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계간 연인, 봄 문학콘서트 ‘만남’
-계간 연인 2015 봄호(통권 25호) 발행 (The Quarterly Yeo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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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계간 연인 2015 봄호
(통권 25호)
․발행인 : 신현운
․분 야 : 문예교양지(계간)
․발행일 : 2015년 3월 15일
․판 형 : 신국판(150×220)
․면 수 : 352면
․발행처 : 연인
․출판사 : 연인M&B
․가 격 : 값 13,000원
․ISSN 2005-7407 |
2015 연인, 봄 문학콘서트 ‘만남’
-우리 글과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문학콘서트!
아름다운 우리 글과 말로 가슴을 울리는 문학콘서트 ‘만남’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연인 2015년 봄호(통권 25호)를 발행합니다. 항상 새봄처럼 좋은 날들과 복된 날들만 되시길 기원합니다.
특별기획 <특종자료발굴> 이번 호에는 1929년 조선일보에 발표되었던 박영희 선생의‘춘몽’, 최상덕 선생의 ‘예방주사’ 김기진 선생의 ‘미인 꼴불견’, 이기영 선생의 ‘자기희생’ 미발굴 콩트가 나갑니다. 부분적으로 삭제된 것으로 보아 그 당시 일제의 검열 압박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라 하겠습니다. 한국 문단 이면사는 조용만 선생의 회고로‘구인회 시대’가 나갑니다.
<특종자료발굴 해설>박영희의 콩트, 그리고 구인회
유한근(문학평론가·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
4인의 미발굴 콩트
이번호에는 미발굴 콩트 4편이 특별하게 소개된다. 1929년 3월 1일자로『朝鮮日報』에 발표된 박영희의 <춘몽(春夢)>, 최상덕의 <예방주사(豫防注射)>(3월 2일과 3일), 김기진의 <미인(美人) 꼴불견(不見)> (3월 6일), 이기영의 <자기희생(自己犧牲)>(3월 12일자)가 그것이다. 이 4편의 짧은 소설 중 주목되는 콩트는 박영희의 <춘몽>이다. 박영희(朴英熙, 일본식 이름: 芳村香道 요시무라 고도, 1901년 12월 20일~1950년)는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언론인이다.
1920년대 대표적인 카프 문학가로 활동하다가 1933년 카프에서 탈퇴하여 순수문학과 예술주의로 방향을 전환하여 일제강점기 말기에는 친일 문학가로 변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작가다. 그러니까 이 짧은 소설 <춘몽>은 카프 문학가일 때 발표한 소설이다. 그가 낭만주의 시를 썼다가 처음으로 발표한 소설은 1925년 발표한 단편소설〈사냥개〉이다. 우화적 수법으로 쓴 신경향파 소설로, 부도덕하고 인색한 구두쇠 노인이 기르던 사냥개에게 물려 죽는다는 소설로 <춘몽>보다 충격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여기에 소개된 <춘몽>은 발표 당시 일제의 검열에 삭제된 채 발표되게 된다. 군데군데‘편집자 주’로 표시된 부분이 보이는데, 삭제 부분의 앞뒤 내용을 유추해 보아도 삭제될 불온한 내용은 짐작할 수 없다.
그의 손은 얼음처럼 차디찼다. ‘아! 내 손은 희고나!’ 하고는 그는 거진 절망적으로 부르짖으면서 노동자들이 (1행 검열로 삭제=편집자 주) 모여 앉은 방문 앞을 지나가면서도 그 문은 열어 보지 못하였다.
(약 4행 검열로 삭제=편집자 주)
‘아! 아무래도 내 손은 희고나.’
명준이는 노동자와 공장주 사이에서 없지 못할 사람이었다. 노동자 측의 말을 공장주에게 전달하는 중대한 임무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공장 감독이라는 직무를 가진 사람이었던 까닭이다. 처음에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자고 할 때에는 그는 같은 태도로 나갔었다. 그러나 그가 노동자의 대표로 중역실에 다녀나올 때마다 그의 굳은 결심은 봄을 만난 얼음처럼 풀렸다. 그의 손은 희었다.
(약 3행 검열 삭제=편집자 주)
명준이는 무의식적으로 이 길고 긴 층계를 무거운 생각과 괴로운 걱정으로 올라갔을 때 그는 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그때에 그는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떠돌았으며 또한 자기 양심에 한없이 부끄러움을 깨달았다. 그는 많은 노동자를 배반하고 사장이 하라는 대로 하였으되 자기는 아무러한 이익도 얻지 못하였다. 공장주는 이번 일이 순조로 나가게 된다면 명준이에게 전셋집이라도 하나 얻어 주겠다고 약속하였으며 그 돈은 그 이튿날에 비밀히 주기로 하였으나 사흘이 되어도 그것에 대해서는‘이짜’도 없었다. 명준이는 생각하였다.
_박영희의 짧은 소설 <춘몽> 중에서
위의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이 박영희의 <춘몽>은 노사 갈등에서 중계 역할을 하는 회색인인 명준의 이야기를 쓴 소설이다. 죽은 사람처럼 손이 흰 명준은 “노동자 측의 말을 공장주에게 전달하는 중대한 임무를 가진 사람”이지만, 사장과 야합한다. 노동자 측에서 보면 배신자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공장주로부터도 배신을 당하면서 흰 손이 검은 손으로 바뀌게 된다. 그의 꿈은 깬다. 그래서 춘몽(春夢)이다. 그는 경계인이 된다. 이 스토리는 권력을 가진 자로부터 회유당하고 배신당하는 회색인의 좌초된 삶을 그린 것이지, 일제에 정면적인 저항이나 항거를 그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 삭제된 것은 정책적 혹은 전략적인 일제 검열 당국의 술책인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박영희이라는 당시의 우리 문단 지도자를 친일로 끌어오기 위한 압박일 수도 있고, 이어서 연재하게 되는 소설가들에 대해 경종을 주는 술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외 3편의 짧은 소설들도 같은 시기의 작품들로 귀중한 문학 자료들이다.
문단 이면사 ‘구인회’
‘구인회(九人會)’는 1933년 8월 15일에 결성된 친목단체다. 다독다작을 목적으로 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한 합평을 하기 위한 모임으로, 결성을 주도한 사람은 카프 회원이었고 프로영화를 제작했던 김유영과 동반자 작가의 색채를 띤 이종명이다. 이들은 이번에 발굴 소개되는 조용만(매일신보 학예부장), 이무영(동아일보), 김기림(조선일보), 이태준(조선중앙일보), 그리고 정지용, 이효석, 유치진 등이 모임에 참가하여 9명으로 ‘9인회’가 결성된다. 그러나 내부의 의견 충돌로 3개월 만에 주도했던 김유영과 이종명이 탈퇴한 뒤, 조용만, 이효석, 유치진, 이무영도 떠나게 된다. 그 후 구인회는 이태준, 정지용, 김기림이 주도하여 박태원, 이상, 박팔양, 김유정, 김환태가 새 회원으로 보강되어 활동하게 된다.
이번에 소개되는 조용만(趙容萬)의 <나와 ‘구인회(九人會)’ 시대>『(大韓日報』1969년 9월 19, 23, 30일, 10월 2, 7, 9일 발표)는 1920년대 후반과 30년대 초반, ‘구인회’가 결성될 무렵의 문단사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필자인 조용만과 정지용을 둘러싼 문단, 카프 결성과 조선 문단의 문인들의 단편적인 삶의 모습, 예컨대 술친구들, 그리고 문학에 대한 담소와 비평과 창작에 대한 열정, 그리고 ‘구인회’의 결성의 시대적 배경을 탐색할 수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정지용과 필자 조용만의 관계와 문단의 잡다한 일들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미국 현지에서 문학예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전해 주는 본지 미국 특파원(워싱턴) 최연홍 작가의 <기획특집 특파원 보고> 1회분 ‘미국 속에서 한국 시인으로 살기’가 나갑니다. 많은 기대와 성원 바랍니다. <갤러리 연인>은 이 시대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최고의 아티스트 ‘작가 잠삼’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환상의 색채가 <너, 일러스트>라는 이름으로 지상 전시됩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추모하는 강만수 시인의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장편서사시 <별이 된 아이들>을 이재순 교수의 ‘캘리그래피 시’ <꼭 돌아와야만 돼 아이들아>로 새롭게 구현하여 추모특집으로 나갑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본지 출신 3인방의 ‘리뷰-어떤 오독에 관한 기록’으로 마진수 시인의 시 리뷰, 최예빈 소설가의 소설 리뷰, 김예은 시인의 비평리뷰를 통해 문학에 대한 보다 진지하고 솔직함을 함께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공연 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더해 주는 <윤향기 시인의 공연리뷰> ‘나비부인’이 나가고, <김희영의 국악, 바람 불다>는 개인 사정으로 이번 호는 쉽니다. 넓은 이해 바랍니다.
정신과전문의 이근후 박사의 <나의 어릴 적 이바구> 3회분과, 내과전문의이며 시인인 <김세영의 포토필>, <동네의사 우영춘 박사의 의가 산책> 4회분과, 김석호 전 교장 선생님의 참교육을 위한 단상 <교육에세이> 10회분도 읽을거리입니다.
사회 전 분야에 계신 분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통해 이 시대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는 기획에세이 <여운>은 김도이(시인), 박종숙(시인), 신현운(시인), 안경재(변호사), 양점숙(시조시인), 전병헌(국회의원) 씨를 모셨습니다. 시대를 반영하는 문자화된 우리글과 말들의 발굴, 재조명함으로써 글과 말의 역사성과 문화사적 의미를 찾아가는 기획특집 <글글말말>에는 ‘복 배달 왔어요’, 영화 <국제시장> 명대사, 유머 ‘있다·없다’로 꾸몄습니다.
강만수 시인의 일어 번역시 13회분을 비롯하여, 김익회 수필가의 <섬에서 쓴 일기>, <함께 가는 세상-이강조>, <한 줄의 시-유창근>, <더불어 사는 세상-방귀희>, <사진으로 떠나는 세계 문학기행-배경숙>, <산행에세이-박병준>, <이지윤의 짧은 글-긴 감동> 등 연재물에 대한 계속적인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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