)와 뱀 한마리를 봅니다. 어제는 다람쥐가 죽어있어 수풀로 옮겨줬습니다. 길에는 생각보다 주검이 참 많습니다.
담양 관방제림길에 다다르니 커다란 둥치의 나무가 줄지어 그늘을 드리웁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그늘 아래를 여유로이 걷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한 순례자가 다음 생에는 물위를 떠다니는 소금쟁이가 그다음은 새가, 나무가, 개미가 되어보아야겠다고 합니다. 나무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그 마음이 반짝입니다.
국수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너른 정자에 누워 낮잠을 잡니다. 달콤한 잠님입니다. 다시 새소리가 사람소리가 차소리가 차례대로 들리니 잠이 사라집니다. 자명님께 에밀리 디킨슨의 시 한편과 짧은 심리학 강의도 듣습니다. 둘러앉아 귀를 쫑긋 모으는 동무들 모습이 좋아보입니다.
오후는 4시 즈음 시작해 땡볕 아래도 걷고 나무그늘 길도 걷습니다. 걷는 동무들 뒷모습을 보니 걷는다는 것 자체가 참 멋진 것임을 깨닫습니다. 대부분 자전거 도로라서 차는 없지만 딱딱한 길이라 발이 아픕니다. 지나가는 우리를 본 라이더 아저씨 두 분이 어찌 저 멀리 목포까지 걷는다면서 그리 즐거이 걷냐며 놀라워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잘 누리고 있음을 덕분에 알아차립니다. 강은 이제 큰 물줄기가 되어 웅장해집니다. 지는 볕에 반짝이며 시원한 바람을 전해줍니다. 점점 다리가 묵직하고 뻐근하니 몸과 마음의 탁한 기운이 빠져가려나 봅니다.
오늘 오후 바라지인 신난다와 건영이는 적당한 숙박지를 알아보다 마을회관을 내어주시는 동네분들을 만난 이야기를 합니다. 동네 공터가 이뻐 이곳에 텐트를 칠 수 있느냐고 물으니, 귀한 자식들 바깥에서 재울 수 없다 하셨답니다. 한때 518이면 학생들이 이곳에서 자고 다음날 산을 넘어갔다는 말씀에 뭉클해집니다. 아! 내일은 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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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 빛
뒷 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