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 5일뒤… 조작 서류로 김학의 出禁
이정구 기자
입력 2021.01.11 03:16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 2019년 3월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태국 방콕행 비행기를 타려다 법무부의 ‘긴급출국금지’ 조치로 출국이 제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해 3월 18일 김씨를 둘러싼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 재조사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라”고 지시하고 5일 뒤였다. 본지가 입수한 공익 제보 내용 등을 종합하면, 당시 김 전 차관의 출금(出禁)을 요청한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는 긴급출금 요청서에 과거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난 그의 성폭력 사건을 기재했다. 당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조사 대상으로 지정한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조사 실무를 맡은 대검 진상조사단이 이 사건 재조사와 아무 관련도 없는 사건번호를 적은 허위 공문서로 그의 출국을 막았다는 것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작년 10월 28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00∼2011년 '스폰서' 노릇을 한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4천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긴급출금 서류에 ‘가짜’ 사건번호 매겨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2일 오후 11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현장 발권을 하고 출국심사까지 마친 뒤 23일 0시 20분 이륙하는 항공편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없었다. 그런데 탑승 직전이었던 0시 8분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의 긴급출국금지 요청서가 접수됐다.
요청서엔 ‘서울중앙지검 2013년 형제 65889호’라는 사건번호가 긴급출금 사유로 적혀 있었다. 김 전 차관이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폭력 사건 번호였다. 그는 또다시 불거진 뇌물·성접대 의혹 관련으로 형사입건되기도 전이었다. 출금 사유가 될 수 없는 사건번호를 허위 기재했던 것이다.
이 검사는 또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에 따라 대상자를 출금 조치한 후 6시간 이내에 법무부에 내야 하는 ‘승인 요청서’에는 앞서 긴급출금 요청서에 적은 서울중앙지검 사건 번호를 대신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 1호’라는 내사 번호를 적었다. ‘승인 요청서’에는 출금 요청 검사가 소속된 기관장 직인을 찍어야 하지만, 그것도 없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허위 요청서였다. 제보자는 “2019년 4월 22일 검찰 내부망을 검색했지만 해당 내사 사건은 존재하지 않았고, 두 달 뒤 재검색하자 같은 번호가 붙은 내사 사건이 검색됐으나 김 전 차관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경매)입찰 방해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 검사는 당시 진상조사단 파견검사 신분이어서 수사권도 없었다. 수사 직무를 하지 않아 수사권이 없는 검사는 내사 사건 번호를 만들 권한도 없다. 이후 이 문제를 덮기 위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동부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해 “(내사 번호 생성을) 동부지검이 추인(追認)한 걸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이 검사가 가짜 내사 번호를 만들었다며 그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신고한 상태다.
◇”이용구 법무실장이 김학의 출금 필요성 언급”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의혹이 불거진 이 검사의 출금 조치에 앞서 법무부 과거사위와 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이 김 전 차관 출금을 추진하기도 했다.
변호사 신분으로 과거사위에서 김 전 차관 사건 주무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해 4월 기자회견에서 “3월 20일 법무부 이용구 법무실장으로부터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필요성이 있고, 조사단에서 과거사위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면 위원회가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금을 검토하는 방안을 상의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제보자 등에 따르면 이날을 기점으로 법무부 출입국 심사과 공무원 A씨 등은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김 전 차관 출국 여부를 수차례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야당을 중심으로 ‘불법 사찰’ 의혹도 제기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출입국 여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정구 기자
사회 많이 본 뉴스
이성윤, 동부지검 압박해 은폐 개입"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83.0476px;">
2년전 김학의 出禁 공문서는 조작
이성윤, 동부지검 압박해 은폐 개입
비밀금고 145억과 함께 사라진 여인"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83.0476px;">
카지노 CCTV 1100여개 뚫고…
비밀금고 145억과 함께 사라진 여인
강원래 ·홍석천도 거리에 섰다"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83.0476px;">
“하라는대로 한 이태원 유령도시로”
강원래 ·홍석천도 거리에 섰다
100자평
도움말삭제기준
당신이 좋아할만한 콘텐츠
[Mint] “샤인머스캣 이어 꿀고구마도 한국에 빼앗겼다” <br> 법 바꾼 일본
김동길 교수 만난 안철수 “이제 썩은 나무를 벨 시간”
2년전 김학의 出禁 공문서는 조작… 이성윤, 동부지검 압박해 은폐 개입
트럼프 지지자들, 美의회 습격 후 기내서도 난동
뱃속 노폐물 빼고, 2주만에 내장지방 쭉쭉 빠져!
남편 입에서 시궁창 냄새나... 이혼위기였던 우리 부부를 구해준 oo는 무엇인가?
Recommended by
많이 본 뉴스
1
2년전 김학의 出禁 공문서는 조작
이성윤, 동부지검 압박해 은폐 개입
이성윤, 동부지검 압박해 은폐 개입"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68.3929px;">
2
카지노 CCTV 1100여개 뚫고…
비밀금고 145억과 함께 사라진 여인
비밀금고 145억과 함께 사라진 여인"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67.9464px;">
3
'1호가' 이용식,'40kg감량' 후 연예인 뺨치는 딸&아내 공개…팽현숙 반찬가게, 오픈부터 '초대박' [종합]
4
“하라는대로 한 이태원 유령도시로”
강원래 ·홍석천도 거리에 섰다
강원래 ·홍석천도 거리에 섰다"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67.9464px;">
5
“제설 시늉만 하라” 이 한마디에
분노한 제설업자 장비에 불 질렀다
분노한 제설업자 장비에 불 질렀다"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67.9464px;">
6
‘동상이몽2’ 이무송, 노사연에 결혼 28년만에 ‘졸혼’ 제안..노사연 “이제 진짜 마지막” 눈물
7
레임덕 위기 문 대통령 보는
양산 이웃사촌들의 생각은...
양산 이웃사촌들의 생각은..."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67.9464px;">
8
“정치판은 자기 욕심과 이익만 추구
나라 장래 고민하는 이들 몇명 될까”
나라 장래 고민하는 이들 몇명 될까”"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67.9464px;">
9
'손흥민 없네?' 아스, "레알, 음바페-카마빙가-홀란드 3명 영입"
10
트럼프 재출마 못하게 못박는다
美민주 초유의 ‘퇴임 후 탄핵’ 추진
美민주 초유의 ‘퇴임 후 탄핵’ 추진"
Copyright 조선일보 All rights reserved.