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새끼손가락 마디만 한 빠알간 열매를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 눈길을 끄는 나무가 있다. 늦은 봄 희거나 연하디연한 노랑꽃을 다닥다닥 피워대더니 어느새 통통한 열매로 살찌우고 있는, 어른 키 두 배 정도로 빼곡하게 덤불을 이루고 선 보리수나무 얘기다.
보리수나무(Elaeagnus umbellata)는 보리수나뭇과에 속하는 떨기나무(주로 사람의 키보다 작고, 원줄기와 가지가 확실히 구별되지 않는 나무)다. 어렸을 적 산에서 따먹던 ‘보리똥’ 나무라 일컫던 것이 우리나라 자생종인데 요새는 맛도 좋고 열매도 큼지막하니 먹음직스럽게 개량돼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 뜰(왕)보리수 나무로 심겨 있다.
보리수나무
보리수나무라는 이름은 씨의 모양이 보리를 닮아 붙여진 것인데 ‘보리’에 나무 ‘수(樹)’자를 더하니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보리수나무 줄기
보리수나무의 어린 가지는 은백색을 띠며 크고 억센 가시가 가지에 듬성듬성 돋아 있다.
보리수나무 꽃
잎은 타원형으로 어긋나고 앞면엔 은백색의 점이 있지만 뒷면은 마치 은갈치 비늘처럼 빛나는 독특한 매력을 감추고 있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이 종 모양으로 자라 꽃부리를 이루는데 꽃부리 끝은 네 갈래로 갈라졌다. 약간 길쭉하며 통통한데다 까끌까끌해 보이는 반점들이 촘촘하게 찍힌 열매는 6~7월경 붉은색으로 익는데 약간 떫은 단맛이 난다.
불교에서 말하는 보리수(菩提樹)와 보리수나무는 다른 식물이다. 이따금 절에서 만나는 석가의 해탈과 관련된 보리수는 피나뭇과에 속하며 보리자나무라고 하는데 인도의 가야산에서 자라는 나무로 사유수 또는 인도 보리수라고 불린다. 그 열매는 염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며 보리수나무와는 달리 10여 미터가 넘는 큰키나무다. 그 나무 아래서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후 불교를 상징하는 나무가 됐으니 보리수나무와 석가는 전혀 관계없는 얘기다.
보리수나무 열매
보리수나뭇과에는 토종으로 열매가 작고 둥글며 가을에 익는 보리수나무와 흑산도와 완도 등지에서 자라는 상록 활엽 만목(蔓木, 덩굴이 벋어나가는 나무)인 녹보리똥나무가 있다.
거기다 보리장나무와 초가을에 꽃이 피어 다음 해 오뉴월에 열매가 붉게 익는 보리밥나무가 있으며 경남 충무와 일본 등지에 자라는 상록 관목인 왕볼레나무가 있다. 집주변 뜰이나 아파트 단지에 있는 뜰(왕)보리수도 매한가지로 꽃이 토종보다 한 달여 먼저 피고 열매도 그만큼 먼저 익는다.
보리수나무 수피
어릴 적 마루에 걸터앉아 먹던 그 맛을 어찌 잊겠는가! 밭에 다녀오던 어무이는 산자락에서 잘 여문 보리똥을 한 움큼 호박잎에 싸고, 풀 짐 지게 위로 주렁주렁 보리똥을 가지 채 얹어 사립문을 들어오던 아부지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거늘···.
※ 관리 포인트
- 반양지 식물로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잘 자란다.
- 배수가 잘되는 사질양토가 좋으며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건조에도 강하다.
- 꺾꽂이로 번식할 경우 올해 자란 가지를 7월경 삽목하면 쉽게 뿌리가 난다.
- 번식은 가을에 열매의 과육을 벗겨내고 바로 뿌리거나 땅에 묻어뒀다가 이듬해 봄에 뿌린다. 봄에 본 포기 옆에서 나온 새로운 포기를 떼어 심어도 잘 자란다.
- 추위나 공해에 강해 전국의 정원, 공원의 관상수로 좋으며 산울타리로 심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